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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 세월호와 기독교 신앙의 과제
박영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5년 4월
평점 :
안산에 화정감리교회가 있다. 내가 다니는 교단에 속한 교회이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그 사정에 대해서 풍문으로 들은 것들도 있고, 인터뷰 기사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화정교회 담임목사인 박인환 목사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났던 적이 있다.
사고난 아이들 가운데 예은이라는 아이가 있다. 세월호 대변인 유경근씨가 예은이 아빠다. 예은이 엄마는 화정교회 심방전도사이다. 사고를 당하고 박인환 목사는 뭐라고 위로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교단 회의에 서명지를 내밀면 친한 후배들도 자신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교단은 수없이 많은 서명지를 가져오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속도 많이 상했다고 한다. 박인환 목사가 예은이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열심히 싸우라고 그렇지만 주일날은 꼭 예배에 나오라고. 힘들고 어렵고, 소상하지만 주일에는 예배에 나와서 새로운 힘을 얻고 또 싸움하러 나가라고.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도 예은이 아빠에게 한달에 한번마이라도 예배에 나와서 심신을 충전했으면 좋겠다고, 지금까지 애를 썼으니, 잠시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두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가 하는 말이 단순히 시간 벌기가 아니다. 박목사는 교회 앞마당을 보면서 그 안에서 뛰놀던 예은이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이 나간 후에 교회는 이상한 말을 했다. 세월호 사건을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들이 종북 좌빨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 유가족들이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도대체 교회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을 향하여 최소한의 공감도, 연민도 느끼지 못하면서 인류를 사랑한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몇년 전 동남아에 있었던 쓰나미 사건에 대해서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고 놀러가니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던 그 분도 내가 다니는 교단의 목사님이다. 그런데 그 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단을 막론하고 왠만큼 크다고 했던 교회들은 대체로 공감하지 못하고 정죄하는 분위기였다. 도대체 교회가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팽배한 물신주의도 문제지만, 신학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특별히 신정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세월호 같은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이렇게 묻게 된다. "하나님, 제게 왜 그러세요. 하나님 그 때 당신은 어디계셨습니까?" 2차대전을 겪었던 유대인들도, 독일의 고백교회도, 일제의 침략에 신음하던 한국 교회도 그러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교회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싸웠다. 그런데 그러한 전통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러한 공감 능력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신학은 둘째로 치고, 최소한 인간이라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그러한 말은 하지 못하리라.
이 책을 읽고 신학적으로 말할 거리도 많다. 신정론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 놓았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읽고서 신학적인 말을 하려고 하지 않겠다. 다만 교회가 최소한 위로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곁에 있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흐느끼는 어깨와 등을 쓰다듬어 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