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었다가 이번에는 영문판과 함께 양장판으로 다시 출판된 이 책은 작은 고전이라고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 나는 2003년에도 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가 처음으로 면접을 보듯 만나고 나니 신선하고 좋다. 아니 그냥 좋다는 느낌만으로 표현하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라는 영어 원 제목이 있지만 한글판으로 번역되면서 <내영혼의 따뜻한 날들> 또한 책을 다 읽고 그 후의 생각들과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그가 1925년에 태어난 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배경으로 쓴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웃고 울고 마음이 허전해지고 흐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드는걸 보니 정말로 ‘작은 고전’이 될 수밖에 없겠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의 주인공인 ‘작은 나무’는 5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인디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인디언의 생활을 보여준다.

바람의 향기, 바람의 소리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화를 내는 것인지 유혹하는 것인지 개소리로 속여 도망가고 있는 것인지. 방울뱀과 싸워 그 독을 치유하는 방법. 계절이 오는 소리, 계절이 멀어져 가는 향기까지 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인디언 생활의 모습은 흥미롭다. 인디언의 영화였던 몇몇의 장면들이 떠오르며 인디언 역시 역사의 한 흐름을 굴곡지게 장식했던 그 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디언들을 정부군이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발생한 행렬인 ‘눈물의 여로’.

“그것은 절대 아름다운 노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행렬을 눈물의 여로라 불렀다” -P137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먼 길을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 고개를 넘었지만 그 행렬중 3분의 1이 죽었지만 절대로 울지 않은 체로키인들은 그래서 눈물의 여로라는 말로 그 슬픔을 대신하고 있었다.

 

작은 나무와 함께한 많은 동물들 중에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는 링거의 죽음은 첫 번째로 찾아오는 독자의 눈물일 것 같다.

“나는 몸을 숙여 링거의 얼굴에 대고 나를 찾으러 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마인하다는 말을 했다. 링거가 내 얼굴을 핥았다. 신경 쓰지 마라,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 또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P241

소중했던 링거가 죽고 그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작은 나무는 이렇게 괴로울 것이면 앞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가슴에 품었던 것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뻥 뚫린 고통스러움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사랑하거나 품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며 할어버지가 해주신 얘기가 진리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아노는 것은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작은 나무를 위로해주신다.

 

인디언의 지혜들은 요즈음의 우리에게 다시 교훈을 주는 것이 많다. 우리는 취미로 사냥과 낚시를 하지만 인디언들은 취미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만 동물을 잡는다. 즐기기 위해서 살생하지 않으며 함께 생활해 나가야 자연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이 짝짓기를 할 때는 동물을 잡지 않고 짝짓기 한 동물들이 자라서 활동 할 수 있을 때까지도 살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추우면 무조건 엄살을 부리는 우리에게 인디언의 할아버지는 혹독한 추위도 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야 무언가 정리하고 보다 튼튼히 자라게 하는 자연의 방식이라고.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앞둔 것을 짐작하면서 작은 나무가 힘들어하지 않고 추운 겨울처럼 힘든 마음을 이겨내길 바라는 것 같다.

 

간혹 작은 나무도 귀여운 아이였구나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에피소드는 요즘 점점 더 깜빡하는 와인씨가 손자를 주기 위해 만든 노란 코트부분이었다. 손자가 큰다는 것을 깜빡하고는 와인씨는 그 작은 노란 코트를 계속 가지고 다니다가 이걸 버리면 죄를 받게 될 것 같아 고민이라는 말에 작은 나무는 그 죄를 덜어 들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입는 것은 어떨지 얘기하는 부분. 그 코트를 자주 입으면 입을수록 와인씨의 죄가 점점 가벼워질 것처럼 느끼는 (P521) 작은 나무의 깜찍하고 순수함에 입가에 웃음 두꺼워지는 페이지 무게처럼 번졌다.

 

작은 나무에게 생활의 모든 부분을 가르치며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를 학대하며 기른다는 이웃의 신고로 작은 나무가 교회의 고아원으로 갔다가 다시 그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작가 자신도 쓰면서 제일 행복하면서 또 가장 서글펐을 것 같다.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 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P663

 

할아버지가 떠나고 할머니까지 작은 나무의 곁을 떠나셨다. 작은 나무가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아마도 2년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의 삶을 얘기해주는 부분은 많이 담담하고 쓸쓸했다. 특히 할아버지도 아끼셨던 개, 블루보이와 함께한 마지막 페이지는 거의 십여 분 동안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삶의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자신을 아는 마지막 개의 무덤을 파야 했던 작은 나무, 그 모습을 힘없이 보아야 했던 블루보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여름날 오후에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같았다. 행복해 보였다.

 

다음 생은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그 얘기에 나조차도 마음이 아득해진다. 그전에 지금의 생에 더 열심히 살아야 다음 생이 훨씬 더 좋을 테니 열심히 살아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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