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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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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3일!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날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속상한 날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승리의 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가운데 2009년 5월 23일이 어떤 날인지 제대로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09년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날이다.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광우병의 역풍을 명박산성으로 간신히 막았던 현직 대통령과 항상 비교가 되던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건 과정 중에 담배 한 개비 찾다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렸다. 이를 두고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그가 가족들의 잘못 때문에 뛰어 내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존심이 상해서, 어떤 이들은 언론의 비열한 플레이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다 덮어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계획적으로 뛰어내린 것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직 대통령에게 엿먹이려는 고단수의 정치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의 투신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한데, 난 이 책을 통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해서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논리가 작동했고, 이 논리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퇴임한 후에 그는 꽤 존경받는 대통령이었다. 누구처럼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을 막지도 않았다. 아방궁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는 동네 청소를 하고, 농사를 짓고, 손주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담배 한개피 피우고 돌아오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존경을 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에 비하여 너무나 소탈했기 때문이리라. 그 또한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자부심도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정치인이 검찰 조사 받는 것이야 무엇이 대수겠는가? 김대중 대통령도, 김영삼 대통령도, 노태우 대통령도, 전두환 대통령도 모두 조사를 받았고, 형을 구형받았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곧 퇴임 후 검찰 조사로 직결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걸어야할 통과 의례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가 왜 뛰어 내렸을까? 왜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잔인한 언론의 플레이 때문이리라.

 

  당시 검찰 조가사 신문을 통하여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원색적인 제목의 기사가 난무하기도 했다.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 논두렁에서 1억짜리 시계를 주우러 봉하마을로 가자 등등의 상식 이하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자녀들에 대한 집중 포화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은 무엇이며, 그의 측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이 무엇일까? 그가 느꼈을 감정은 수치심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측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은 혐오감이리라. 이유없는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역시 빨갱이, 좌파라는 말로 그를 공격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너는 형편없는 사람이다,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혐오감과 여기에서 느껴지는 수치심 이 두 가지가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결과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났다. 물론 오늘까지 일베는 그에게 수치심을 주면서 혐오감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그만의 문제였다면 좋겠지만, 아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혐오감과 수치심, 이를 통한 차별화와 이등국민화, 편가르기는 계속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지방 대학생에 대한, 혹은 같은 대학이라도 외국인 전형이냐 농어촌 전형이냐라는 문제들로 혐오감과 수치심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적인 감정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법이라는 공적인 가치관에도 침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 진영에 대한 정치적인 공격의 밑바탕에는 혐오와 수치심이 자리잡고 있다. 상대방에 대해서 수꼴, 좌빨이라는 말, 어린 것이, 꼰대 등등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법적으로 고소하고, 조롱하고, 처벌하려고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법은 혐오와 수치심으로 작동하면 안된다.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가치관 속에서 집행되면 안된다. 그런 법은 없느니만 못한 악법이 된다. 제발 법관들이, 법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만이라도 읽고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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