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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링링이 가까이 지나가고 있는 오후예요. 밖에서 바람소리가 크게 들리고 나무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요. 그래도 한시간 전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오전부터 뉴스를 보고 있는데, 바람이 부는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어요.  

 즐거운 주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나를 망치는 나쁜 성실함 : 인정투쟁, 완벽주의, 강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법> 이라는 전민재 작가의 책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썼습니다. 

 

 이 책은 중간까지 읽은 책이라서 전반적인 내용이라거나 후기를 쓸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읽다가 이부분을 손글씨로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

 

 오랜만에 쓰는 손글씨라서 오래 걸렸는데, 그래도 많이 틀리지 않고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손으로 쓸 때는 한 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키보드로 타이핑 하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알라딘 본투리드 노트에 네임펜(F)로 썼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오후입니다.

 어딘가로 향하는 커다란 바람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주었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내가 발견한 진실은 이전에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소원해진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연락이 뜸했던 친한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듯 시간 날 때 잠깐이라도 내면의 자기와 접촉하는 것이다. 대신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자전거나 언어를 배우듯이 습관처럼 해야 한다. 특히 못나고 보기 싫고 그래서 두려운 나와의 만남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사실은 그 만남이 싫어서 정신없이 무언가에 빠져드기도 하고, 자신을 비하하기도 하고 채찍질하기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루에 한 번쯤 내면의 자신과 연결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는 일이다. 기대하던 대로 일이 되지 않아 마음이 가라앉을 때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생각하고, 분석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봐주는 것이다.

"너 괜찮니? 지금 기분이 어떠니?"

그렇게 물어봐주면 신기하게 억눌린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들이 스르르 빗장을 풀고 나와 제 존재를 드러낸다. 그렇게 받아들여진 감정들은 제 갈길을 가고, 그 다음엔 진짜 정돈된 마음가짐으로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내 경우 힘든 일에 압도되어 불안할 때마다 감정을 억누르는 패턴을 바꾸자 중간 중간 상담선생님이 연상되는 경험을 했다. 나를 돌보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 같은 거라 생각되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한 한편 이제 나 스스로 나를 보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안심되기도 했다. 그 뒤로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든 순간 스스로에게 적극적으로 안부를 묻는 것이 습관이 되자 상담선생님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참 신기한 마음의 작동이다.

- 나를 망치는 나쁜 성실함 : 인정투쟁, 완벽주의, 강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법
전민재
(주)웨일북,
2019

"누군가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 위해
우리는 너무 쉽게 스스로를 소외합니다."

남에게만 성실했던 어느 심리치료사의 뒤늦은 자기 공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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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o 2019-09-18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씨에 감탄하고 갑니다 ㅎ

서니데이 2019-09-18 23:20   좋아요 1 | URL
cloudo님, 오랜만입니다.
제 글씨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저렇게 잘 쓰지못하는데, 운좋은 날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김살로메 작가는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첫번째 책인 <라요하네의 우산>은 소설이었고, 신간인 두번째 책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은 에세이입니다.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짧고 간결한 글이 실려있습니다.

 

 오늘은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서 "문체미학의 경제성" 이라는 글을 손글씨로 써보았습니다. 사람마다 문체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때로는 전에 좋아했던 것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간결한 글은 읽기 편하지만, 쓰기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간결하고 읽기 좋은 글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정의 과정이 반복되었을지, 읽는 사람은 잘 모릅니다. 바느질의 흔적이 남지 않은 매끈한 글을 읽으면서 가끔씩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 한편의 글이 남기까지 불 위에서 오랜 시간 졸여지는 과정을 떠올립니다. 뺄 수 없을 것 같은 한 글자 한 글자를 줄이는 과정을. 지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드는 표현도 과감히 지우는 과정을. 그렇게 남은 것들이 작아질 때까지 계속되는 시간을. 조금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글씨를 그렇게 잘 쓰지는 못했지만, 다시 써도 비슷해서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아래 원문의 내용을 타이핑해서 올리니까, 그 부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오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문체미학의 경제성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은 글쓰기에서도 통한다. 아무리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이라 해도 글쓰기의 기본 형식에서 멀어져 있으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 나는 문체미학의 경제성을 옹호하는 쪽이다. 중언부언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문장은 건조한 편이다. 소설을 쓸 때는 그나마 덜한데, 생활 칼럼을 쓸 때는 마음부터 건조해진다. 그걸 피해보려고 시집을 자주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실전에서는 예의 건조한 문체로 돌아가고 만다.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을 선호하는 취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는 없다. 다만 성마른 문장을 구사하는데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면 기분 좋은 당혹스러움이 밀려온다.

어느 순간부터 화려한 문투와 과장된 어법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많이 젊었을 때는 비유법도 많이 썼고, 소위 오그라드는 표현들도 즐겼다. 어느 시점까지는 미문이나 꾸밈이 과한 글에 혹하기 쉽다. 서정성을 담보한 그런 글은 영감과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그조차 거추장스러워 마구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자연스레 더 깔끔하고 더 건조한 쪽으로 문장을 내몰고 조인다. 문맥에 살을 붙이거나 색조 화장을 하는 걸 놔두질 않는다. 글쓰기 책들의 요지는 한결 같다. 문장의 나뭇가지를 흔들어라. 그리하여 나목 상태로 탈탈 털리거든 그것만 제대로 써먹어라. 아직까지는 이런 글쓰기 방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에 보면 문장 수련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스승은 제자의 이 문장을 한참 정신을 못차리게 야단치시더니, 이렇게 고쳐주셨다. 빈 산 앞 지고 비는 부슬부슬. 처음에 22글자였던 것이 11글자로 줄었다. 딱 절반만 남았다." 줄이면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말을 아껴라. 설명하려 들지 마라. 보여주기만 해라. 스승을 잘 만난 정민 선생은 이런 깨달음을 빨리 얻었다. 문체미학의 경제성 안에 온 우주적 글쓰기가 다 담겨 있다.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2018, (주)아시아, p. 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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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8-05-31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를 예쁘게(정성들여) 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서니데이님 필체의 단아함도 그렇지만, 몇줄 쓰면 바로 흐트러지고 마는 저는요, 지구력도 딸리는 듯요^^

서니데이 2018-05-31 17:57   좋아요 1 | URL
컨디션님은 글씨 잘 쓰셔서 연습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저는 요즘 글씨쓰는 것이 부담이라서 매일 쓰기는 쓰는데, 글씨 잘 쓰는 것도 요즘은 잘 되지 않아서 부담이 큽니다. 그렇지만 악필이라서 매년 고생중이라서 연습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도 조금 쓰다보면 처음보다는 글씨가 날아가는 것이 생기는데, 그게 자주 쓰면 좋아진다고 해요. 지구력보다는 익숙함의 문제인 모양이예요.‘
컨디션님, 오늘은 5월 마지막날입니다. 5월의 남은 좋은 일들은 오늘 다 아끼지 말고 챙기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보물선 2018-05-31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 이쁘세요!

서니데이 2018-05-31 20:59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씨 잘 쓰고 싶은데, 마음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은 5월 마지막 날입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밖에 비가 오고 바람이 살짝 불고 있어요. 조용합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어서 공휴일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될 때까지 중간에 하루 휴일이 있으면 달력을 보면서 한참 전부터 그 주가 되기를 기다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달력의 빨간색 날짜의 휴일이라는 건 그런 느낌입니다.

 

 공휴일인 화요일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늘 바쁘게 보내는 분에게는 휴일과 같은 잠깐의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고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지속하려면 재충전을 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에도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열심히 하는 정도가 다르고, 객관화할 수 없는 면이 있으니, 실제로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잠은 얼마나 자야하는지와 같은 것들이 쉬어야한다는 말보다 실은 조금 더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림은 마음에 남아>는 그림과 함께 읽는 에세이입니다. 미술과 미학을 공부한 저자의 책이라서 이 책에 소개되는 그림은 저자의 설명과 함께 찾아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함께 찾아오는 그림, 그리고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다시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고, 또 하나는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그림은 유명한 작가의 잘 알려진 그림도 있고, 작가의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그림은 낯선 작품일 때도 있고, 그리고 처음 보는 작가의 처음 만나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림은 실제의 크기보다 작은 크기가 되어 본문의 지면에 실려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에 대한 작가와 그 시기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림을 설명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그림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오래 공부해왔던 시간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그림의 이야기로 잠시 이동합니다. 그러면 그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다시 처음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그 사이 그림은 한장 또는 여러 장 전시된 공간을 지나듯 지나오고 작가의 이야기도 마무리됩니다. 그림도 과거의 한 순간을 담은 것처럼 우리의 기억과 지나간 일들도 그 시기의 우리 자신을 담는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 <그림은 마음에 남아>에서 손글씨로 쓴 부분은 <당신은 쉬어야 한다>라는 글의 일부분입니다. 이 책의 저자도 한때 자기계발서를 무척 많이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책속의 내용은 조금 더 노력해서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야 하고, 많은 것들을 노력해야 하며, 그리고 성공사례를 통해서 누군가는 이런 방법으로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읽고 실제로 해보았을 때, 좋았을 때도 있었고, 잘 되지 않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잘 맞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책을 통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을 만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계발서도 유행하는 것이 달라지는 패션처럼 트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도 괜찮다, 더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다, 하는 내용을 담은 책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시간을 잘 활용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달라진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책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책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느 시기에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 그리고 때로는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손글씨로 쓴 부분은 아래 밑줄긋기로 다시 추가했습니다. 

 오늘 이 책의 본문을 읽다가 "알라딘" 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와서 이 페이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쓴 분도 알라딘 서재의 이용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쓰다보니 12시를 넘어가서 23일이 되었어요.

 그래도 한밤중이라서 기분은 22일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한때 자기계발서를 미친 듯이 읽었다. 오륙 년을 하던 디자인 일을 접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였다. 처음 하는 일이라 손대는 일마다 실수를 연발했다. 수업 중 돌발 상황에는 쩔쩔매는 게 다였다. 여기저기서 욕도 배불리 먹었다. 경력이 쌓이면 능숙해지고, 노련해지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책상에서, 몇 년간 주경야독하느라 찌든 피로는 하루이틀에 사라지지 않았다. 몸 상태는 당연히 엉망이었다.
(p.48)

당시는 자기계발서의 전성기였다.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개 자기계발서였다. 론다 번의 <시크릿>이 일등이엇찌만 나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지 않았다. 생활을 체계화하여 시간을 장악하고 대가를 지불하라는 자기계발서를 더 신뢰했다. 책에 꼼꼼하게 밑줄을 쳐가며 읽고 또 읽어가면서 버텼다. 어떤 책에서는 마음에 확신이 꽉 차면 몸이 저절로 따라간다고 했다. 의지가 강하면 네 시간만 자고서도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 했다. 지금 보면 현실감없는 자기계발서인데도 꽉 막힌 고지식쟁이인 나는 전혀 의심할 줄을 몰랐다. ‘책 종교 신자‘는 책이 하는 말이라면 모두 믿고 책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 하루에 딱 네 시간, 간신히 잠을 줄여가며 몸을 혹사했다. 뭐라도 해서 이 시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p.48~49)

자기계발서에서 시키는 대로 꿈꾸며 기대하고 감사하면서 최고조의 긴장 상태로 살아갔다. 눈앞에 있는 현실 말고 상상의 현실을 보는 연습을 했고 꼬박꼬박 감사일기를 적었다. 시간을 미래에 투자한다고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수업을 준비했다. 그때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감사‘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 알라딘에 들어가 ‘감사‘를 키워드로 검색하고 판매량 순으로 정렬하니 <평생 감사> <매일 감사> <날마다 감사> <감사의 놀라운 힘> <감사 노트> <감사 일기> 등의 책이 잔뜩 뜬다. 친절한 알라딘은 "‘감사‘ 총 2,848개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라며 덧붙인다.
(p.49)

그 시절 나는 언제나 감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했다. 삶이 달라지지 않는 건 진심으로 감사하지 못해서라며 질책했다. 내게 충고하는 사람들마저도 ‘감사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즈음 피지컬과 멘털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시간을 맞추려고 지하철 계단을 억지로 뛰어오르다 혈압이 떨어져 몇 번 실신했다. 그러다 한 번은 응급실까지 실려갔다. 손등에 주사구멍을 뚫고 링거를 맞으며 이를 악물었다. 소리 없이 고함을 질렀다. ‘감사고 나발이고 무슨.‘ 냉랭한 마음은 감사하기를 집어치웠다.
(p.49)

성난 상태로 얼마간 시간을 보냈다. 일본 드라마를 보거나 만화책을 쌓아놓고 읽었다. 몇 시간이고 멍하니 시내를 걷기도 했다. 죄책감없이 군것질거리도 사먹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나태하게 지냈다. 그렇게 2,3개월쯤 지났을까, 충분히 쉬고 나자 감사하는 마음이 싹텄다. 고마운 사람과 감사할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노트에 적을 감사를 찾을 때는 초긴장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감사를 포기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감사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감사가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감사도 노동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내가 어려울 때 억지로 해야 하는 감사가 어렵고 힘든 것은 당연했다.
(p.50)

(중략)

"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라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힘겨워한다. 그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크게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과 노력과 상황이 같은 타이밍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강하고 약함을 구분 짓는 이는 ‘현재‘ 강한 사람들이다. 삶의 무차별 공격에 정통으로 맞으면 그 누구라도 속수무책,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어떤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바닥에 나뒹군 채로 간신히 숨만 쉬는 게 오늘 하루의 최선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p.54)

삶은 언제나 인간 위에 있다. 거대한 삶이 몸을 부풀려 내려오면 작은 인간은 쉽게 감당치 못한다. 무게를 지탱하는 노동이 버거워서 비명도 못 지르는 순간이 온다. 이때 감사하려는 억지는 감정 노동일 뿐이다. 감사하라는 강요는 폭력일 수도 있다.
(p.54~55)

당신이 감사할 수 없을 때는 삶의 노동에 지친 때다. 당신은 오늘 감사의 노동까지 안 해도 된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쉬자. 고된 순간을 서서히 흘려보내면서. 눈을 감자, 시간에 매이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회복하면, 이 힘겨움을 뛰어넘고 나면 당신을 자연스럽게 감사하고 자연스럽게 기뻐할 테니. 오늘도 열과 성을 다한 당신은 먼저 쉬어야 한다.
(p.55)
- 그림은 마음에 남아, 김수정, 아트북스, 2018, p.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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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3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5-23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배고프고 힘들어도 농부가 내년 농사를 위해 씨앗을 남겨두는 것처럼, 우리 역시 삶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감사하는 마음 하나는 떼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네요.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8-05-23 08:26   좋아요 2 | URL
좋은 말씀이십니다. 어렵고 힘들 때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일이 계속 될 때보다도 어쩌면 힘든 순간을 지날 때에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8-05-24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 손글씨 넘 이쁘네요.
저도 가끔 쓰기는 하는데 꾸준히 안 되는 것 같아요. 김수정,이라는 작가도 첨 들었네요.
인용해주신 주신 구절, 공감하면서 읽고 갑니다...^^

서니데이 2018-05-24 14:33   좋아요 0 | URL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실물은 그렇게 잘 쓴 것이 아니지만, 사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단발머리님 글씨가 더 좋아보여요.
김수정 작가는 저도 이번에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거리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 거리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편안함을 느끼는 적정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 때로는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실제로 보이는 거리,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 거리라는 말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하면 누군가와 누군가 사이의 공간을 생각해봅니다. 얼마나 가까이 있고, 얼마나 멀리있고, 그런 것이 실제로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르고,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가까이 또는 더 멀리 있는 사이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와 같은 책으로 많이 알려진 저자 김혜남의 신간 < 당신과 나 사이,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에서 손글씨를 조금 써 보았습니다. 수년 전부터 파킨슨 병으로 투병중인 저자의 건강에 좋은 소식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관계를 맺고 가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사실 가까워진다는 것은 헤어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에게 숨기고 싶은 내면의 모습까지 다 보여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랬다가 또다시 거부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이겨 내야만 진정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 달라이 라마는 <행복론>에서 친밀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 서양에서 매우 가치 있게 여기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친밀감이 존재하는 관계입니다. 다시 말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느낌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한 사람을 갖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친밀한 관계는 단지 다른 사람들을 알고 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의 깊은 문제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혼자가 더 편하다고 말하는 그녀도 실은 사랑받고 싶었다. 그녀가 지금껏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것도 어쩌면 엄마에게 태어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고, 남자 친구에게 "너도 힘들 텐데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는 말을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말을 들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너무 지쳐서 관계를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별로 필요 없다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관계 맺기를 거부한 것으로 포장하고는, 그 안에 머물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처 입지 않기 위해 가시를 세우다 보면 그나마 가깝던 사람들마저 그녀 곁을 떠나갈 뿐이다.

자신만의 벽을 쌓고 그 안에서 혼자 사는 게 편하고 안전할 수는 잇다. 하지만 가슴 한 켠 느껴지는 공허함을 어쩌지 못해 우울해지기 쉽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날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인정해야 할 것은 상처를 입지 않으려 애쓰는 노력이야말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누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벽을 허물어 꽁꽁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세상에 상처 없는 관계란 없다. 상처 입을 각오로 용기를 내야만 누군가와 가까워질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원하는 사랑을 얻을 수 있다.

-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메이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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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6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은 <지치지 않는 힘>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손글씨를 조금 썼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교수 30년, 다시 나누고 싶은 이야기, 라는 부제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쓰신 분은 임상심리 전문가인 심리학자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교양심리학에 자주 나오는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 분의 강의실에 들어선 학생들에게 하시는 말씀 같은 내용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구어체로 쓰여진 본문의 내용을 읽다보면 어느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제트스트림 0.38로 썼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주 지칩니다. 견디기 힘든 순간들도 찾아옵니다. 남보다 뒤쳐지고 있다고 느낄 때, 열심히 했는데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환경이나 조건이 나를 받쳐주지 않을 때, 목표가 희미해지고 방향을 잃을 때, 우리는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럴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면 됩니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생각되면 되돌아 나오면 됩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잊어버렸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자신에게 다시 질문하면 됩니다. 지치지 않는다는 건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을 갖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만두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치지 않으면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주변이나 상황, 사람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서두르지 마십시오.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상처받지 마십시오. 자신의 속도를 잘 유지하면 됩니다. 자신을 믿으면 여러분의 꿈이 여러분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자기 안에 어떤 재능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맞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는 여러분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여러분만의 재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발표하는 일이 두렵고 어려운가요?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통계 실력이 부족한가요? 천천히 익히면 됩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가요? 큰 문제가 안됩니다. 지금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평가로 한계를 긋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날아다니는 새는 벽을 뚫지 못합니다. 소리없는 벌레가 벽을 뚫습니다. 내달리는 말은 십 리를 가기 어렵습니다. 뚜벅뚜벅 걷는 소가 천 리를 가고 만 리를 갑니다. 소리없이 벽을 뚫는 벌레처럼, 만 리를 가는 소처럼, 천천히 가십시오. 꼬물꼬물, 뚜벅뚜벅!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지치지 않는 힘>, 이민규, 끌리는책, 2018,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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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모 2018-04-13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힘이 나는 좋은 글이네요^^ 저도 좋은 글귀는 꼭 필사를 하는 편인데 이 글도 필사하고 싶네요!

서니데이 2018-04-13 16:33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손글씨를 잘 쓰는 편이 아니어서,
페이퍼 하단에 손글씨로 쓴 부분을 적어두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좋은 글이었습니다.
아다모님, 즐거운 금요일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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