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 들어서 재미있는 현상은 내가 헌법을 들춰보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내 삶에서 헌법을 들먹일 이유도, 필요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 헌법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이런 것이구나 찾아보게 된다. 유명한 헌법 1조야 알테니 패스하고, 요즘 내가 찾아보고 있는 헌법은 이것이다.
제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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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 제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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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제22조
-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의 조항들이다. 언론 3사가 파업을 했다. 언론의 자유를 허하라는 말이다. 위의 헌법 조항에 기초한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는 말로 시작을 했지만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도 오래동안 싸워서 지치고 힘도 들었겠지만, 그리고 생활고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룬 것도 없이 도중에 접은 것 같아서이다. 여전히 재철이 형은 사장으로 계시고, PD수첩 작가들은 집단으로 해고되는 황당한 상태를 맞이했고, 모 아나운서는 올림픽 중계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복귀를 했다. 선배라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밀려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하는데 매일 말이 바뀌더라. 그렇게까지 하는 모습이 치사스럽고,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이 저러니 언론을 신뢰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인가부터 뉴스를 안본다. YTN을 안본지도 오래됐고, 지상파를 안본지는 더 오래 되었다. 큰 맘 먹고 텔레비전을 42인치를 샀는데 항상 애들이 차지하고 디즈니 주니어 채널만 주구장창 틀어댄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나에게 피상적인 이야기였다. 이게 왜 중요한지 잘 몰랐다. 신문으로만, 방송으로만 보는 이야기이니 피부로 와닿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위에서 말하는 헌법 조문을 들춰 보기 시작했다. 그분이 누구인가 하면 이분이다.
누군지 아는가? 그 유명한 분!!!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금란교회 원로 목사다. 동사 목사라는 얼어죽을 말을 하지만 감리교에는 동사라는 말이 없으니 은퇴 목사가 맞는 표현이겠다. 요즘 김동호 목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분인데, 원체 안 좋아하던지라 내가 이분에 대한 비판을 좀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비판이지 비난은 아니다. 혹 기억하는가? 성조기를 시청 앞 광장에서 흔들면서 우리의 우방 미국을 위해 기도하던 큰 교회 담임 목사들의 한심스러웠던 모습을 말이다. 아마 그 때쯤일 것이다. 내가 이분에 대한 글을 적었던 것은 그러니 상당히 오래 전일이다. 2008년 5월 18일에 리뷰를 작성했으니 벌써 4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것도 햇수로 치면 5년 전일이다. 당시 리뷰 주소를 링크해 놓는다.
아마추어리즘의 최고봉 POLI-CHURCH(http://blog.aladin.co.kr/759552125/2096713)
교양인에서 나왔던 김지방 씨의 정치교회라는 책에 대한 리뷰이다. 요즘은 귀찮아서 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차원에서 싸이월드 게시판에 리뷰를 옮겨 놓곤 했다. 그런데 몇 주 전인가? 메일을 하나 받았다. 네이트에서 온 메일인데 내 글 중 하나가 신고가 들어가서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궁금해서 무엇인가 찾아봤더니 바로 위의 글이었다. 혹 내 리뷰가 저작권 법에 어긋나나 검토를 해봤는데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일단 안도한 다음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다.
"왜 글이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나요? "
"개신교 인터넷 선교"라는 단체에서 신고를 했습니다."
"그 단체가 뭐하는 단체인데 신고를 했나요? 신고 사유가 무엇인가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아무 단체나 신고하면 글을 블라인드 처리하나요? 그런 불합리한 경우가 다 있나요?"
"잠시 확인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5분 뒤에 연락이 왔다.
"혹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에 대한 글이 있었나요?"
"네"
"그 부분이 신고가 된 것 같은데요. 다시 살려 드릴까요?"
"아니요. 됐습니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다시 살려 달라고 할까?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은 그냥 놔두란다. 괜히 건드려가지고 피해를 보지 말라는 말이다. 아내의 말이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인줄은 알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확 상하더라. 한편으론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일을 겪으면서 이게 언론 탄압이구나 싶었다. 아마 개신교 인터넷 선교라는 단체는 김홍도 목사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 관계도 없다면 상당히 보수적인(흔히 이런 사람들을 꼴통 보수라고 부른다.) 집단으로 생각이 된다. 내가 비판한 것이 없는 말이 아니라 당시 신문에 인용됐었던 글을 재인용했던 것인데 그럼 그 신문들을 다 신고했단 말인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들은 개인 블로그를 주로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말안해도 분명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이들을 신고와 법적인 책임 운운하면서 공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으로 상대방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은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얼마 전 금란교회에서 김동호 목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던 적이 있었다. 한두번이 아닌지라 옛날 것은 생각하지 말자. 최근에 교회 세습 반대에 대한 반대를 위해 메이저 일간지에 이것은 대형 교회를 시기하는 이들의 공작이라는 취지의 글을 김홍도 목사가 기고했다. 말이 기고지 광고다. 김동호 목사가 여기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러자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보통의 개인이라면 조용히 꼬리를 내리겠지만 상대는 김동호 목사였다. 그 양반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대응할 수 있는 세력도, 그리고 위치도, 재력도 있다. 그러니 고소해볼테면 고소해봐라는 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상대를 우습게 보고 지금까지 해왔듯이 대처하다가 엿먹은 것이다. 인터넷에 살펴보면 나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김홍도 목사측에서 얼마나 많은 언론 탄압을 해았는지를 네이버에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를 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난 목사라면, 그것도 대형 교회 목사라면 공인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오는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치 권력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정치는 그래도 타협할 여지라도 있지만 종교는 타협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독선에 빠진 종교는 상대방을 사탄으로, 자기 편을 신의 의무를 행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사례들을 보았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도 궁금하거나,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현명하게 물어봐야 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말이다.
이갸기가 곁으로 샜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았다.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다음으로 실제로 법적인 대응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풍부한 자본으로 뒷받침한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가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낄 것이고, 비록 재판에서 지더라도 상대방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 들었던 일들을 겪어 보니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겠다. 맞대응이 불가능한 나로서는 이런 게릴라 전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약간 서글픈 감이 없지 않다.
표현의 자유! 온갖 말들이 많다. 표현의 자유는 모방범죄를 불러온다고 하는데, 메이저 언론이 쓰는 자극적인 기사에 대해서는 왜 이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지 모르겠다. 메이저 언론은 범죄의 재발을 방지한다고 말하고, 군소 언론에 대해서는 모방범죄를 불러 온다고 하니 이 무슨 황당한 표현이란 말인가? 아니다. 이것도 표현의 자유에 들어가겠다.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서 가르쳐 준 홍도형에게 한마디 한다.
"00 땡큐!"
ps. 이분이 입을 닫고 있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아서 일까? 아니면 침묵의 달인인 이분을 우리가지지하게 하기 위한 권력의 음모인가? 표정만 보면 이분은 지금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아서 침묵 시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