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국정원의 직원이(댓글녀, 국정원 여직원이라는 호칭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그녀를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게시판에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국가의 공직에 있는 사람이 개인의 정치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에서 그 직원은 상사로부터 임무를 하달받고 지속적으로 그 일을 담당했다. 이것만 해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있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과거 중정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시작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쌩뚱맞게 NLL포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 남북 정상회담으로, 그리고 국가기록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는지 유무로 변질되었고, 이는 또 사초논란으로까지 발전되었다. 언뜻보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개개로 떼어 놓고 면밀히 살펴보면 그다지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혹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대형 이슈를 또 다른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이슈들로 덮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물타기가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여하튼 간에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얼마나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덮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어두운 전망을 해본다. 국정조사를 열기 위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한다는 정청래 의원의 설명도 있었지만 이는 무엇을 위한 국조인지를 잊어버린 실책이 아닐까? 국조를 여는 것보다, 국조의 방향을 초반부터 확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민주당은 국민의 힘을 믿지 못하는가 보다. 그간 민주당의 전투력이 낮은 것이야 주지의 사실이고,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은 유사 이래 최약체가 아닐까? 도대체 뭘했다고 출구전략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원....
여하튼 이런 문제들은 뒤로 미뤄두고, 요즘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막말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요즘들어 막말이라는 헤드라인을 뽑는 것이 대세인가보다. 더군다나 그 막말이라는 것이 대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특정 언론사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 대충 뽑아보면 "이해찬의 당신 논란", "홍익표 원내 대표의 귀태 논란", "박영선 의원의 저게 국정원장이야 논란"이다. 이외에도 많지만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톱으로 다루었던 내용들이다. 새누리당은 이 발언들을 문제 삼으면서 야당을 공략했고, 민주당은 이 공격앞에 무력하게 넘어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실망감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말이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여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도 만만치 않다. 아니다. 그보다 더하다는 것이 맞겠다.
대통령을 향하여 당신이라 부르는 싸가지가 어디있는가라는 말은 환생 경제하나로 올킬이다. 홍익표의 귀태논란도 물론 환생 경제 하나로 올킬이다. 왜 환생경제를 들먹이냐고? 이만큼 확실한 물증이 어디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하여 종북논란, 경포대 운운했던 것은 귀태보다 더 못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들이 귀태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철저한 로맨스 입장이 아닌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정신 말이다. 박영선의 저게쯤이야 찜쪄먹는 발언들이 과거 한나라당에 많았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홍준표 도지사가 의원 시절에 "이대 계집애" "패 죽이고 싶다." 박희태 전 의원의 "개자라도 꺼내는 놈은 개패듯이 패줘야 한다.", 강용석 전의원의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되고 싶으냐?" 등등 너무 많아서 생각도 안난다. 나는 지금 민주당을 편들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다 막말을 했고, 그 막말 때문에 파장이 컸고, 정치인들이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막말 파장은 일부터 키운 낌새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막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정치적인 사안들이 얽혀왔다. 특별히 귀태 논란과 저게 논란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과정 속에서 나온 말이다. 국정 조사가 "바른말 고운말"은 아니지 않는가? 철저하게 공격과 방어가 논리와 증거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논리와 증거는 사라지고 모르쇠와 오리발로 일관하다가 막말 쓴다고 품위가 없다고 공격한다. 그렇게 품위 따지시는 분들이 소화기 들고 서로에게 뿌려댔던가? 논리와 이성, 증거만 있으면 된다. 아니면 증거로 반박하면 된다. 괜히 말꼬리 잡지 말고...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말꼬리 잡는 놈 치고 떳떳한 놈 없다는 것 말이다. 논리가 궁색하니까, 말꼬리 잡고, 이성적으로 안되니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결국 처음의 논의는 사라지고 개싸움만 남게 되는 것, 이것이 말꼬리 잡기가 밟아가는 수순이 아닌가? 국정원 조사를 그런 식으로 개싸움장으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
문득 김병만의 개그가 생각이 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랜 세월 모르쇠와 오리발로 내공을 닦아오시고, 이번 국조를 맞이하여 하산하신 말꼬리 잡기의 달인, 모든 논리와 이성을 개싸움으로 변모시키는 언어의 마술사 "어휘 신세계 선생"이십니다.
이런 전개가 아니길 기대해보지만, 기대란 놈이 참 묘해서 자꾸 배반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