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재에 글을 자주 올리는 것 같다.(어제 올리고 오늘 올리니 자주로 착각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자주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서재에 글을 쓰기 전에 오만가지 귀찮음과 씨름을 하고 이긴 후에야 올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제와 오늘 연달아 글을 쓰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시대 유감 카테고리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유감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기성룡이다.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축구를 하다가 열이 받았다. 감독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욕을 했다. 감독 앞에서 대놓고 하진 않았다. 다만 자기가 개인적으로 쓰는 SNS 상에 올렸다. 그런데 오픈된 SNS는 조심스러웠나 보다. 일부 지인들만 알고 있는 개인적인 SNS 계정에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썼다. 별 것 없다고? 맞다. 별 것 없다. 기성룡 사건은 사건이라고 부를 건덕지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기성룡이 스포츠 뉴스의 1면을 장식하고 있는가? 최강희 감독을 욕했기 때문에? 설마 그것까지고 그럴까? 대한민국에서 축구 좋아하는 국민치고, 최강희를 욕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던가? 한국 축구계의 마이다스 MB가 아니던가? 한국 축구의 수준을 아주 짧은 시간내에 과거로 돌려 놓지 않았던가? 소위 말하는 뻥축구로 일관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울화통 터지는 경험을 준 사람이 최강희 감독이 아닌가? 최강희 감독을 욕했기 때문에 그가 신문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부분이 있긴 할 것이다. 내가 판단컨대 기성룡이 욕을 먹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이 축구를 할 때에도 선배님 공 좀 주세요라는 존칭어를 쓰는 나라에서 감독에게 "건들지 마라"는 반항심 가득한 말은 하극상이 된다. 물론 내 개인적인 판단에는 저걸 하극상으로 봐야 하나 싶지만 말이다. 감독에게 건들지 마라는 뉘앙스의 말을 썼다는 것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외국 기자도 그렇게 판단을 했지만 솔직하게 웃기시네다. 그 정도의 말 친구들끼지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나? 기성룡이 자기 SNS에 쓴 글은 그냥 친구들이 모여서 자기 담임선생님 뒤담화한 것과 똑같다. 과거에 "우리 담탱이가, 혹은 꼰대가, 혹은 저게 선생만 아니었어도..."이런 말을 안했던 사람이 있던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이 했다. 그 정도 수준보다 못한 것다. 더군다나 운동을 하는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에게 그정도는 일도 아니다. 위에서 자극적인 이유로 그가 욕을 먹는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자극적으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둘째는 찍혔기 때문이다. 기성룡 사건은 별 거 아니다. 그런데 그게 점점 커진다. 증폭이 된다. 이놈이 쓰고, 저놈이 쓰고, 그럼 다시 이놈이 쓰고...사건이 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작심하고 그를 씹어대기 시작한다. 왜? 아마도 그가 기자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었나 보다. 실제로 그런 징후도 몇번 보이고, 그런 평도 듣는다. 이 기회에 아주 자근자근 밟아서 매장시키든지 혹은 고분고분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기자들의 속셈인 것 같다. 한참 걱정해 주는 척 하면서 아직 정신 못차렸네, 사과하는 방법을 못배웠네, 혹은 이런 경우에는 이런 징계를 받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축구협회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도 지들이 내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징계의 가이드 라인으로 제공한 과거의 사건들이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예를 들어 보자. 이번 사태를 그대로 넘어가면 안된다 징계해야 한다면서 과거 국대 1년간 정지를 내린 사건을 언급한다. 올림픽 기간에, 그것도 시합 전날인가에 이운재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술을 마신 사건 말이다. 기억하는가? 이 사건에서 이운재와 선수들에게 내려진 징계가 국대 정지 1년이다. 이 사건과 똑같은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데 난 저게 왜 여기에 맞지라는 의혹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기자들의 기강 해이 내지는 군기 문란이라는 이유는 너무나 옹색하다.

 

  기성룡 사태도 어덯게 보면 또다른 언론 조작이다. 국정원 사태는 기자들이 애서서 덮고 지나가려고 한다면 기성룡은 기자들이 애써서 기사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통하셔 국민들은 또 둘로 나눠진다. 기성룡이 제라드를 좋아하면서 기라드라는 별명을 쓰니 댓글에 "기라드는 무슨 라도냐?"라는 말을 한다. 난 저 댓글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한혜진 운운하는 댓글도 상식 이하고, 거기에다가 한혜진과 기성룡의 결혼을 가지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은 더 이해가 안된다. 24살짜리 젊은이의 버릇없음을 질타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정말 24살짜리 보다 더 못한 어른들도 많다. 이러면서 무슨 장유유서고, 감독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한다고 하고, 예의라는 말인가? 예의는 상호간에 차리는 것이지 아랫사람이 무조건 윗사람에게만 차려야 하는 것은 아닐진대...

 

  이 글을 보면 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성룡 빠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을텐데...참...사람들의 상식이 다 더워서 휴가를 가버렸나 보다. 기성룡은 군면제다. epl에서도 뛰고 있다. 내 생각에는 걍 국대 은퇴하고, 자기 팀에서만 열심히 뛰어도 부족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국대 제명이니, 국가에 대한 충성이니 운운하는 것은 웃긴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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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7-10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스포츠에 목메는 걸 보면, 역시 프로스포츠가 덜 발달한 나라, 아니 정확하게는 프로스포츠의 시장이 작은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들이 일을 참 못하긴 합니다. 사실 스포츠 기자들이나 조중동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saint236 2013-07-10 10:38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 욕일까요? 스포츠 기자인지, 아니면 조중동 기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