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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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동안 산티아고에 가고 싶은 열망과 동경으로 산티아고 여행기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으면서 그 갈망과 원함은 극에 달해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무렇게나 여행 가방을 쌓아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에 갈 수 있을까. 오늘 당장이라고 사표를 멋지게 이메일로 날리고 지금의 이곳에 미련이 없다는 듯 쿨하게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지금의 이곳, 내가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곳에 대한 묵직한 어떤 책임감이라는 것의 책 한권을 들고 있기 때문에 떠 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어보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두 다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며 떠나던데 난 왜 이러고 바보같이 있을까. 더 고민이 많이 생겼던 여행기들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것은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 개인적인 고민과 방황이 간혹 나와 맞지 않는 소통을 원하는 것에서 내가 찾는 책이 아니구나 싶었던 산티아고 여행기들의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내게 도착했었던 <On the camino>는 여타 여행기들과 차별을 좀 둘 수 있겠다. 정말로 책에서 말한 리얼 빈티지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산티아고 여행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정보와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듯, 타인의 아픈 경험을 통해 나에게 닥칠 오류를 막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부분들도 참 많았다.

 

모든 책들이 하루 얼마큼 걷고, 무얼 먹고, 잠은 어디서 자야 할지 걱정하는 것들처럼 <On the camino>에서도 하루의 일상은 다르지 않다.

지도에서 오늘은 얼마큼 걸어서 어느 알베르게에서 잠을 잘지 정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싸고 맛있는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 오류를 범하고 그것을 통해 독자들은 앞으로 계획하게 될지 모를 여행에 미연의 방지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녀가 큰맘 먹고 샀던 비싼 고어텍스 재킷을 잃어 버렸을 때는 나 또한 얼마나 아깝고 속상하던지. 다음 알베르게에 꼭 그 옷을 주은 사람이 가져다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건만 끝내 그녀는 비싼 고어텍스 재킷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때 체크해 놓는 것이다. 절대 가방에 비싼 고어텍스 재킷은 걸치며 걷지 않기!

 

재작년 태국으로 여행을 가면서 핸드폰을 로밍을 해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하지 않고 떠났었는데 같이 떠난 동생은 로밍을 해 가지고 갔다가 태국의 식당에 핸드폰을 놓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다가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찾지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동생도 많은 금액의 핸드폰 요금이 나와서 속상해 했는데, 작가도 로밍해간 핸드폰을 분실해서 200만원이나 되는 핸드폰 금액이 나온걸 보고는 다시 한 번 로밍을 해가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고 혹여 가지고 간다 한들 절대로 한시도 놓치지 않고 핸드폰을 사수해야 할것! 이라는 다짐이 생겨버렸다.

 

여행기인데도 어찌나 반전의 반전을 가져오던지, 이 작가 또 무든 실수를 했을까 하는 걱정에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으면서 그 다음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각 구간마다 이동 경로가 적어있고, 주변에 있는 알베르게, 맛이 괜찮은 식당들의 전화번호와 작가가 경험했던 식당의 분위기 등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서 당장 이 책 한권이라면 꽉 여며진 가방과 고어텍스 한 벌, 등산화 한 켤레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프랑스로 날아가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40여일을 걸을 수 있겠구나 싶은 괜찮은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작가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끝이 나는 여행이 아니라 독일, 포르투갈까지 경유한 50여일의 여정이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이 여행의 경로가 더 탐이 나는 로드맵인 것 같다.

 

간혹, 나의 산티아고의 열망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물어 본다.

왜 그렇게 산티아고에 가고 싶으냐고, 힘든 40여일의 길을 걸을 수 있겠냐고.

사실 나도 그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이 없기는 하다. 다만, 그곳에 간들 내가 걱정하는 것들의 해답이 없을지라도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어떤 순례자가 되겠다는 목적도 없지만 그냥 그 길에 내가 있고 싶을 뿐이라는 감상에 흠뻑 취한 답뿐이다.

 

여행기를 쓰는 여행 작가들이 간혹 부럽기는 했는데, 문득 나는 이 책을 다 쓴 작가는 이 책을 탈고하고 어떤 얼굴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나는 책을 읽고 마냥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녀가 그런 얼굴로 이 여행기를 썼기 때문이 아닐까. 그게 내게 전해져 온 것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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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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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회의 땅이었던 아메리카 대륙의 꿈 중에 한곳인 캐나다는 이민자의 꿈과 희망의 땅이었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드라마틱 해보여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기 힘들었다던 친구의 얘기에 잠시 우울했던 동경이 떠오른다.

 

내게 캐나다란 그런 곳이었다. 1캐나다로 이주해온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던 곳이었기에 다양한 문화와 인종, 종교로 혼잡했던 시대가 어디 18세기의 얘기일까 싶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세기로의 여행을 위해 살짝 캐나다 역사를 살펴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배경지식을 쌓아두면 작품을 몰입하는데 큰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거늘 늘 닥쳐서 읽어야 하는 역사들을 살피는 것이 고작이다.

 

1890년대의 토론토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당시의 이민자들이 겪었을 아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리고 시린 추운 겨울날 어린 여자소녀의 시체가 옷가지 하나 남아있지 않은 채 얼어 죽어있는 사건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경관 윌리엄 머독은 죽은 여자가 테레즈라는 가정부였고, 그 가정부에게 있었던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윌리엄 머독의 모습은 평범하고 표준의 경감처럼 보인다. 그의 모습은 텔레비전에 익숙하게 보았던 홈즈의 모습까지 겹쳐졌다. 하지만 그에게 있는 아픈 과거는 테레즈의 살인사건보다 더 흥미롭다.

그에게는 많은 상실이 있다. 전염병으로 약혼녀를 잃었고, 지적 장애가 있는 남동생도 잃었으며, 어머니까지 일찍 돌아가셨다. 그에게 혈육이라고 하나 있는 여동생은 수녀원에 들어가 버려 가족이라는 그룹에 있는 가족이 제대로 있지 않는 상실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할 만큼 슬픈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얘기만으로 한편의 시리즈물이 나올 것 같기만 하다. 가족과의 관계도 이렇게 허망할 뿐인데 그는 종교적 갈등으로 직장 상사와 사이도 좋지 않다.

 

화려한 마차,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벨벳 재킷, 우윳빛 진주 귀걸이, 빛나는 브로치, 반짝이는 세련된 수제화의 가죽 구두들이 작품에서 읽혀질 때마다 18세기의 화려한 영화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 작품이 스릴러라는 것을 잊고 있을 때가 있었다. 마차라는 교통수단을 통해주는 어감은 더욱 고전물이라는 느낌을 주니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머독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의 실마리들의 반전들이 사실 많이 약해보이긴 하지만 작가의 서술을 느슨하지만은 않다. 그래서였는지 작품이 고전물이라는 생각이 들뿐 장르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욱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은 테레즈의 살인사건의 배후는 알겠고 그 배경 또한 상상이 가지만 테레즈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부족해서 해결을 했지만 그 과정이 많이 삭제된 단편 영화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보통을 읽다가 밑줄도 많이 치면서 읽는 편인데 술술 읽혀져서 밑줄 한번 없는 산뜻한 시리즈의 만남이었다.

이미 영화는 3부작으로 만들어졌고 2010년 현재 3시즌까지 방영되고 4시즌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 작품은 시리즈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불완전한 개인사를 가지고 표준의 모습을 보이는 머독이라는 흥미로운 인물로 풍부한 소재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듯하다. 그래서였는지 그의 첫 번째 편을 읽고 나니 뒤에 이어질 머독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는 또 어떤 얼굴로 그늘진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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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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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들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터라 어떤 풍의 문체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봤던 책이라 좀 신선했다. 간혹 이렇게 사전 정보 없이 덥석 안기는 책들 중에는 그동안 왜 몰랐을까 후회가 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으니 더욱 반가웠다.

작가의 이력을 살피니 ‘아쿠타가와’상까지 받고 이 ‘쓰리’라는 작품으로는 오에 겐자부로 상까지 받았다. 범상치 않는 젊은 작가를 만났구나 싶어 더욱 반가웠다.

 

도쿄는 가보지 못했지만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보는 나에게 도쿄는 매우 친숙하다. 물론 일본 드라마들도 도쿄가 아닌 로컬이 많기는 하지만 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은 대부분 도쿄에서 이뤄지고 대도시, 한 나라의 중심지가 주는 화려함과 거대함은 훌륭한 배경이 된다.

더욱이 얼마 전에 읽은 도쿄와 관련된 책을 읽었으니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도쿄가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할까.

 

처음 ‘쓰리’라고 해서 'three' 인줄 알았는데 일본식 한자식으로 읽어야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용어인 ‘쓰리’였다는 것에 제목이 주는 간결성. 간결하지만 너무나 직설적이다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의 지갑을 훔치는 직업으로 나오는 주인공이 이 책을 전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간결하게 와 닿는다.

 

화려한 도쿄의 빌딩 속,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 혹은 거리에서 명품으로 잘 차려입은 니시무라는 사람들의 지갑을 쉽게 빼내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다. 대단한 사건 없이 자신의 손기술만 가지고 하루하루 의미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가 이시카와와가 속해있는 어떤 단체속 우두머리 때문에 큰 사건을 하나 치러낸다. 그리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하다가 이시카와가 몇 년전 자신과 함께 한 사건으로 살해되었음 알게 되고 다시 자신 앞에 나타난 기자키는 또 한 번 니시무라를 사건에 끼어들게 한다. 이번에는 니시무라가 한편의 운명의 주인공으로 극을 짜와 시행하는 연극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너무나 뻔한 결말을 맺는 것처럼 느껴지게 끝이 난다.

 

언젠가 본 이병헌이 주인공이었던 “달콤한 인생”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느와르 같은 느낌을 받은 부분들이 더러 있어서 많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일본에서는 이 작품 또한 언젠가 영화로 볼 수 있겠구나 싶을 만큼 영상미를 가미한 배경이 주루이루는 느낌이 없다고 할 수 없겠다.

 

단순한 구조 같지만 니시무라가 자신의 어린시절로 또 다른 삶을 하나 옮겨 놓은 듯한 아이를 만나게 하면서 자아를 다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것 때문에 운명이라는 굴레에 들어가지 않아도 됐지만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는 니시무라에게 아이는 가족이며 거울의 뒷면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기자키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 이미 완성해 놓은 운명을 답습하고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괴로움을 만나고 슬픔을 감당하는 것또한 이미 완성된 유명한 시나리오 일것이라는 것 또한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얘기라 크게 놀랄 화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맞춰지는 큐빅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은 틀리지 않으니 그럴 수 있겠지 싶은 생각에 공감한다. 그래서 일까 이 소설에서는 그럴듯한 얘기들, 그럴듯한 구성들 너무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본이들에게 익숙하고 새롭지 않게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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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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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무슬림人인 것 같은 남자가 칼을 쥐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등장 인물들일이 확실한 그들의 그림에 깜빡 속아 넘어 갈 뻔했다.

<이슬람 정육점>이라니. 무슬림이 만지는 정육점은 또 어떤 것이며 피가 그려진 넓적한 칼에 그려진 선명한 피 때문이라도 이 소설은 스릴러이거나 제목이 주는 반어적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또 정육점이 우리에게 주는 인상은 그렇지 않은가. 쇠와 쇠 사이에서 썰어 나오는 소름 돋는 소리와 비릿한 숙성된 피 냄새. 그리고 선홍빛의 가게하며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커다랗게 걸려있는 고깃덩어리들. 스릴러마다 호러 영화마다 보여주는 그 장면들도 비슷해서 그렇게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몇 페이지를 들추며 읽다가 내가 표지에 속았구나 싶었던 당혹스러움. 이렇게 진지한 소설이었다니. 다시 작가의 이력을 살폈다. 그리고 책 소개를 살폈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눌러 살게 된 라마단 때는 금식을 하며 금요일은 무조건 휴일을 갖는 독실한 무슬림 하산,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나, 소설가 김유정이 말 더듬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자신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는 말더듬이 유정, 도무지 알 수 없는 맹랑한 녀석, 세상의 구라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리스의 하늘이 푸르다는 것만큼은 진실인 야모스 아저씨. 독설가이지만 세상의 인정은 가장 많은 안나 아줌마. 그리고 뭐든 분홍 코끼리가 지나간다고 말하는 열쇠장이가 어느 한 빈민가에서 엉켜 살아가는 이름 없는 다국적 국민들이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너무 잘 어울리는 지인 커플이 있었는데 몇 년을 사귀더니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둘 다 너무나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비슷해서 서로 보듬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내다 보니 그 비슷한 상처들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는 것이었다.

가슴의 상처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형상 총상을 입은 상처가 있는 나와 한국 전쟁 때 총상을 입었던 하산 아저씨와는 세대가 다르지만 비슷한 총상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소설을 시작하는 처음 문장과 끝 문장이 같은 <내 몸에는 의붓아버지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이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운명으로 엮어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라는 것만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하산과 나만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매번 이별 하는 사람처럼 아득하고 쓸쓸한 뒷모습을 지니고 있는 하산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은 결국 자신의 나라 터키로 날아가지 못하고, 야모스나 대머리 아저씨들도 전쟁과 관련된 상처들로 야모스는 그리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머리 아저씨는 전쟁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살아가야 하는 상처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만 모아 스크랩하여 나의 자의식을 찾아간다. 하지만 유정은 조금 다르다. 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던 날 유정에게서 보았던 그 사막.

 

“유정은 낙타도 없이 물주머니도 없이 홀로 사막을 걸었다. 그의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동행도 없이 사막을 가로질렀을 것이다. 사막을 관통하는 사람들은 가슴속에 사막여우의 귀처럼 확성기를 닮은 귀를 지녔다.” _P187

 

때로는 유정처럼 홀로 사막을 건너며 삶에 비워진 허기를 채워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가슴에 박힌 상처에 외로워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작은 상처 하나를 지니며 유정처럼 사막을 낙타도 물주머니도 없이 건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아저씨는 매일 신을 만나나요? 그런데 왜 저한테는 오지 않는 거죠?”

“ 신은 네 안에서 잔다. 신을 억지로 깨울 필요는 없단다. 눈이 부셔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지.” P207

 

나는 말한다. 그 희망이 언제 오더라도 잠든 동안은 깨어나리라는 희망이 있다고. 그래서 하산 아저씨가 나를 입양했듯 나 또한 이런 세계를 입양하기로. 그래서 어떤 현실이든 미래를 충동시키며 살아가는 것. 하산이 없어도 그의 몸속에 흐를 그의 의붓아버지의 피로 어떤 의미든 만들며 살아가리라는 것을 나도 알겠다.

 

문장마다 작가의 성격이 느껴진다. 그는 참 차분하고 고운 손을 가졌을 것 같은 작가다.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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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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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미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었다가 이번에는 영문판과 함께 양장판으로 다시 출판된 이 책은 작은 고전이라고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 나는 2003년에도 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가 처음으로 면접을 보듯 만나고 나니 신선하고 좋다. 아니 그냥 좋다는 느낌만으로 표현하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라는 영어 원 제목이 있지만 한글판으로 번역되면서 <내영혼의 따뜻한 날들> 또한 책을 다 읽고 그 후의 생각들과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그가 1925년에 태어난 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배경으로 쓴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웃고 울고 마음이 허전해지고 흐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드는걸 보니 정말로 ‘작은 고전’이 될 수밖에 없겠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의 주인공인 ‘작은 나무’는 5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인디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인디언의 생활을 보여준다.

바람의 향기, 바람의 소리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화를 내는 것인지 유혹하는 것인지 개소리로 속여 도망가고 있는 것인지. 방울뱀과 싸워 그 독을 치유하는 방법. 계절이 오는 소리, 계절이 멀어져 가는 향기까지 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인디언 생활의 모습은 흥미롭다. 인디언의 영화였던 몇몇의 장면들이 떠오르며 인디언 역시 역사의 한 흐름을 굴곡지게 장식했던 그 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디언들을 정부군이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발생한 행렬인 ‘눈물의 여로’.

“그것은 절대 아름다운 노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행렬을 눈물의 여로라 불렀다” -P137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먼 길을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 고개를 넘었지만 그 행렬중 3분의 1이 죽었지만 절대로 울지 않은 체로키인들은 그래서 눈물의 여로라는 말로 그 슬픔을 대신하고 있었다.

 

작은 나무와 함께한 많은 동물들 중에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는 링거의 죽음은 첫 번째로 찾아오는 독자의 눈물일 것 같다.

“나는 몸을 숙여 링거의 얼굴에 대고 나를 찾으러 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마인하다는 말을 했다. 링거가 내 얼굴을 핥았다. 신경 쓰지 마라,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 또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P241

소중했던 링거가 죽고 그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작은 나무는 이렇게 괴로울 것이면 앞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가슴에 품었던 것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뻥 뚫린 고통스러움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사랑하거나 품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며 할어버지가 해주신 얘기가 진리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아노는 것은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작은 나무를 위로해주신다.

 

인디언의 지혜들은 요즈음의 우리에게 다시 교훈을 주는 것이 많다. 우리는 취미로 사냥과 낚시를 하지만 인디언들은 취미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만 동물을 잡는다. 즐기기 위해서 살생하지 않으며 함께 생활해 나가야 자연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이 짝짓기를 할 때는 동물을 잡지 않고 짝짓기 한 동물들이 자라서 활동 할 수 있을 때까지도 살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추우면 무조건 엄살을 부리는 우리에게 인디언의 할아버지는 혹독한 추위도 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야 무언가 정리하고 보다 튼튼히 자라게 하는 자연의 방식이라고.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앞둔 것을 짐작하면서 작은 나무가 힘들어하지 않고 추운 겨울처럼 힘든 마음을 이겨내길 바라는 것 같다.

 

간혹 작은 나무도 귀여운 아이였구나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에피소드는 요즘 점점 더 깜빡하는 와인씨가 손자를 주기 위해 만든 노란 코트부분이었다. 손자가 큰다는 것을 깜빡하고는 와인씨는 그 작은 노란 코트를 계속 가지고 다니다가 이걸 버리면 죄를 받게 될 것 같아 고민이라는 말에 작은 나무는 그 죄를 덜어 들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입는 것은 어떨지 얘기하는 부분. 그 코트를 자주 입으면 입을수록 와인씨의 죄가 점점 가벼워질 것처럼 느끼는 (P521) 작은 나무의 깜찍하고 순수함에 입가에 웃음 두꺼워지는 페이지 무게처럼 번졌다.

 

작은 나무에게 생활의 모든 부분을 가르치며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를 학대하며 기른다는 이웃의 신고로 작은 나무가 교회의 고아원으로 갔다가 다시 그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작가 자신도 쓰면서 제일 행복하면서 또 가장 서글펐을 것 같다.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 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P663

 

할아버지가 떠나고 할머니까지 작은 나무의 곁을 떠나셨다. 작은 나무가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아마도 2년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의 삶을 얘기해주는 부분은 많이 담담하고 쓸쓸했다. 특히 할아버지도 아끼셨던 개, 블루보이와 함께한 마지막 페이지는 거의 십여 분 동안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삶의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자신을 아는 마지막 개의 무덤을 파야 했던 작은 나무, 그 모습을 힘없이 보아야 했던 블루보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여름날 오후에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같았다. 행복해 보였다.

 

다음 생은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그 얘기에 나조차도 마음이 아득해진다. 그전에 지금의 생에 더 열심히 살아야 다음 생이 훨씬 더 좋을 테니 열심히 살아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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