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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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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무슬림人인 것 같은 남자가 칼을 쥐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등장 인물들일이 확실한 그들의 그림에 깜빡 속아 넘어 갈 뻔했다.

<이슬람 정육점>이라니. 무슬림이 만지는 정육점은 또 어떤 것이며 피가 그려진 넓적한 칼에 그려진 선명한 피 때문이라도 이 소설은 스릴러이거나 제목이 주는 반어적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또 정육점이 우리에게 주는 인상은 그렇지 않은가. 쇠와 쇠 사이에서 썰어 나오는 소름 돋는 소리와 비릿한 숙성된 피 냄새. 그리고 선홍빛의 가게하며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커다랗게 걸려있는 고깃덩어리들. 스릴러마다 호러 영화마다 보여주는 그 장면들도 비슷해서 그렇게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몇 페이지를 들추며 읽다가 내가 표지에 속았구나 싶었던 당혹스러움. 이렇게 진지한 소설이었다니. 다시 작가의 이력을 살폈다. 그리고 책 소개를 살폈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눌러 살게 된 라마단 때는 금식을 하며 금요일은 무조건 휴일을 갖는 독실한 무슬림 하산,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나, 소설가 김유정이 말 더듬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자신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는 말더듬이 유정, 도무지 알 수 없는 맹랑한 녀석, 세상의 구라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리스의 하늘이 푸르다는 것만큼은 진실인 야모스 아저씨. 독설가이지만 세상의 인정은 가장 많은 안나 아줌마. 그리고 뭐든 분홍 코끼리가 지나간다고 말하는 열쇠장이가 어느 한 빈민가에서 엉켜 살아가는 이름 없는 다국적 국민들이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너무 잘 어울리는 지인 커플이 있었는데 몇 년을 사귀더니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둘 다 너무나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비슷해서 서로 보듬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내다 보니 그 비슷한 상처들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는 것이었다.

가슴의 상처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형상 총상을 입은 상처가 있는 나와 한국 전쟁 때 총상을 입었던 하산 아저씨와는 세대가 다르지만 비슷한 총상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소설을 시작하는 처음 문장과 끝 문장이 같은 <내 몸에는 의붓아버지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이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운명으로 엮어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라는 것만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하산과 나만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매번 이별 하는 사람처럼 아득하고 쓸쓸한 뒷모습을 지니고 있는 하산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은 결국 자신의 나라 터키로 날아가지 못하고, 야모스나 대머리 아저씨들도 전쟁과 관련된 상처들로 야모스는 그리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머리 아저씨는 전쟁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살아가야 하는 상처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만 모아 스크랩하여 나의 자의식을 찾아간다. 하지만 유정은 조금 다르다. 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던 날 유정에게서 보았던 그 사막.

 

“유정은 낙타도 없이 물주머니도 없이 홀로 사막을 걸었다. 그의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동행도 없이 사막을 가로질렀을 것이다. 사막을 관통하는 사람들은 가슴속에 사막여우의 귀처럼 확성기를 닮은 귀를 지녔다.” _P187

 

때로는 유정처럼 홀로 사막을 건너며 삶에 비워진 허기를 채워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가슴에 박힌 상처에 외로워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작은 상처 하나를 지니며 유정처럼 사막을 낙타도 물주머니도 없이 건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아저씨는 매일 신을 만나나요? 그런데 왜 저한테는 오지 않는 거죠?”

“ 신은 네 안에서 잔다. 신을 억지로 깨울 필요는 없단다. 눈이 부셔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지.” P207

 

나는 말한다. 그 희망이 언제 오더라도 잠든 동안은 깨어나리라는 희망이 있다고. 그래서 하산 아저씨가 나를 입양했듯 나 또한 이런 세계를 입양하기로. 그래서 어떤 현실이든 미래를 충동시키며 살아가는 것. 하산이 없어도 그의 몸속에 흐를 그의 의붓아버지의 피로 어떤 의미든 만들며 살아가리라는 것을 나도 알겠다.

 

문장마다 작가의 성격이 느껴진다. 그는 참 차분하고 고운 손을 가졌을 것 같은 작가다.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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