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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부끄럽구요!"
"정통 시사 주간지!"
주진우에 대해서는 이 두마디면 족하다. 나꼼수에 얼결에 등장했다가 김총수의 찰거머리에 걸려들어서 주저 앉은 주진우! 매번 나올 때마다 "부끄럽구요"를 말하던 그는 말 그대로 부끄럽지는 않다. 그의 학식이나 실력이야 잘 모르겠고, 내 관심사도 아니고. 확실한 것은 그는 꽤 양심있는 기자라는 것이다. 자기 수입에 대해서 주진우 기자가 했던 말을 보고 이 사람 대단하군, 꽤 양심있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 30퍼센트, 나머지 50퍼센트는 약자 얘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대가다."
투철한 기자 정신의 발로요, 이게 진짜라고 보여주는 말이다. 기업의 꼬투리를 잡아서 삥을 듣어가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어던 사람들은 어떤 이득을 바라고 권력에 아부하고, 재물 앞에 꼬리를 친다. 그러면서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알량한 펜의 힘을 믿고 한없이 뻣뻣하다. 그런데 주진우는 반대로 행동한다. 가진 자들에게는 한없이 뻣뻣하다. 그게 마초주의에 근거한 것이든지, 아니면 똥폼이든지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는 그렇게 돈과 권력 앞에서 뻣뻣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없는 자들에게 대해서는 한없이 유하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들어주기만이라도 한단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 욕이라도 해준단다. 그러면서도 전화해서 욕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언론 파업을 보면서, 조중동을 보면서 무슨 기자가 저러냐 실망하던 나에게 주진우는 기자다운 기자다. 노종면과 같은 부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기자란 어떤 사람인가? 기자가 아닌 내가 학적으로 기자에 대해서 논할 수도 없고, 논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독자인 내가 생각하는 기자, 성인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기자는 사회에 제대로 짱돌을 던지는 사람이다. 조용한 호수에 진실의 돌을 던져서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이 기자요, 절대 권력과 자본 앞에 짱돌을 던져서 아직 너희들이 이 사회를 전부 차지한 것은 아니라고 찍 소리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기자다. 이런 객기가 없고, 이런 무모함이 없다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 권력이 불러주는 대로, 예 맞습니다라면서 글을 쓴다면 그게 무슨 기자겠는가? 그런 받아쓰기는 초등학생도 하는 일인데...
주진우는 짱돌을 집어들고 절대 권력에 대항한다. 그들을 거꾸러 뜨리지 못해도 흠집이라도 내 준다. 자기가 고소를 당하고, 피해를 봐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한다. 절대 타협하는 법이 없다. 그것이 주진우가 기자이면서도 연예이처럼 사람들에게 자기 책에 사인을 해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자기 책을 내는 기자는 많다. 그렇지만 그 책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책에 사인을 해 줄 수 있는 기자는 극소수다. 게다가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팬을 몰고다니는 기자라면 주진우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인기를 가지고 주진우는 오늘도 짱돌을 집어든다. 흔히 인기를 얻으면 다른 길로 빠지기도 할텐데 빠지지도 않는다. 외곬이다. 큰 기업에 대해 짱돌을 던지고, MB가카에게 짱돌을 던진다. 큰 목사님에게도 거침없이 짱돌을 던지고, 큰 주먹에게도 쫄지 않는다. 그게 내가 주진우를 좋아하는 이유고, 그게 이 책을 읽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