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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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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 정도를 여행한 친한 언니에게 “당신에게서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 본적이 있었다. 왜 이토록 떠나야 하는지 물어 보자 그녀는 여행이라는 단어보다 어느 한 나라의 소도시 이름을 듣는 순간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시는 연애는 못할 것 같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다가도 가슴 뛰는 이상형을 만나는 것, 그래서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날들을 맞이하는 열병을 앓아서 나도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순간이 오는것 같다고 했다. 그 두근 거림은 여행책자에도 한 줄로 설명되어 있는 작은 시골 골목길을 만났을 때 생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골목길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니 가슴 뛰는 날들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꼭 이렇게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상은 늘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없다가도 있기도 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면서 작가이기도 한 밥장님의 [떠나는 이유]는 그가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에게 던지는 아홉 개의 단어들을 제시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가려고 했던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함께 자연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그 공간을 공유하는 것, 그렇게 삶의 시간을 나누고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일상의 행운일지 모른다. 그리고 돌아와서 혹은 여행을 하는 도중 남겨 놓았던 기록들은 그 작은 행운들을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한때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었다. 물론 그 부러움의 크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 지금도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에게는 참 위대한 작가 김훈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이들은 이런 밥벌이가 놀러가는 것처럼 여행을 즐기고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가. 하지만 유럽의 8일 이상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있었던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몇 달간씩 여행을 한다는 것을 부러워했다가도 안락한 나의 낡은 침대를 발견하는 순간 그 부러움이 모두 사라진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돌아갈 곳에는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침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가장 위대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나도 일주일 정도 버터 냄새만 가득한 면 종류 혹은 볶은 밥을 먹고 나면 늘 그리운 음식이 하나가 있다. 집에 돌아 왔다고 느끼는 것은 MSG 냄새가 가득한 라면 냄새이다. 무거운 캐리어 가방을 거실에 놓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 집에는 라면을 사 놓고 먹지 않는다. 그만큼 즐겨 먹지 않는다.) 제일 매운 맛으로 라면 하나를 사와서 끓여 먹는 일이다. 적당히 잘 익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삭한 소리가 나는 김치와 함께 라면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긴 여행이 끝이 나서 집으로 돌아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자처럼 나 또한 컴백 기념은 라면 한 그릇이다.




지난해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오사카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그때 여행 스케줄을 짜면서 정말 힘들었던 것은 모두의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첫날 한국에서 빡빡하게 짜온 일정을 소화를 다 하느라 힘들었던 그날들을 생각해보니 왜 우리는 지도를 놓고 스케줄 표를 놓고 길을 잃는 여행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안타까웠다. 물론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가져 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길을 놓치며 만나게 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를 왜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블로그들의 여행 리뷰를 통해 마치 그 골목을 찾아 갔던 것도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친절한 리뷰가 많지만 어쩌면 그것은 때로는 진짜 여행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패키지여행이 싫다며 자유여행을 떠나보지만 우린 결국 <론리 플래닛>을 철석같이 믿거나 스마트폰으로 쉼 없이 검색합니다. 뻔 한 길을 가면서도 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여행은 어쨌든 달라야 하기에 허풍만 늘어납니다. 낚시꾼들이 자기가 잡은 물고기가 더 크게 보이게끔 카메라 쪽으로 팔을 쭉 뻗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론리 플래닛>을 버리고 블로그에 소개되지 않은 길로 가야 ‘초행자의 행운’이 찾아옵니다. 행운은 우리가 길을 벗어나길 바랍니다.” P37



여행은 안전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가면 안전하지 못해 큰일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누군가 그 길을 걸어가 보고 괜찮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그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길을 잃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어느 곳에서 반짝이고 있을 행운을 믿으며 지도와 스케줄 표를 가방에 집어넣고 무거운 카메라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진짜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같이 시장에 나가 오렌지를 팔기위한 애썼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지만 그것을 탓하지 않고 맛있는 밥(하지만 그 밥은 사실 특별하지 않는 그런 그냥 집 밥)을 먹으며 흙탕물 같은 강물에 비린 손을 씻고 맨손으로 밥을 먹어도 전혀 비위 상하지 않았던 그 순간은 어쩌면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운일지 모른다.



나는 작년에 갔다 온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 가수 “수지”를 좋아해서 한국 이름을 수지라고 지었다는 열여섯 소녀는 수지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자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소녀의 해 맑은 웃음으로 오랫동안 일정으로 힘들었던 우리를 웃게 만들어줬다.


쉬린제 마을에서 만난 그녀도 내가 터키를 가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었다. 터키가 좋아 오랜 여행 끝에 터키인과 결혼을 하고 무슬림이 되었다는 그녀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서 선물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소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그녀 때문이라도 터키를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떠나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여행은 사진이 아니라 사람을 가슴에 남겨 가는 것이었구나. 그런 여행을 왜 오랫동안 해보지 못한 것일까.



설 연휴 때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한 지인의 카톡에는 홋카이도 책과 함께 이런 글귀가 써져 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아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상이 지겨워서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떠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떠날 이유를 찾느라 떠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떠남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슴이 뛰길 원해서 떠난다는 언니처럼, 때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친구처럼 저마다의 이유와 함께 길 밖을 나서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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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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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아니었다면 나의 책 읽기는 얕은 시냇물같이 흘러갔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감상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두 남자의 얘기에 때로는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때의 문학 토론 동아리를 떠올리게 됐다.





혈기 왕성한 나이의 토론장이라서 모두 자신의 얘기에만 집중하게 됐고, 혹여 자신의 공감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로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친구와 며칠 서먹하게 되었던 날들은 우리가 타인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토론 할 줄 모르는 사회에 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간 자신이 읽은 책의 리뷰를 묶은 서적들을 많이 읽으면서 한 사람의 느낌만 받았다면 팟케스트로 듣게 된 두 사람의 책 이야기에는 존중과 공감, 배려가 함께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형태를 알려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자신의 얘기가 먼저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한 작가의 대표작을 두고 얘기 할 때도 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그동안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소개된 총 7개의 소설은 모두 외국 소설이다. 그중에 단 한편 동양소설 하루키의 책이 들어가 있고 대부분은 유럽권 소설이다. 벌써 100회가 넘은 빨간책방에 그동안 수많은 비소설과 소설이 소개 되었지만 그중에 엄선된 그들이 택한 총 7권의 책은 그냥 책을 읽는 형태로 지나치지 않는다.

간혹 책을 읽지 않고 팟케스트를 들을 때가 있어서 다음에 그 책을 읽는데 분명 알고 있는 반전 내용 때문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듣지 않고 책을 먼저 읽고 듣는 경우도 있는데 어쩔때는 먼저 듣고 책을 선택해서 읽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둘다 책을 읽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읽고 들을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두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뒷얘기를 알고 계신건지) 두 번째 팟케스트를 통해 듣고 책을 읽게 되면 훨씬 풍부한 사전지식을 통해 몰입도가 생기기도 한다.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파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부분도 소개해준다. 무엇보다 영화 평론가로 있는 이동진 기자님(나는 기자라는 호칭이 더 입에 착 붙는다)이 하나의 작가를 통해 확장되는 이야기는 듣고 있노라면, 이 남자 정말 참 많이 알고 있지만 잘난 척하지 않아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네티즌이 쓴 덧글이 생각이 나는데 누군가 이동진처럼 영화 평론을 하려면 이동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정말이다, 그는 정말 많은 책을 보유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집에 만권 이상의 책이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책을 다 읽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방대한 지식을 팟케스트를 통해 쏟아 낸다.


그들이 꼽아 놓은 7편의 소설 중에 가장 마음을 쫀득하게 했던 소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두 사람이 바라본 인연과 운명의 얘기에 한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도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우연은 찾아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이고 찾아내서 의미를 붙이는 사람이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수많은 우연이 있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조립해서 우연으로 운명을 만들고 필연으로 만드는가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삶의 태도일 거예요. 그것이 자기 인생을 꾸리는 방식이니까요.”P9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김중혁 작가의 말



“사랑이란 꼭 그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것” P8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동진기자의 말.




책을 한권 읽을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팟케스트 <빨간책방>을 통해서 들을 때마다 지금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 것인가 한번쯤은 점검을 하게 된다. 간혹 블로그를 통해 올리는 책 리뷰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표면적인 읽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좋아해서 열 번을 그 책을 읽었다는 김중혁 작가처럼 나도 그렇게 곱씹어 놓을 수 있는 책을 읽고는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읽고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 알았으니 깊은 맛을 느끼는 책 읽기를 다시 해야 할 듯 하다.



두 남자의 수다가 정겨운 빨간책방에서 골라 놓은 한국문학 소설들은 또 어떤 것들일지 궁금하다.







친구가 빌려가서 가져 오지 않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빼고는 총 여섯권의 책이 다 있다니, 놀랍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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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프 - 간결한 소통의 기술
조셉 맥코맥 지음, 홍선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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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작가님의 얘기를 들었던 강의가 떠오른다. 드라마를 쓸 때 5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그 5분 동안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핵심이 보여줘야 하고 나오는 주인공의 성격과 그 주변인물간의 관계를 알려줘야 하고 무엇보다 임팩트 있는 첫 장면과 대사를 통해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작가가 가장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즉 핵심을 담은 요약본이 드라마 시작 5분 동안에 간결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 아침 연설에 쓰러져 나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건강하지 못함을 부러워했었지만, 늘 왜 저렇게 교장 선생님들을 할 말이 많을까 궁금했던 적이 훨씬 많았다. 짧게 말하셨던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학창 시절을 보낸지라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 늘 간결한 회의를 진행하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사회생활에서의 축복 중에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간결한 소통의 기술 [브리프]라는 책을 통해 그간 간결한 말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왜 임팩트 있는 말을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사실 그들도 혹 그때 그 교장 선생님들은 간결함을 원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을 다 쓰셨던 것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느끼는 사람의 상대적인 시간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 “간결하다는 것은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길다고 느끼는 가죠"

그러니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 속지 마라. 시간을 최대한 아낄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P 27

간결한 대화, 프레젠테이션, 문장과 글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모두 무조건 짧게 줄이고 써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얼마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즉 무조건 짧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 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메시지를 충분히 잘 전달하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심금을 울리는 간결함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


<브리프>는 회의에서 표현할 간결함을 찾는 방법이나 대화를 할 때 또한 간결함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극대화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 또한 간결하게 전달한다면 좋은 소식은 상상을 함으로 더 좋아질 수 있고, 나쁜 소식은 간결하게 전달함으로 상대방의 슬픔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실행 편에서는 간결함의 원칙을 알려주고 있는데 회의 자료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제목 헤드라인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이 모든 간결함은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미디어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너무 긴 침묵은 진실을 알려줄 수 없지만 많은 말들은 진실을 감추어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친구들은 늘 말실수를 하는 것을 느낀다. 조금 더 신중하게 한마디를 했다면 그 친구가 쏟아내는 무수한 말의 상처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나는 너무 많은 말로 누군가의 상처를 줘서 속상하게 한 적은 없는지 반성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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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5-02-1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되게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의외로 언니 별점이 짜서ㅋㅋ 더 검색해보고 결정해야겠다 싶어져요ㅋㅋ

오후즈음 2015-02-13 23:5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점수가 좀 야박했나?
사실 좀 너무 뻔한 얘기들이라서 말이지..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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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이 배라며 사달라는 조카의 소원으로 백화점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적당한 가격과 비주얼이 있는 레고를 하나 사왔다. 같이 맞춰 보자며 한참 조립을 했지만 성질 급한 조카는 빨리 배가 만들어지지 않아 답답해했다. 빨리 가지고 놀고 싶은데 완제품이 아닌 조립 제품을 사가지고 왔다고 동생의 타박을 받으며 한참 조립을 하는데, 조카가 땀 흘리며 애쓰는 이모를 걱정하며 말했던 단어 하나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립을 잘하지 않으면 배가 가라앉는다며 기다림을 강조하는 나의 말에 조카는 배가 가라앉는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물어 보았다. 나는 배가 물어 빠진다고 다시 설명해주니 그때 조카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세월호처럼?”




그때, 나는 한 달 동안 텔레비전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던 그 단어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 나를 발견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랬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빨리 되어야 하고 자신이 몰았던 배를 버리고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선장이 처벌 받아야 하며 아직 물속에 남아 있는 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남겨진 숫자의 아픈 사람들이 빨리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했다. 그리고 저 너머로 넘어가 있는 진실이 우리 앞에 도착하기만을 원했던 그 순간을 이렇게 빨리 잊고 말았다. 어쩜 세월호는 한 나라의 가장 가슴 아픈 현실과 직면한 슬픔이면서 나에게 직접 닿지 않는 아픔이란 생각에 나는 너무 쉽게 잊었던 것일까.




“ 내가 철저히 그녀의 고통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한들 세상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과 그 고통이 담긴 타인의 몸이 있다는 걸 알았다. ” P 19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나처럼, 한 나라를 책임질 수장은 배를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선장처럼 책임감 없는 신년 새해 연설을 했다. 그분도 나처럼 자신의 가슴 아픈 고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눈물을 흘리며 두 손 꼭 잡고 당신들의 아픔을 안다는 그때의 잠깐의 모습은 진실이었을지 몰라도 너무 쉽게 그 눈물 자국을 지워버렸다.


나와 같이 쉽게 잊는 사람을 위해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소설가, 시인, 문학 평론가, 언론학자와 정신 분석학자까지 쉽게 잊으면 안 될 그날의 얘기를 다시 들려주고 있다. 이토록 얇은 책이 이렇게 무거운 얘기로 나에게 말해줬다. 나의 망각의 곡선 끝에 자리 잡은 그날의 일들을 다시 얘기해주고 있었다. 너무 쉽게 잊으면 안 된다고 혹은 잘못된 진실이었다면 다시 고개를 들어 차디찬 겨울에도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그들의 시린 손을 기억해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분은 분명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고 최선을 다해 구조에 나서겠다고 말했었다. 배의 꼬리가 점점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기도했을 것이다. 정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구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단 한명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살아오지 못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온 몸의 온기를 다 빼앗기고서야 모습을 보인 그들을 위해 남겨진 사람들은 진실에, 거짓된 눈물에서 눈 떠야 하지 않을까?



“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 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손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P65 / 박민규_ 눈먼 자들의 국가




어느 날 세월호에 관련된 기사를 읽으며 분노했던 마음이 덧글을 읽으며 우울해졌다. 어떤 이가 써 놓은 덧글에는 이제 그만 세월호 얘기를 하라고 했다. 이정도 했으면 됐다고, 지겹다고 했다. 대체 지금의 일이 어느 정도껏 해야 하는 일인지 누가 정해 놓은 것일까. 한 달, 석 달, 일 년이 지나면 그 정도껏에 해당이 되는 것일까. 남이 죽는 것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라지만 지겹다는 말은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진실에 대해서는 응답을 해야 하고 타인의 슬픔에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P230)" 우리가 예의를 갖춰 잊지 않아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진실이 수면 위로 모두 올라올 때까지, 그 시간이 무거운 어깨를 누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함께 지켜봐 줘야 하는 예의를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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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4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4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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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길의 감식가야 평생 길을 맛 볼거야. 이 길은 끝이 없어. 지구의 어디라도 갈 수 있어> - 영화 <아이다호>

 

 

 

 

후미진 골목을 돌면 불현듯 나타나는 고양이, 언덕을 오르면 주차된 자동차 밑에 반짝이는 작은 두 눈동자,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해 좋은 날 빌라 난간에 누워 잠을 청하는 고양이를 마주칠 때마다 아이다호의 기면증에 걸려 누워 잠이든 리버 피닉스가 떠오를 때가 있다. 고양이야 말로 길의 감식가가 아닐까.  

 

이곳으로 이사 온 날 그달에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하지 않았다. 이삿짐을 풀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니 꽁꽁 얼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로 건들고 있는 노랑 고양이를 보았다. 모든 것이 다 꽁꽁 얼어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단단하게 얼어 있었고, 녀석의 발톱으로 생채기를 내지도 못하였다. 집으로 들어가 녀석에게 국물용 멸치를 가져와 바닥에 뿌려 주었다. 나는 녀석이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몇 마리 던져 놓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저녁쯤 나와 보면 멸치는 없었다. 녀석이 먹었는지 다른 길고양이가 먹고 갔는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때부터 나는 녀석을 아주 가끔 볼 수 있었고 내가 나오면 후다닥 도망을 갔다. 어느 날부터 아주 조금 간격이 좁혀졌다. 도망은 가지만 정말로 아주 잠깐 내가 또 뭘 놓고 가는 것인가 확인을 하고 도망을 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녀석이 나를 의식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삼 개월이 흘렀다. 이쯤 되면 나와 녀석이 좀 친해질 것도 같은데 그때쯤인가부터 녀석이 안 보였다. 여전히 멸치는 사라지지만 나와 눈인사를 딱 한번 했던 그 노랑이 녀석은 안 보였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읽고 길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나도 길의 감식가라는 길고양이 친구를 하나 만들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처음 이사와 마주친 녀석을 나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었나보다. 그 추위를 견뎌 이제 봄이 왔는데 녀석은 길고양이의 습성처럼 영역을 옮겼는지 혹은 고양이 별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명랑하라 고양이>속에 처음 등장하는 “언제나 옳다”는 노랑 고양이 ‘바람이’의 등장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가 처음 정을 주었던 그 노랑이 녀석이랑 너무 닮았던 녀석이라서 더 반가웠다.

 

 

 

작가가 서울 생활을 접고 어느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만난 길고양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은 이번 책은 지난번과 같이 계절별로 고양이들의 생활을 기록되어 있다. 화사한 봄을 지나 반짝이는 여름, 쓸쓸한 가을을 스쳐 눈처럼 사그라지는 겨울 속에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며 인간과 똑같이 삶을 살아가고, 자식을 낳고 자식이 올바로 자랄 수 있도록 지극정성 길러내는 모성애로 짧은 생애를 마치는 길고양이들의 얘기. 이것이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일지 모르겠다.

 

 

책속에는 우리의 삶과 똑같이 살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더 모질게 혹은 느긋하게 때로는 더 간절한 그들의 생활. 묘생이 전쟁일수록 더 많은 새끼를 낳아 희박한 생존율을 이겨낼 고양이를 낳는다는 축사 고양이들, 마치 애완견처럼 주인 할머니와 산책을 가고 배웅을 가거나 할머니가 마응 회관이라도 가시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달타냥.<녀석이 삼총사의 그 달타냥이 아니라 하도 담을 넘어 여기 저기 쏘다니기 때문에 지어 주었다는 이름>, 자식을 낳고 어마라서 투정도 못 보리는 까뮈네 식구들. 이런 접대냥을 꿈꾼다면 여기 있다며 보여주는 봉달이, 봉달이를 따라 같이 뛰는 덩달이, 어미이기 때문에 섭씨 30도를 넘어도 긴 행군을 이어가며 자식들에게 먹이를 나르는 여울이, 전원 고양이들 얘기로 마치 그 마을만 가면 만나서 인사라도 나눌 것 같은 다정함이 생긴다.

 

 

내가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노랑이 녀석처럼 ‘바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할 만큼 많이 속상했다. 녀석 그냥 그 집에 좀 빌 붙어 있지 어디를 며칠 동안 다녔는지 살도 다 빠져 나타나 그렇게 슬픈 모습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냔 말이다.

 

 

시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달나냥을 만나서 좁을 길을 걷고 싶고...(나쁜 고양이는 없다에서 달타냥의 죽고 말았다.) 덩달이와 함께 개울도 걷고 싶고, 전원 고양이들과 인사도 나누고 싶다.

올 겨울도 참 춥다는데 우리 동네 고양이들 얼지 말고, 죽지 말고 봄이 오길 견뎌 내주길. 명랑하게 살아주길.

 

 

 

 

 

 

바람이가 작가의 집에 도착했다. 밥을 먹거나 혹은 먹고 나서 하는 행동.

 

 

 

 

요런 귀여운 길고양이인 바람이.

 

 

 

 

바람이가 죽고 바람이가 걸어 다녔던 길목에 바람이를 묻어 준곳.

그때 심어 주었던 민들레는 올 겨울을 견디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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