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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ㅣ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평점 :
삐걱!!
"안녕하십니까? 스타벅스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나를 반기를 점원들의 활기찬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계산대 앞에 서면 여러가지 질문을 받는다. "무슨 음료를 하시겠습니까?" "아메리카노요." "차가운 것인가요 뜨거운 것인가요?" "뜨거운 것이요." "사이즈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란데...아니요 벤티로 주세요. 참 샷 추가해 주세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벤티 맞으신가요?" "예! 시럽은 필요 없습니다." "더 필요한 것 없으신가요?" "없는데요." 주문을 하더 내 눈에 순간 마카롱이 보인다. '저걸 집을까 말까? 그 옆에 보이는 카스테라를 집을까? 베이글은 어떨까? 그런데 스타벅스는 왜 샤벳은 없는 것일까?'
어느 순간 스타벅스는 내 옆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 예전처럼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비단 스타벅스일뿐이랴. 스타벅스로 이야기를 하지만 카페베네도 있고, 이디야도 있고, 할리스도 있다. 잠시만 눈을 돌리면 여러가지 이름의 커피숍이 많이 보인다. 사이즈도 각양 각색이다. 난 아직도 벤티와 그란데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물론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알겠지만 굳이 벤티와 그란데를 구분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톨과 그란데가 무슨 차이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 이상야릇한 단어들을 아무런 고민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왜 스타벅스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가? 음식이라는 문화가, 말과 의미가 어떻게 우리 삶에 일상적으로 들어왔는지를 밝히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자주, 그리고 잘 보여주는 것이 그카벅스 이용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 윗 세대들만 해도 혀를 굴리기조차 힘든 그런 말들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너무나 능숙하게 사용한다. 과거에는 커피를 코피로 발음했는데 요즘은 커피로, 그리고 더 이국적으로 카페 혹은 카베로 발음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칠면조 요리, 마카롱, 와플 등등 우리 귀에 이미 친숙한 단어들도 사실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문화가 섞이면서 발전하듯이, 음식 문화도 여러나라의 것들이 섞이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파스타는 다 스파게티였지만 요즘은 그렇게 말하면 무식하다고 취급을 받는다. 이미 파스타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음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의 언어와 문화는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라 각 나라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우리 나라의 고유한 음식은 전주 비빔밥입니다, 김치입니다, 된장찌개입니다 등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미 음식은 물론 문화도 섞여 버리고 있고,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것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유 음식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미 아이들의 입맛은 과거의 김치를 멀리하고, 된장찌개를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난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은 김치이고, 이것은 발효학적인 면에서 매우 발달되어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입니다를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위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도, 음식을 지칭하는 언어도 너무나 쉽게 개방적이 되어 가는데 우리는 그 문화들에 대해서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이 다 외국에서 온 것이고, 아직도 카페라떼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이고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문화의 개방이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음식의 언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언어를 추적하면서 그 음식들이 어떤 역사적인 맥락과 문화적인 교류 속에서 탄생하고 전파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말하면서 우리에게 개방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사족이라는 생각때문인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신경이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