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시아나 비행기가 추락했다. 추락을 했다고 해도 테러리스트에 의해서 폭파된 것이 아니고, 기체 결함으로 비상 착륙을 한 것이다. 중국 사람이 2명인가 죽었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부상을 입은 몸으로 다른 이들을 피신 시킨 용감한 사람도 있고, 승무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비행기 안에 머물러 있었던 헌신적인 사람도 있었다. 대개가 그렇듯이 이러한 사고가 한번씩 일어나면 온갖 미담들이 많이 나온다. 영웅 만들기가 행하여진다. 아마도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돌아와서 아침마당 내지는, 저녁에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출연할 가능성이 크다. 그 어려움 속에서 얼마나 침착하게 행동했는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게되었는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것이고 방송국은 높은 시청율을 챙길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아시아나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 혹은 그들의 헌신적인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이뭐병"이라면서 공격할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할말은 해야겠기에 이렇게 키보드 워리어도 돌아왔다. 나도 그들이 했던 일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절대로 그럴 의도는 없다. 그렇지만 이 사고를 유통시키는 언론과 포탈의 행태와 이 사건으로 더 중요한 사건을 덮으려는 듯한 세력들의 행태를 살펴보자는 것이다.(그렇다고 나는 절대로 종북이 아님을 밝혀둔다.)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추락이라기보다는 동체 착륙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겠나? 우리에게 추락이라는 용어는 공중에서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친다든지, 혹은 테러에 의하여 공중에서 폭파되는 경우를 의미하기 쉽다. 다분히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오버센스려나?

 

  다음으로 아시아나 항공이가 추락(일단 용어를 추락이라고 하니 그렇게 사용하자.)한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까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무엇이라 할 수는 없지만 추측 기사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기계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 앞바퀴가 작동되지 않아서 동체로 착륙했다고 하니 아마도 기계 노후로 인한 기계 결함 내지는 정비 소홀로 인한 미작동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 하면 이런 정비 소홀 내지는 기계 노후로 인해 일어난 사고를 모든 신문의 전면에 대서특필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말이다. 최소한 한둘 쯤은 다른 목소리를 내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만약 비행기의 추락이 테러에 의한 것이로 보인다면 이야기를 달라질 수 있다. 그 사건이 미칠 사회적인 파장의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비나 기계와 관련된 것이(원전처럼 부품 납품 비리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온 사회가 다 알아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어제 국정원 규탄 촛불 집회에 대한 모든 사안들을 덮어버릴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냐는 것이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테러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마지막으로 포탈의 실시간 검색어(네이버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사라져 버렸고, 다음을 검색했다. 네이버는 검색해도 못찾았다.)가 전부 비행기 관련이다. 7월 8일 오전 10시 22분 현재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는 다음과 같다.

 

 

  먼저 위의 것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이고, 밑에 것은 실시간 뉴스 검색어이다. 그 어디에도 국정원, 촛불집회는 등장하지 않는다. 선거 개입도 없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그리고 그것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이순재 하이킥4보다 수지 하트베어보다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뉴스거리로는 아시아나 사태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정말로 그럴까?

 

  단순한 사고와 권력의 선거 개입! 수 백명의 사고와 수천만의 헌법적인 권한 침해!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사안일까? 물론 한 사람의 목숨을 다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내세우면 할말은 없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행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아직도 사람들을 졸로 보다 보다. 아직도 자기들이 실을 쥐고 마리오넷을 하고 있는 줄 아나보다.

  뉴스를 보는 내 마음이 씁슬한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며, 더 씁쓸한 것은 꼭 뉴스를 보면서 이런식으로 따져보게 만드는 언론의 행태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상황을 일컬어 기사를 쓴다면 기사의 제목은 꼭 이렇게 뽑았으면 좋겠다.

 

  "우리 세훈이가 사라졌어요!" 혹은 "우리 정원이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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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7-0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이나 한국이나 온 뉴스가 도배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이곳은 9-11 트라우마도 있고 해서, 항상 비행기 사고에는 아직도 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국을 생각하면서 든 생각은 딱 윗글과 같아요. 운좋은 그네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정원, 경찰, 검찰, 개성공단까지 싹 묻어버리려고 하겠죠? 그래서 전 국정조사 정도의 구호가 맘에 안 차는 거에요.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면 loser의 찌질함일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부정선거로 당선이 되었다면 설사 cause가 아닌 순전히 co-relation이라해도 물러나야 하는거죠. 아무튼, 당분간 조중동/변든아이는 신났네요.

saint236 2013-07-09 10:48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어제 뉴스를 보다가 황당했습니다. 신경민 의원과 박영선 의원의 말 중에서 일부를 가져다가 어떻게 대통령보고 당신이라는 말을 하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과거에 지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뭐라고 했었는지를 전혀 떠올리지 못하더군요. 새누리당은 정말 당명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습니다. 새대가리 닭대가리라는 말에 어울리는 기억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