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 - 르네상스 메디치가부터 21세기 스타트업까지
미타니 고지 지음, 전경아 옮김, 이동현 감수 / 더난출판사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즐겨 보고 있는 웹툰 중에 무적핑크님의 <조선영조실톡>이 있는데 가끔 작가의 상상력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카카오톡의 기반으로 선조와 신하들, 정조와 그의 충신들 역사적 관점으로 픽션과 논픽션이 오가는 이 웹툰은 정말 그들이 이런 말을 오갔을 것 같은 그런 상황도 만들어줘서 재미난 요소를 한층 더 첨부하고 있다.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의 책속에도 시대가 다른 비슷한 두 사람을 끄집어내서 서로 펼쳤던 비즈니스의 얘기를 하는 것으로 만들어 놓은 “거인들의 오후”라는 코너가 있다. 그 이야기들은 그들이 이룬 비즈니스 성공 실화보다 재밌던 부분이 있었다. 이런 픽션이 때로는 딱딱한 이야기들을 부드럽게 한다고 할까. 거인들의 오후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주를 이루는 거장들은 르네상스의 메디치가부터 질레트, 자라, 월마트의 신화, 이베이의 탄생, 그리고 비즈니스 하면 떠오르는 잡스의 얘기도 다룬다.



 

200개의 기업, 70가지 비즈니스 모델들을 끌어와 140명의 기업가와 리더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들의 성공 실화들만 담지 않았다. 근간을 이루고 있었던 비즈니스 맨들의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냈고, 그것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잘난 사람들만 잔뜩 출연하는 영화지만 그들이 모두 다 부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일본인이 저술한 책이라서 한국인은 없어서 따로 출판사에서 한국 기업들을 만들어 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그 부분이 아주 재미있었거나 놀라울만한 부분은 아니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한류 비즈니스 모델의 선두주자인 SM”을 다룬 부분에서 슈퍼주니어 ‘한경’을 뽑은 과정을 넣은 부분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선택 같다. 한경은 슈퍼주니어를 탈회 했고 그 과정이 매우 소란스러웠다.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중국의 대규모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뽑은 멤버가 팀을 탈회 하면서 벌어졌던 소속사 갈등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유독 중국인이 SM으로 들어가면 탈퇴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할 뿐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만든 프로젝트가 오히려 중국인이 끼면 늘 말썽을 일으킨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기업인들 중에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온 사람은 아무래도 야후를 만들어 낸 제리 양의 이야기가 아닐까.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듯이 사업을 하는 동안 확장, 축소를 선택하는 부분도 타이밍이 있는 것이다. 한때 야후의 로고송이 귀에 감기었을 때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야후 사이트가 존재 하지 않으며 더 이상 검색엔진을 그곳을 통해 얻어낼 필요가 없어졌다. 구글의 탄생과 그 확장은 거대하고 견고해졌다.


 

해외여행을 나가면 가장 필요한 어플은 구글이다. 지금은 MAPS. ME와 같은 어플도 좋지만 그전에는 무조건 구글을 찾았다. 구글 만큼 정확인 길 찾기를 해주는 어플이 없다. 해외를 나가 여행을 하는 도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길 찾기이고 길을 헤매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도 많지만 소매치기로 무서운 지방에서는 새로운 경험 따위는 우주 밖으로 던져 놓고 싶다. 그때는 안전한 길 찾기 동무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는 구글 이였다.



 

 

야후가 놓친 것을 구글이 찾아내고 이제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MAPS. ME 어플로 인해 또 어떤 편한 여행이 펼쳐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저자가 찾아낸 시대를 앞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맨들의 얘기중 “질레트” 부분이다. 면도기에 이런 철학이 있었다니 놀랍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위해 생각했던 부분은 책 뒷부분에 잘 나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혁하고, 팀을 변혁하고 사업. 기업을 변혁해야 합니다. 고중에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다른 기업이 이미 걸은 길이 아닌 아무도 걷지 않은 새롭고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기에 경쟁전략상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P3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성실이 가장 아끼는 한 그릇
문성실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 아직도 이런 사람의 책을 만들다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07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리턱 - SNS 시대 맷집 좋은 기업 만들기
에릭 데젠홀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2015년의 전반부는 고개 숙인 반성과 사과가 화두가 되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연예인이나 정치, 경제의 인사들이 기자회견이 한 달에 서너 번씩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사과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바랬다. 특히 기업 이미지를 위해 더 발 빠르게 가지회견을 갖은 모 기업의 사장은 다른 기업의 부사장과 비교가 되는 기사까지 실렸다. 그들은 왜 그토록 용서를 바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를 했을까.




소셜 미디어를 적당하게 활용을 하며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회사들도 있지만 말 한마디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긍정적은 이미지를 모두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덕을 보거나 해를 당하는 경우는 연예인들에게도 많이 일어난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은 그들은 작품 홍보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렉 데젠홀의 책 [유리턱]은 앞에 열거한 일들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그리고 예전에 활용했었던 부분들이 이제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는 스캔들은 쉽게 잊고 사라졌지만 요즘에는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라졌다가 문제가 터지면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과 양상들을 1부에서 다루고 있다. 그 1부에 대한 대안과 해답을 찾아가는 곳이 2부의 내용들이다.

얼마 전 이재용 부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과에 대한 기사를 읽는데 그곳에서 나는 효과적인 사과의 기술이라는 기사를 보며 그들의 하는 행동에 대한 것들은 모두 계획적이고 계산적이라는 생각에 좀 씁쓸했다. 그런데 그 기사에 있는 효과적인 사과의 기술이라는 방법이 이 책에도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심된 사과는 기본을 깔고 간다지만 그 사과의 포인트와 시기를 어떻게 맞춰야 할 것인지 나와 있다.


사과에도 적절한 시기와 타이밍이 있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본다면 요 근래에 생방송으로 전 국민에게 사과를 했던 유승준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는 13년 만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했고 13년 동안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대한민국, 태어난 나라로 다시 가고 싶다는 심정을 얘기했다. 하지만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한 부분이 훨씬 많다. 미국 영주권을 얻어 그동안 잘 살고 있던 그가 왜, 어떤 이유로 이제 와서 저런 눈물을 흘리는 사과를 하는지 대부분은 그가 가엽다는 생각보다 그 행동의 이면에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뿐이다. 그가 자신의 스캔들에 대한 자세를 현명하게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고국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8가지 원칙이 나오는데 그것보다 나는 배려가 있는 기업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기 원칙을 외우며 관리 할 것이 아닌 기업도 사람이 만들어 내는 곳인데 왜들 그렇게 나만을 위한, 나를 변호하기만 바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이 쓴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의 고향 얘기를 많이 썼더니 때로는 고향 사람들이 자신의 방문을 싫어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좋은 얘기로 고향이 묘사되면 좋겠지만 간혹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과거가 책으로 나올 때는 싫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또 뭘 찾아 쓰려고 고향에 왔을까,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고향에 살면서 고향 얘기를 쓰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밖을 다닐까 걱정을 해 봤지만 한창훈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토록 쿨 한 남자에게는 그런 걱정 따위는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그의 소설만 읽은 터라 이토록 쿨하고 시크한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나도 모르게 웃으며 읽게 되었다.



<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의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의 제목이 왜 [나는 왜 쓰는가]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의 소설과 에세이 등의 글쓰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좁은 소견을 가져 본다. 만약 왜 제목을 이렇게 바꾸셨냐고 물어 본다면 그는 어떻게 대답할지 사실 눈에 좀 그려진다고 할까.

혹여 소설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고른다면 크게 후회 하겠지만 분명 다 읽고 나면 그가 살고 있는 섬 밖에서 출렁이는 파도처럼 어떤 감정 하나는 분명 건져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가 소설을 쓴다는 것,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이 뭐 특별하겠는가.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그의 말을 빌면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는 남들이 돈을 주지 않는 일기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남들이 일할 때 그도 그 시간에 글을 쓰는 전업 작가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어떤가? 고뇌하며 새벽을 맞는 작가의 수척해진 모습을 떠 올리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들이 잘 때, 그도 잠이 드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그런 작가란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딸도 가정신문에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그런 부분이 있다. 직업이 소설가인데 소설 쓰기를 굉장히 싫어하고 밤새우면서 쓴 적이 없는 작가라고. 글을 왜 쓰냐고 하는 부분에 원고료를 받기 위한 일이라고 답하면 뭔가 삭막해 보이고 새벽에 감성이 풍부해져 글을 쓰는 작가의 고뇌에 찬 모습을 떠 올리며 그를 생각해보면 뭔가 참 깍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가 고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거지처럼 혹은 부랑자처럼 보이는 사람과 형과 아우가 되어 그와 술잔을 기울인 일화들을 보면 절대 속물처럼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 응원했다가 그 상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단념 시키려고 그 형을 다시 찾아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머릿속에 지었다가 부수었을까. 자신의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사랑의 허무함을 얘기해야 했던 그날 밤은 참 슬펐을 것 같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그의 살가운 집안 얘기들은 읽는 동안 한 여름의 바다처럼 빛이 나고 겨울 바다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의 얘기에는 그가 소설가로만 활동했던 얘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그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운영하기 보다는 장사를 하는) 주인이었고 바다를 오가는 어부도 되었다가 단출한 배를 모는 선원도 되어 그의 나이테를 만들었다. 그때 만났던 그의 지인들은 그에게 좋은 영양분을 주어 글을 쓰게 해주었고, 그는 그 모든 것들을 그냥 바다 속에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참새를 굽기 위해 연탄불을 피웠던 것처럼 그의 삶의 모든 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글 속에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에세이를 읽는 동안 이토록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구나, 소설가가 쓰는 에세이란 이런 것이라며 모처럼 나는 정말로 좋아하게 될 작가를 만나 설레게 되었다. 그가 앞으로 내 놓은 얘기는 또 얼마나 짙은 바다 냄새를 몰고 올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06-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창훈`이란 작가님의 이야기를 서재에서 많이듣게 되는것 같아요 야나님을 시작으루 보슬비님두 또 오후즈음님까지의 설레이는 마음들이 제게도 전달되는것 같아요 ㅋ 그래서 저는 오늘 `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를 받기로 했는데 무지 기대가 됩니다 ㅋ

오후즈음 2015-06-25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을 고민하다가 안사고 못 읽었거든요. 정말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사서 읽고 싶을만큼 너무 매력적인 분이십니다. ㅋㅋ 완전 빠졌어요. 요 앞전에 읽은 박상미님의 에세이를 읽고 정신이 좀 지쳤었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역시...글은 이렇게 쓰는거지 그러면서 읽었네요. 강추입니다! 물론 4부로 구성된 1,2부만 좀 잼있고 3,4부는 좀 그냥 그랬어요

해피북 2015-06-25 12:53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의 뜨거운 반응에 전염되었나봐요ㅋ 막 설레이구 빨리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자산어보 다 읽게되면 이 책도 읽어볼께요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긴 여행의 여독이 지독하리만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밤에는 눈이 멀뚱멀뚱 떠지고 낮에는 병든 닭처럼 졸다가 깨다가를 몇 번을 계속하면 다시 불면의 밤을 맞이했다. 그래서 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주 천천히 읽던 중에 이름도 몰랐던 어떤 연극배우의 죽음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3개월 전에 이사 간 그 고시원에서 사망한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박상미 작가가 쓴 사적인 도시라고 말하는 뉴욕을 떠 올렸다. 이런 쓸쓸한 생각에 그저 뉴욕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2006년부터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만들어진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지만 무지하고 부족한 내게는 나에게 시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가수 양희은의 유행어도 함께 떠오르며 “이 책의 의도는 뭐니?”

구반포에서 초등학교와 대학교까지 나와 졸업 후인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살면서 느꼈던 일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색은 화이트였다. 하얗고 하얀, 정말 어떤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는 도중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고 이내 내가 만약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느끼는 에세이를 낸다면 어떤 것들을 쓰고 그려 내고, 편집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뭐든 다 말하는 것이, 똥 싸고 오줌 싸고 방귀 뀌는 걸 다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노출함으로써 솔직함에, 진정함에 다다르고자 한다면 그것은 핵심을 벗어난 일이 될 것이다. 일이 핵심에서 벗어나면 부패한다. 매 순간 치열하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도록 노력함으로써 어디선가 그 솔직함이 그보다 위대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솔직함의 의미이고 핵심이다.” P56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편집이나 에세이의 방향이 어쩌면 이런 똥 싸고 오줌 싸는 아주 사소한 것의 솔직함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함이라 할지라도 저자의 책에 대해 이런 부분은 한번 쓰고 싶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시간 순으로 모아 편집했지만 저자가 정말 사소한 자신의 도시 뉴욕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좀 더 쉽게 다시 풀어 썼다면 어땠을까. 갱스터가 있는 뉴욕의 어느 후미진 골목이나 우리가 모르는 뉴욕의 또 다른 색깔을 가진 모습은 없고 그저 예쁘게 차려 입고 테이크아웃 한 커피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화려한 커리어 우먼만이 이 책에 우뚝 서 있을 뿐이다. 그녀의 필모 그라프 속에 익숙한 소설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줌파 라히리의 책들을 번역한 번역가였다. 그런 그녀라면 더 맛깔 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은 무지한 독자의 기대일 뿐일 것이다.


걸어본다 시리즈중 이광호의 용산이야기와 강석경의 경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 도시에 몰랐던 매력에 빠져서 버스를 타고 그 사소한 도시들을 탐색하러 나가고 싶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속 용산의 밤의 모습은 또 이런 맛이 있었다니 놀라웠고, 늘 해외에 나가 야경에 취해 어쩔 줄 몰라 했던 시간이 서울에도 있었다며 기뻐했었다. 그리고 경주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뉴욕은 그런 정겨움이나 기대들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기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

책을 쓰는 뭘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P87~88

그녀가 지독하게 사적인 것으로 시작된 뉴욕 살이의 모습이 너무 사적인 것으로만 남은 것 같아서 다소 아쉽지만 문득 그녀의 멋진 모습처럼 한번은 그렇게 뉴욕에 여유를 부리며 바쁜 사람들 틈을 걸어보고 싶어지긴 했다. 높은 빌딩은 서울도 많지만 뉴욕의 공기는 또 어떻게 다를까. 한번도 미국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안했는데 문득 나의 세계여행의 지도에 동그라미를 한번 쳐 놓았다. 뉴욕에서 사색이라니, 참 허세스러운 생각을 걷어 들여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