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한창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계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범조계, 문학계, 연극게, 이제는 정치계까지... 그동안 쌓여왔던 적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온갖 권력으로(그것이 직위가 되었든 재물이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찍어 누르던 것들을 더 이상 찍어 누를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러 터져나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렁이가 밟히다 밟히다 꿈틀 한번 한 것이며, 쥐가 죽으면서 찍 소리 내보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무엇인가? 자기 이름 걸고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뜻이 아니던가? 한국 사회처럼 약자를 보듬어 안아 주는데 인색한 사회 속에서, 더구나 여성 피해자에 대해서는 더한 한국 사회 속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목숨을 걸고 돌진하는 저항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내가 최소한 너에게 상처라도 하나 남기고 죽겠다는 옥쇄(3.1절이 지난지 1주일이 안되었는데 이런 말을 쓰기가...그러나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이다.

 

그 처절함 때문일까 과거와 달리 미투 운동이 사회에 끼친 영향이 만만치 않다. 나아진 것이 뭐가 있느냐 반문하겠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성폭력=성폭행=강간" 이런 등신같은 등식을 보편적인 상식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강간당한 것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느냐, 혹은 청바지를 입었는데 강간이라니 당치 않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법원에서도 흘러나오지 않는가? 미투 운동은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미투 운동이 진행되면서 언젠가부터 물타기가 시작되고 핵심쟁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아픔과 용기에 공감하기 보다는 얼굴을 보면서 품평회를 한다. 페미냐 아니냐 말하기 시작하고, 한남이냐 하니냐, 남성 공격이냐 아니냐 등등 여러가지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으면서 색깔론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어제 안희정 지사와 관련된 사건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 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비서가 용기를 내어서 고백했다. 안희정 지사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팩트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공작이다 아니다, 김어준이 알고 있었느냐 아니냐 등등 여러가지 말하는 것들은 미투 운동의 핵심을 가리는 일이다.

 

안지사 사건의 핵심은 이거다. 강간인지 화간인지는 아직 모른다. 거의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이 그러하듯이 피해자는 강간이라 주장하고, 가해자는 화간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증거는 없다. 자기가 증거라고 한다. 앞으로 재판이 난항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것은 안희정 지사는 성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딱 여기까지가 팩트다. 나머지는 진행되는 사안을 바라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섣불리 판단하고,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돌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지 주시하고, 이 일을 통하여 모든 미투 운동을 덮고 가려는 세력이 있는지, 혹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물타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물타기는 바다에 가서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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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간이 뭔가 했습니다.ㅋ
고은 시인도 그렇습니다. 상습적이진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완전히 비껴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차라리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그나마 나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이런 진흙탕 싸움이야 예상했던 바고
이 운동이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되길 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랄뿐입니다.

saint236 2018-03-06 16:37   좋아요 0 | URL
잘못했는데 상습적이지 않았다, 좋아서 했다 그러면 죄가 없어지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어쩌면 이 기회에 정치권으로 미투 운동이 번져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