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해요. 기억은 그대로 있는데, 제가 변해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말이에요. 어렸을 때 보았던 사람은 무척 나이가 많게 생각했는데, 다시 사진을 보면, 아주 젊은 사람처럼 보여서, 이 사진이 아닌가 보다 싶은, 그런 것들요.
기억은 주관적인 거라고 하니까, 때로는 같은 사람에 대한 기억도 눈높이가 달라질 때도 있어요. 기억 속에서는 아주 먼 길을 걸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가보면 얼마되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이전에 본 드라마가 얼마 전에 보았던 것 같은데, 그 사이 거의 십여 년이 지났을 때도 있는데, 다시 보면, 아 그 사람이 지금이랑 많이 다른걸,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마음 속에서는 그 모습 그 기억 그대로인거지요.
얼마 전에 신해철씨가 그 이름 앞에 고(故) 라는 한 글자를 더했어요. 그렇게 쓰는 것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액자 속의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같구요. 그래서 이름이 같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일거야, 그 사람은 아닐거야, 같은 마음이 없지 않았어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한 번도 서로 대화를 해 본 적도, 서신을 교환한 적도 없는 사람인데도, 근처에 살면서 만나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걸까요. 라디오를 켜면 만날 수 있고, 텔레비전에서 만날 수 있었을 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다녀왔던 것도 그 때를 추억하는 것도, 기억이 되어버렸어요.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을수록 꿈 아닌 현실이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새 음반이 나오고, 새 프로가 시작되어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그게 꿈이 되어 버렸어요. 한동안은 어디를 지나다가 전에 들었던 그 때 음악이 나오면 잠깐 발을 멈추게 될 거예요. 누군가 예전의 이야기를 꺼내면, 그 때로 돌아가서 말하게 될 거에요. 그 때에 두고 왔던 것들과 함께 기억하게 될 거에요.
오늘은 정말 떠나는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말해야해요.
잘 가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