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1998년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위에 있는 포스터를 한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영화의 기본 포맷은 단순하다. 한 쇼프로그램 기획자가 기상 천외한 교를 기획한다. 한 아이의 출생에서부터 성장까지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는 것이다. 거대한 세트를 만들고 트루먼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쇼를 진행한다.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그의 아내도, 그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배우다. 트루먼은 소소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 설정이다. 다만 트루먼만 모를 뿐이다.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가 어느날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현실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끝을 향해 나가보기로 결정한다. 태풍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투루먼은 굴하지 않고 결국 세계의 끝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가 도달한 세계의 끝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가 목숨 걸고 뚫고 나왔던 풍랑도 사실은 사람이 만들어낸 장치일 뿐이었다. 만약 그가 눈 앞에 보이는 풍랑에 굴복하여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이 모든 것이 쇼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트루먼이 품었던 일상에 대한 의심은 그를 진정한 현실의 세계로 인도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팟캐스트가 유행했다. 주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젊은 층들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뉴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땡전 뉴스와 대한 늬우스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사람들에게 MB헌정 방송은 의심을 품기에 충분할 정도로 저질이었다. 그들의 의심은 보다 진실에 가까운, 팩트에 근거한 뉴스를 찾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나꼼수가 있었다. 과거 컬투쇼를 들으며 낄낄대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나꼼수를 들으며 낄낄대기 시작했다. 나꼼수가 다루는 재료들이 컬투쇼와 비교할 수 없는 딱딱한 것들이다. 정치 경제, 종교, 외교 등등! 그런데 사람들이 이 주제를 가지고 두서없이 떠들어대는 술자리 뒷담화 같은 나꼼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과거 PD수첩을 꼼꼼하게 챙겨듣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장 비정치적인, 그래서 정치인들로부터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던 20대 들이 나꼼수의 업데이트를 목빠지게 기다리기 시작했다.(너무 과한 말이라 생각하는가? 절대과한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언제 20대를 위한 정책을 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이 20대를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표로 인식을 했더라도 그렇게 20대를 무시하는 정책을 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지나면서 나친박, 나꼽사리 같은 유사 팟캐스트들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나도 들어봤는데 꽤 재미있더라. 그런데 참 묘한 것이 나꼼수 나꼽살, 나친박 같은 방송을 챙겨듣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털남도 즐겨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처럼 라디오 방송을 타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털남이 재미있나? 아니다. 솔직하게 재미없다. 요즘들어 진중권이 등장하면서 약간 재미있어지기는 했지만 이털남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다른 팟캐스트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도, 욕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팟캐스트와 비교하면 이털남은 성인군자처럼 군다. 때론 그게 아니꼽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참 묘하다. 아니꼽고,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면서도 지속적으로 챙겨듣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재미? 아니다. 속 시원함? 아니다. 듣고 있으면 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왜 듣는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한번 꼬아서 그 속내들을 탈탈 털기 때문이다. 매일 접하는 일상에 대해서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일이 비록 힘들고, 피로하기는 하지만 트루먼 쇼에서 탈출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이털남을 책으로 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나꼼수처럼, 나꼽살처럼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털남의 기본 포맷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제 있는 뉴스들을 한번 비틀어서 그 안에 담긴 팩트와 허구를 구분해 내는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보수쪽에만 혹은 진보쪽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김종배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팩트와 허구를 구분해 낸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방법이 투루먼 쇼와 같은 이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함을 역설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심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의를 가지고 네이버를 검색해 본다. 왜 하필 네이버인가? 다른 포털에 비해서 조작의 냄새가 유달리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얼마전 네이버에서 행했던 검색어 조작에 대해서 여러가지 물증이 나오지 않았던가? 아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박근혜 콘돔"이라고) 중요한 이슈들도 많은데 초기 화면 기사의 대부분은 예능 방송을 보고 한두줄짜리로 작성된 기사다. 어느 여자 연예인이 옷을 벗었네, 아찔하네, 뒷담화는 이런 것이네 등등. 아무리 나영석 PD가 인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가 KBS에 사표를 내고 종편으로 간 것이 대선후보들의 정책보다 더 중요하기야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능으로 도배하는 것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다시 만들어 내기 위한 우민화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오늘자 보수 신문의 기사들은 이정희에 대해서 깎아 내리기에 열심이다. 그가 했던 말이 무엇인지, 팩트가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다. 박근혜가 불쌍하다, 이정희가 무례하다, 옛날에는 똑똑했는데 지금은 바보같다 등등. 게다가 묘하게도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은 오르지가 않고 떨어지기만 한다. 박근혜가 민혁당 드립을 쳐도, 아버지의 과오를 시인하는 순간에도 박근혜의 진정성을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박근혜가 그날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안고 울었다는 시덥지 않은 기사만 전면을 도배한다. 언론 조사 기관도 묘하게 조금씩 다르다. 문재인은 과거에는 노무현 꼬붕이요, 지금은 안철수하기 나름이라는 식으로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프렘임을 짜기에 급급하다. 그 어디에도 팩트는 없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오늘 유시민이 안철수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안철수가 정권 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면서 후보를 탈퇴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문재인을 후원하지 않고 삐친 것처럼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이것을 보고 안철수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 백의 종군하겠다면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옳다는 쓴소리를 했다. 내가 보건데 옳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옳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유시민의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 기사를 쓰자면 전자나 후자의 입장에서 팩트에 근거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 유시민의 말에 찬성한다면 왜 찬성하는지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를 서야 한다. 그렇지만 보수 언론들은 대부분 유시민은 원래 싸가지 없는 놈이었고, 지금도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 물론 직접적으로 싸가지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묘하게 그런 뉘앙스를 풍길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의심을 해야 한다. 왜 그럴까? 박근혜를 편드는구나라는 타당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의 근거를 찾기 위해 그 신문사의 박근혜와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기사를 검색한다. 한시간내로 타당한 근거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끔 이 과정이 귀찮은 사람들은 "어허 저런 유시민은 정말 싸가지가 없네. 문재인은 문제네, 박근혜 불쌍해라. 이정희는 종북이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안에 안주한다. 모 신문사들이 제공하는 트루먼 쇼 세트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의심하는 것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그 힘든 일은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 보다 나은 미래로 우리를 인도한다. 더군다나 이렇게 언론이 엉망인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팩트를 구별하라. 다음으로 거기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라. 그 일이 비록 폭풍을 뚫고 가는 것처럼 힘들지라도 당신을 트루먼 쇼 세트장 밖으로 인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마지막 1/3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부분은 괜히 어설프게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면 이보다 얼마든지 좋은 책들이 널려 있으니 말이다. 물론 김종배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이털남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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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8 0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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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8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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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0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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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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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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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2-18 10:25   좋아요 0 | URL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는 것만해도 대단한 것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근본주의라는 것이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개지기 마련입니다.

숲노래 2012-12-0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신문도 방송도 안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가면 되리라 느껴요..

saint236 2012-12-10 18:09   좋아요 0 | URL
앗...그런 극단적인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