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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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윤동주 시인을 참 좋아한다. 자기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자기의 내면을 바라보며 갈등하는 그의 치열한 시가 좋고, 소년처럼 수줍게 세상을 바라보고 노래하는 그의 동심이 좋다. 그런 그의 시 가운데 내가 유달리 좋아하는 시가 있다.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라는 그 한 구절에 내 마음이 콱 박힌 것이다. 별을 노래 하는 마음이라...어떤 이는 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어떤 이는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가고, 어떤 이는 사랑을 속삭인다. 별을 동경과 신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윤동주가 말했던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세이건의 책을 보면서 윤동주의 서시를 얼마나 읊조렸는지 모른다. 세이건이 비록 방법은 다르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책 읽는 자세를 고쳤던 것이 몇번인지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라면서 수도 별을 봤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인류의 이야기이다. 인류가 생긴 이래 밤 하늘의 별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저 별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별의 역할은 무엇이지, 누가 저 별을 저 곳에다 가져다 놓았을까 등등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것이다. 이 질문들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문학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신화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노력했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신화적인 설명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고, 오늘날에는 과학적인 설명이 주를 이룬다는 차이는 있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진심을 담아서 설명했다는 것에는 동일하다.

 

  칼세이건은 이 책을 통하여 과거의 비과학적인 점성술들을 비판한다. 별들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비과학적인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주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별은 어떤 과정을 밟아가면서 탄생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학이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모토를 신봉하던 그 시대이니만큼 그는 자기의 신념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폄하하던, 그리고 깎아 내리던 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들 또한 진심으로 별의 신비에 대하여 경의와 경건함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거칠게 다루자면 세이건의 방법과 그가 비판했던 방법들이 방향만 다르지 자세에서는 동일하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철저하게 과학자의 시각으로 우주를 분석하는 세이건의 모습을 보면서 이정도면 또 다른 종교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원래 텔레비전 다큐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던 것을 책으로 풀어 놓은 것이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교양서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중 앞 머리에 위치한 책이다. 어떤 이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지만 재미 없다고 덮어버리고, 어떤 이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덮어버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우주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여러 잡지를 통하여 접했을 것들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가 첫 방영된지 벌서 30년이 흘렀으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우주 과학 분야에서 이 시간은 거의 기원전과 같이 먼 시간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이건의 이 말에 그 이유가 담겨 있다.

 

  너와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수십 억, 수백 년의 우주 시간 속에 바로 지금,  그리고 무한한 우주 속에 같은 은하계, 같은 태양계, 같은 행성, 같은 나라,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1조에 1조배를 곱하고 다시 10억을 곱한 확률보다도 작은 우연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시선이 흔히 생각하듯이 날카롭고 차갑지 않고 이렇게 뜻할 수도 있다니!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를 탐색하는 그의 눈은 우주 이외의 것들을 하찮다고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그들을 우주처럼 무겁게 여긴다. 우주가, 더 나아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최고의 선물인 우리의 이웃에 대하여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세이건의 모습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우주 산업이란 이름 하에, 나로호를 쏴올리기 위하여 그렇게 애를 쓰지만, 그것이 순수해 보이지도 않고, 경이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신비해 보이지도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세이건의 책을 덮었지만 난 여전히 오늘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런데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시대가 별을 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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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8-1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제가 좋아하는 스탈은 아닌데, 읽을 때 큰 감동을 얻었던건 기억이 나네요.

'너와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위에 인용하신 글, 너무 좋아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한테, 오늘 내일 모레 이 이야기 써 먹어야겠어요.

너와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saint236 2013-08-17 12:14   좋아요 0 | URL
칼 세이건이 우주를 대하는 태도는 경건하다 못해 종교적이라고 할 수도 있더군요. 한용운이 말했던 것처럼 칼 세이건에게는 우주가 님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