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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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먼 전설이 되어버린 god의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가 이렇다.

 

  미안해 난 네가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다른 여자가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실망하지는 마 나 원래 이런 놈이니까 제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마

  그래 이래야 했어 이래야만 했어 거짓말을 했어 내가 내가 결국 너를 울리고 말았어

  하지만 내가 이래야만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맘을 내 결정을 어쩔 수 없음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날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수 없어 널 속일게 미안해 널 울릴게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왜 자꾸 날 따라와 싫다고 했잖아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몇 번 말했잖아

  너 자꾸 이러면 나 이제 정말 화낼거야 제발 너도 다른 사람 찾아

  왜 자꾸 이러니 왜 자꾸 날 힘들게 하니

  네가 자꾸 이러면 내가 널 떠나 보내기가 힘들잖니

  내가 어디가 좋니 이렇게 매일 고생만 시키잖니

  그리고 너 정도면 훨씬 좋은 남자 얼마든지 사귈 수 있잖니(싫어 싫어)

  정신차려 바보야 정신차려 제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제 네가 정말 싫어

  그러니 제발 돌아가 제발 저리가  난 네가 싫어 네가 정말 싫어

  잘 가(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제발 가지마)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제발 제발 가지마)

  잘 가 행복해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으면 안돼)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노래 가사 안에 담겨진 그 상황과 마음의 불일치를 어떻게 저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어서이다. 미치도록 아픈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런 경험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겉으로 꺼내는 말이 전부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뜻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저 말하는대로 믿는 사람은 솔직하고 순진한 사람이라아 연애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잘가라는 말, 괜찮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사람은 괄호 안에 담겨진 그 의미를 죽었다가 깨어나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god의 거짓말이 떠올랐다. 평생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다는 김미화씨가 당한 작금의 현실이 그녀로 하여금 코미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법원에 집중하게 만들고, 색깔론에 휘말리게 만든다. 본인은 웃기고 싶지만 그를 둘러싼 현실이 웃기다. 그것도 유쾌한 코미디가 아니라 카카오 60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블랙코미디다.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제목이 내게 이런 말을 던지는 것 같다.

 

  "이게 웃겨?"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게 웃깁니까? 코미디언이 코미디에 집중하지 못하고 법정 다툼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 웃깁니까? 방송국에서 사회보라고 해서 사회를 봤는데 그걸 가지고 친노니,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것이 웃깁니까? 몇몇 연예인들을 콕 집어서 출연시키지 말라는 상황이 웃깁니까? 국정원 직원이 한낱 코미디언을 사찰하는 것이 웃깁니까? 대통령과 김미화의 공통점이라곤 정기적으로 벙커에 들어간다는 것밖에 없는데 왜 자꾸 둘을 엮어서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하는지? 김미화의 트위터를 보면서 기사를 양산해 내는 메이저 신문이 웃깁니까? 대통령 당선자에게 반말했다고 개그 프로그램을 폐지시켜 버리는 것이 웃깁니까? 썩소도 미소하고 볼수 있다면 기묘하게 틀어져 있는 상황이 웃기기는 하겠다.

 

  난 연예인들이 공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직장인이고, 개인의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한 자유가 있다. 그 자유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고 해서(그것이 반인륜적이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제재를 받는다면 그 상황이 어찌 제대로 된 상황이겠는가? 웃기는 짬뽕이요, 웃기는 짜장이 아니겠는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방송 장악...너무 거대담론만 말하다보면 논점이 흐려진다. 개인의 일상 생활이 가려진다. 그렇게 가려진 이야기들이 밖으로 조금씩 표출된 것이다. 이렇게 표출된 이야기들이 너무 불편해서 애써 외면한다, 그러면서 나는 아닌척 한다.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묻는다. 이게 웃깁니까? 평생을 코미디에 매진했던 김미화는 드디어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것 같다. 무슨 예술가냐고?

 

  "행...위...예...술...가!"

 

  이 또한 웃기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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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3-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인은 준공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인인거죠. 서글프게 웃기네요. 코미디언이 코이디언다울 수 없고, 리더가 리더답지 않고, 법조인이 법조인답지 못한 나라의 현실이란게 참 말이죠. 사실 민형사를 떠나서 무조건 고소하는건 판사차원에서 막아주어야하는데 (벌금을 물리고 심하면 감옥에 보내야할 일이죠, 고소남발은 엄밀한 의미에서 국민의 세금과 국가자원의 낭비니까요) 그럴 의도도 능력도 의식도 없는 한국의 현실은 참 답답합니다.

saint236 2013-03-10 12:52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미쿡에서는 입니다. 저처럼 미쿡 안갔다온 사람은 이걸 믿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3-12 03:52   좋아요 0 | URL
자기들이 편할때만 '선진국'운운하지요. 정말 좋은 제도는 굳이 들여오지 않는거에요. 자기들이 불편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