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10 - 천하통일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0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대선 구호 중에 가장 유명한 구호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있다. 미국의 대선을 단번에 빨아들인 구호였다. 이 구호로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를 물리치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 후로 거의 20년 이상이 지났다. 당시는 대입과 씨름을 하던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유권자가 되어서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학생이었던 그때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져서인지 지금은 이 구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일까? 모든 대선후보들이 경제 정책을 가지고와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경제라는 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일까? 그래서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MB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서 우리의 10년을 그들에게 주었던 것일까? 처음 MB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첫 아이의 손을 붙잡고 "아빠가 미안해"라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내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았지만 내 아이가 살아갈 5년이 너무 우울해서 그랬다. 다시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투표소로 갔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냥 있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4년이 흘렀다. 어느덧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내 30대는 MB와 박근혜로 채워졌다. 누구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앞세워서 당선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우리의 살림살이에 해 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물론 10년전보다 잘 살게 된 것은 맞다. 사회적인 불평등은 늘어났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어졌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것들만 보면 분명히 나아졌다. 10년 전 큰맘 먹고 샀던 아이폰은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스마트폰이 대중에게 보급된 것만 봐도 분명히 살림살이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60대 이상의 어른들이 젊은이들이 배가 불러서 그런다고 하는 말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과거에 특별한 사람들이 누리던 것은 이제는 특권이 아니라 일상 생활이 되었다는 것이다. 50년전과 절대치를 놓고 비교하면 나아졌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처럼 먹고 사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 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치인들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외치면서 나를 뽑아달라고 한다. 얼마전 박지원 의원이 했던 연설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휴대폰을 가지고 우리가 20년 먹고 살게 해줬던 것처럼 안철수가 우리에게 20년 먹고 살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니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연설을 들으면서 피식했다. 도대체 이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퇴물이 아직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웃겨서였다. 약간 곁길로 빠지지만 내가 민주당을, 지금은 국민의 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의 80%는 박지원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적 박지원인가? 박근혜에게 김기춘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국민의 당에는 박지원이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정치인들이 정말 이 시대와 소통하고 싶다면 경제가 아니라 자유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젠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먹고 살기를 원하지, 통제 받으면서 배급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 여전히 국민들을 통제를 하면, 찍어 누르면, 간간히 먹을 것을 던져주면 꼬리를 흔드는 파블로프의 개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굳은 신념에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시황을 보자. 그는 중국을 통일했다. 전란을 멈추었다. 도량형을 통일했다. 그를 단순히 폭군으로 보지 못할만큼 그는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가 한 많은 일들은 오늘날에도 하기 힘든 일들이요, 중국이 아시아를 호령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고의 폭군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제국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몰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후계자가 멍청해서, 간신들이 넘쳐서, 그가 식견이 짧아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획일성이 사람들의 정신에까지 적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번 자유가 무엇인지 맛본 사람에게는 자유의 달콤함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진시황은 그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몰락한 것이다.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을 통하여 자유를 맛보았다. 일개 평검사가 대통령에게 맞짱뜨는 모습을, 이러자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는 말을 통하여 일개 평검사와 논쟁을 벌이는 대통령을 보았다. 임기를 마친 후 밀짚모자 쓰고 담배 한대 물고, 막걸리 한잔 마시는 대통령을 보았다. 대통령을 탄핵할 자유도, 씹을 자유도 이미 맛보았다. 그런 우리에게 먹고 살게 해줄테니까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우리 말 잘들어라고 한다면 누가 그 사람을 따를 것인가? 아직 태극기 흔들고, 애국가가 나오면 국민의례를 행하는 국제시장 세대가 남아 있기에 한동안은 먹힐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10년만, 20년만 지나보자. 그때고 그럴 수 있을까? 대선 후보들은 며칠 안남은 선거 운동 기간을 지나면서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자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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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승민 곁에 김무성이 있다는 것도 꺼림칙합니다.

saint236 2017-05-07 17:30   좋아요 0 | URL
꺼림직한 것이 한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