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2 - 영웅의 탄생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2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랫만에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끄적거려본다. 어쩌다가 하나를 건너뛰게 되니 이 책의 리뷰는 계속 장성하기 못하게 되어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마무리짓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거기다가 더하여 영웅이라는 말이 요즘 내게 화두와 같은 단어이기 때문에 더더욱 끄적거릴 필요성을 느낀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 엑스맨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렇다 이들은 Hero라고 부르는 물 건너온 영웅들이다. 유비, 관우, 장비, 항우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물 건너오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도 친숙한 옆 나라에 살고 있던 영웅들이다. 이순신, 권율, 광개토 대왕 등등은 우리나라에 살았던 영웅들이다. 국어 사전에 보면 영웅을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지혜와 재능이라는 부분이 물 건너온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는 초능력으로, 동양에서는 남다른 무력과 지혜, 혹은 인덕과 같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공이 모두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역사상 많은 영웅들이 등장했었고, 오늘날에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등장할 것이다. 영웅을 모티브로하는 콘텐츠들은 길가메쉬 서사시에서부터 맨 오브 스틸까지(최근에 본 영웅 영화가 맨오브 스틸인지라 이야기한 것이지 여기서 영웅이 끝난다는 말은 아니다.) 꾸준하게 팔리는 것들이며, 앞으로도 팔리게 될 것들이다. 한마디로 영웅이라는 콘텐츠는 꾸준한 수요를 가지고 있다.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영웅에 열광하는 것일까? 왜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콘텐츠는 영원한 블루오션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보통 사람이 하기에 어려운 일을 해내는"이라는 말 가운데 들어 있다. 그렇다면 영웅이 해내야 하는 보통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은 무엇일까? 영웅이 등장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배트맨에게는 고담시와 고담시의 악당이 있고, 슈퍼맨에게는 온갖 자질구래한 일에서부터 지구 멸망이라는 틍큰 스케일의 비극이 있다. 스파이더 맨에게는 고블린 맨이 있고, 토르에게는 천방지축 파더 콤플렉스 로키가 있다. 엑스맨에게는 매그니토와 그 일당들, 그리고 돌연변이를 무기화하려는 사악한 집단이 있으며, 유비 관우 장비에게는 난세가 있었고, 이순신과 권율에게는 임진왜란이, 광개토대왕에게는 중국과의 분쟁이 있었다. 무엇인가 필이 오지않는가?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영웅이 등장하는 시기는 전시 내지는 준전시의 상황이 전제가 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춘추전국시대의 두번째 책 제목이 영웅의 탄생이라는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관중의 시대에만 해도 아직 낭만이 살아있고, 이상이 숨을 쉬는 시기였다면 진문공의 시기는 바야흐로 전쟁이 중국을 삼키는 춘추전국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1권에 비하여 2권의 내용이 피비린내가 진하게 나고, 전차전과 병기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직까지는 왕실을 떠받들고 분쟁을 조정하는 패자라는 이상이 존재하긴 하지만 군사력과 권력이라는 현실이 이상을 밀어 젖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비극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요즘들어 우리 사회에는 영웅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 멀리는 6.25 전쟁시 육탄 10용사라는 영웅을 만들었고, 가깝게는 서해교전의 영웅을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영웅을 거쳐서 신의 반열에 올라간 존재가 되었다. 아마도 카이사르가 본다면 자신과 똑같은 케이스를 만났다고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이뿐인가? 수능 만점자를 영웅 만들기에 급급한 나머지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했다가 제대로 한방 먹기도 했다.

 

  왜 이렇게 영웅 만들기에 열을 올릴까? 이미 우리 사회가 보통사람으로는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서 우리를 구원해줄 영웅을 기다리는 비극의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청년 구직자 100명 중에 단 3.5명만이 정규직이 되는 시대, 대학을 졸업했지만 집이 없고, 직장이 없고, 결혼이 없는 삼무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 앞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강요당하는 30~40대에게 희망이 있을까? 100세 시대를 맞이했지만 빨라진 정년 은퇴를 앞둔 40 중반~50 중반에게 희망이 있을까? 오늘도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그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 오히려 비극만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문제는 영웅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외계에서 지구로 보내진 슈퍼맨은 영화에만 존재한다. 현실의 슈퍼맨은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밀려서 멸종 직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배트맨 대신 몸매 좋은 배트걸이 신문에 등장하고, 스파이더맨은 사라지고,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한다. 곳곳에서 영웅을 자처하는 이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은 대체로 그네를 타면서 한번도 땅을 밟지 않는 이들이다. 말로만 영웅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영웅 세일즈에 열중하고 있다.

 

  이 비극의 시대에 과연 영웅은 존재할까?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엄석대와 같은 영웅만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너무 비극적인 이야기를 끄적거려서인지, 글도 두서없이 흘러가고, 그저 숙제를 마쳐서 홀가분하다는 마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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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02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에서는 일자리 없어서 걱정이지만
시골에서는 일꾼 없어서 근심이에요.

시골 아이들 너무 많이 도시로 갔고,
도시 아이들 하나도 시골에 안 오려 하니
이 틈을 잘 달래는 길을 열어야
서로서로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느껴요..

영웅보다는~

saint236 2013-12-02 07:12   좋아요 0 | URL
보통사람에서 영웅의 시대로 퇴보해 버렸지요. 말로만 농촌을 살릴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현실적인 대책이 서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귀농하는 일은 특별한 케이스일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