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토요일입니다. 지금 시간 오후 3시 39분, 바깥 기온은 28도 입니다. 더운 토요일 오후 편안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아침에 멀리서 태풍이 생겼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태풍 쁘라삐룬이 월요일에 도착할 거라고 하는데, 7월 시작하면서부터 태풍이!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지만, 장마가 시작되어서 그런지 무척 습도가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온이어도 습도가 낮으면 햇볕이 무척 뜨거운 날에도 집안은 많이 덥지 않지만, 습도가 높은 날에는 집안도 더운 느낌이 많이 듭니다. 오늘도 비가 올 것 처럼 흐린 날에서 햇볕이 조금 밝았다가, 다시 흐리기를 조금씩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날에도 자외선 지수는 6인데, 이 수치도 나쁨이라고 하니까, 흐린 날이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요.
어제는 금요일이었고, 내일이 30일, 그러니까 6월 마지막 날이지? 이런 걸 생각했는데도, 오늘 날짜에 계속 29일이라고 쓰는 거예요. 앗, 29일은 어제랍니다. 하고 다시 줄을 두 번 긋고 고쳐쓰는데도, 다시 또 29일이라고 쓰는 데다, 내일은 7월 1일이야, 하고 생각해도 내일은 일단 일요일이니까 월요일부터 1일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한 번 착각이 생기면 머릿 속에서 계속 착각을 하는 거구나, 그런 느낌 비슷합니다.
더운 날에는 사람도 힘들고, 식물도 시들시들합니다. 다육식물은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고생하는데, 이제 덥고 습한 날씨가 많아지고 있어서 당분간은 물을 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습도가 높아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조금 전에 지나오면서 봄에 꽃이 피었던 모란 나무에 모란 아닌 다른 꽃이 보여서, 얼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래쪽으로 다른 꽃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모란 꽃은 아닌데, 모란 잎 사이에서 노란 꽃을 보고, 너도 햇볕 잘 드는 곳으로 가고 싶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실은 별생각 없이 살지만, 가끔 어떤 생각들은 한 번 찾아오면 머릿 속에서 조금 오래 채울 때가 있어요. 좋은 것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은 결과도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쪽으로 가면 여기로 가고 저기로 이어져서 어디로 가겠지, 같은 생각을 하는데, 어? 왜 여기가 나오지? 이런 기분. 아니면 네비게이션처럼 가라는 대로 갔는데, 어? 왜 이쪽으로 가라고 하지? 같은 기분. 때로는 도착하고 보니까, 응?? 여기가 아니라고? 저기 다른 동에 있는데 잘못 온 거라고? 같은 기분이 될 때도 있습니다. 올 때까지 정말 다른 단지의 아파트에 갔다는 걸 몰랐어? 하고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 되기도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것도, 자기 입장이 되면, 근데 왜 여기로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비슷한 기분이 됩니다. 아, 몰라몰라, 어디서부터 잘못왔는지.
가끔은 실패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실패가 경험이 될 것 같은데, 실은 실패의 감정만 계속 반복해서 떠올릴 때도 있고, 지난번에 실패해서 힘들었어,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실패하기 싫다거나 또는 실패는 무섭다는 이유로 방향을 잘못 설정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실패가, 또는 반대로 모든 경험이 다음에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 몇 년 전의 일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이 비슷해보여도 미세한 차이로 결과로 가는 방향을 다르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아주 사소해서 잘 보이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방향을 바꾸고, 큰 영향을 주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고, 검토해보고, 생각하기는 싫지만, 패배의 경험을 다시 돌아보면서 알게 됩니다. 다음에 또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이번의 실패 경험이 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한 번의 성공이, 한 번의 실패가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도 있지만, 길게 보면, 그 한 번의 성공이 일회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해야 할 것들이 많고, 한 번의 실패를 통해서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돌아보는 시간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시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많이 알면 많이 보이고 많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은 이전에 온 것들이 되풀이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건 아닐 때도 있습니다.
어느 날에는 잘 했던 것들을 이제는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생기고, 대신 전에는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잘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 언제쯤 지나고 나면 다시 낯설어지는 것처럼, 매일 매일은 어제에서 이어져있어도 어제 그 자체는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세요, 라는 말을 듣었다고 해도, 지금 꼭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것처럼, 지금 이라는 시간도 돌아보면 아 그런 시간이었구나, 하는 것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매일의 일들은 지금은 잘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고, 하나의 일들을 하기로 하고, 잘 되기도 하고, 잘 되지 않기도 하면서, 그래도 합하면 플러스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이 됩니다.
이전에 몰랐던 것들을, 이전에 알았지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을 다시 만날 때마다, 요즘은 그 떄는 이런 말이라는 걸 몰랐네, 같은 기분이 됩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때의 느낌이 있었을 거고, 그리고 지금은 지금의 느낌이 있는 것이지, 그 떄의 느낌이 틀렸고, 지금의 느낌은 맞다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때는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지금은 시기가 지났을지도 모르지만, 때로 어떤 일들은 되풀이되고,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와도 그 때와 비슷한 선택을 하면서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페이퍼를 쓰기 시작한 시간보다 조금 더 바깥의 햇볕이 환해졌습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도 저녁이 되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앗, 덥겠다, 그런 생각 하다가도, 어느 자동차 아래에서 더운 햇볕을 피하는 고양이를 보면 저쪽이 더 덥겠어,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너(그러니까 제 자신)도 무척 더워보인다는 것을 거울을 지나갈 때엔 한번쯤 생각합니다.
더운 날씨인데, 태풍이 오고 있어서, 조금은 걱정되는 주말입니다.
이름이 낯선 태풍님이 무사히 잘 지나가주기를 바랍니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