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유행했던 말이 있다.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정부에서 무슨 정책을 내 놓든지 그 정책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이나 비판을 하지 않고 그저 노무현 탓으로 몰아붙이던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나중에는 이를 풍자한 말들이 인터넷에 도배되었고, 노무현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강아지가 죽은 것도 노무현 탓,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것도 노무현 탓, 화재가 발생한 것도, 도둑이 든 것도 모두 노무현 탓이었다. 발생한 모든 일의 배후는 노무현 대통령이 되었고,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동네북이 되었다는 말로 쓸쓸함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이끌어 낸 것이 누구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메이저 언론과 한나라당에서 정부에 딴지를 걸면서 시작한 말이었고,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잠깐 이야기가 곁으로 새나가지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서 말한다.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라는 말에 대해서 검색하던 중에 발견된 기사다. 기사의 전문을 다 가져 올 수 없어서 링크로 대신한다. 기사의 일부만 가져다가 인용한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674472&cloc=olink|article|default  211년 11월 11일자 중앙일보 기사)

 

  노무현에게 실정(失政)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잘못했겠는가. 마찬가지로 MB가 추진한 토건사업, 나아가 국정 전반에도 공과 과가 섞여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도 단임 대통령제의 우리나라는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만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권력 교체기의 살풀이요, 푸닥거리다.

 

  대통령 탓이라고 하는 것이 임기말에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은 권력 교체의 살풀이요, 푸닥거리가 되니 쓸데 없는 소모를 줄이자는 요지의 말인데 가장 처음에 이 푸닥거리를 시작한 주체가 누구인가? 자기는 시작해도 되고 남이하면 살풀이니 하지 말아라? 이건 교만도 아니고 오만이다. 말의 뉘앙스는 어떠한가? "노무현에게 실정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다 잘못했겠는가"라는 말이 던지는 뉘앙스는 분명하다. 노무현은 거의 대부분 실정을 했지만 개중에는 그래도 쓸만한 것들이 몇개 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MB가 추진한 토건사업, 나아가 국정 전반에도 공과 과가 섞여 있으리라고 본다" 그가 실시한 많은 사업들이 전부다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좋은 것을 했지만 그 안에 허물도 들어 있지 않느냐? 이런 의미다. 노무현의 경우와 이명박의 경우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가 되는가? 정책에 똑같이 공과가 있다는 말을 이렇게 미묘하게 틀어놓으니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이게 언론에서 하는 일들이며 메이저 언론은 심하게 이런 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에 신문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샜지만 다시 이야기의 핵심으로 돌아오자. "이게 다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요즘 들어 "이게 다 박원순 탓"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얼마전 강남이 다시 침수가 되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강남쪽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그 말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게 다 박원순 탓이다."

 

  이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억울하다, 내가 시장이 된지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한 일이 아닌가?"라는 요지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메이저 언론들이 그의 트윗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메이저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본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2/2012082200970.html 2012년 8월 22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마치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박원순 서울 시장의 글을 인용하고 있지만 숨겨진 꼼수가 있으니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건넨 글이다. 새누리당 김원덕 부대변인의 박원순 시장 비판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면서 "그렇지 않아도 박 시장은 너무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 전임시장 과거 지우기나 하고, 정치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할 데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박 시장이 정쟁에 빠져있는 사이에 서울시의 경쟁력과 미래의 가치가 잠식되고 있는 것"이라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알다시피 기사를 읽다보면 앞의 내용보다는 마무리 내용이 머리에 남는다. 이 기사의 결론은 박원순 서울 시장은 할 일은 안하고 쓸데 없는 정쟁으로 서울시의 경쟁력을 깎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이 기사의 핵심이다.

 

  이어지는 댓글도 가관이다. 지금 오후 1시 49분인데 지금가지 올라온 댓글을 캡쳐해보이 이렇다. (링크 걸려 있으니 설마 이걸 가지고 저작권 침해라는 말은 안하겠지)

 

  열달이면 생명도 태어나는데 당신은 도대체 뭐했냐는 대글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럼 재선하신 오세훈이께서는 무엇을 하셨는가? 새빛 둥둥섬 만들어 놓고 그거 띄우기 위하여 일부러 수조에 물받듯이 강남에 물채워 놓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10달이면 생명이 태어난다지만 이 무슨 무식한 소리냐? 10달 후에 태어날 생명이 생기는 시간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모르는 소리다. 이런 사실도 모르는 것을 보니 혹 초딩이 아닐런지? 정책이 무슨 자판기에서 음료수 봅아 마시듯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으로 아나보다.

 

  10개월이면 하버드의 장서 중에서 일천만 권은 충분히 독파할 시간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한 말인가?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일년에 천권을 읽을 수는 없다. 천권이 무엇이냐? 왠만큼 책을 읽는다는 사람도 300권 넘어가기가 어렵다. 거기에다가 학술 서적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렇게 생각없이 비판글을 올리는 사람을 위해서 친절하게 계산을 해본다. 10달이면 한달에 30일씩 계산해서 "30*24*60*60=2592000"초이다. 200페이지짜리 책(200페이지짜리 책도 상당히 얇은 것이다.) 1천만권이면 2000000000페이지이다. 이것을 읽으려면 대략 1초에 771페이지를 읽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것은 복사나 스캔으로도 어려운 수치다. 비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런 수준의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요, 그냥 싫다는 것이다.

 

  언제가지 전임시장 탓할거냐고 하는데 전임시장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는데에도 그의 임기가 다 지나가도 부족하다. 정치에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에 해 놓은 맥쿼리 사태가 박원순 시장 시절에 불거져 나왔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명박 시장 시절과 오세훈 시장 시절에 해 놓은 사업들의 여파가 차곡차곡 쌓였다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지금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일은 모두 김대중 노무현 탓이라고 하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판할 것이라면 조금은 더 신선하게 비판했으면 좋겠다. "땅불리스 돈불리제"에 쏟는 에너지의 1%만이라도 상식적으로 정책을 비판하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

 

  서울 시장을 빗대서 박세이돈이라고 부른다. 과거 오세훈 시장을 빗대서 오세이돈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나보다. 박원순 시장에게 시간을 더 주고 비판해도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오세훈 시장은 2006년 7월 1일~2011년 8월 26일(5년 1개월), 이명박 시장은 2002년 7월 1일~2006년 6월 30일(4년)의 임기를 통해 이룩해 놓았던 것을 10개월만에 해치우라는 것은 그에게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되라는 말이 아닌가?

 

  침수를 10개월된 박원순 시장의 탓으로 돌리면서 침수도 강남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참 비판하는쪽도 고담 스타일이다.(외국 사람들의 귀에는 강남과 고담이 비슷한가 보다. 그들의 발음도 실제로 비슷하다.) 제대로된 비판을 하지 않고 박원순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알몸을 보는 것 같아서 그저 씁쓸할 뿐이다.

 

ps. 어제는 또 네이버가 나를 웃게 해준 하루다. 웃겨서 아침에 박근혜 룸싸롱, 박근혜 콘돔을 쳐봤다. 참 가지가지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ransient-guest 2012-08-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지같은 세태입니다. 저 위의 인용글은 전문용어로 '물타기'라고 하죠. 조중동의 매설가들이 펜으로 응가를 만드는거나, 댓글알바들이 키보드로 오물을 생산하는거나 참 한심하네요. 그래도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박원순 시장의 건승과 재선을 기대해봅니다.

saint236 2012-08-25 13:29   좋아요 0 | URL
저 위에 윤민상이라는 사람은 조선 일보 댓글에서 몇 번 봤습니다. 댓글을 다는 것만 본다면 꽤 성실한 사람이더군요. 내용은 조선일보스럽지만

transient-guest 2012-08-29 01:57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조중동 댓글알바를 통해서 등단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겠네요.ㅋㅋ 조선일보 댓글 문학상 같이요.

saint236 2012-08-29 10:16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조선 일보를 아예 읽지 않으니까요) 요즘 안철수, 박원순 관련 기사들이 하도 나와서 몇건 검색해 봤습니다. 저는 기사를 본 후에 꼭 댓글을 보거든요. 특히 조중동은...역시나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고요.

ㄴㅇ 2012-09-0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박원숭이는 나쁜 세끼야 !!

saint236 2012-09-06 08:5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도 이런 사람이 있네요. 아줌마 여병추요! 결정적으로 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왜 자꾸 맞춤법을 틀릴까요?

transient-guest 2012-09-14 01:53   좋아요 0 | URL
확인되지 않은 루머지만, 조선족들 알바가 상당수라고 하는 블로거들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증거로 위와같은 맞춤법 이슈를 거론하더군요. 꽤 구체적으로 중국의 한국 식민지화 음모 운운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구요. 저는 이제 아이디 확인 안되거나 좀비서재유저의 글은 지워버립니다. 쓸만한 글도 없고, 주로 개인적인 욕이나 올리더라구요.

saint236 2012-09-14 12:20   좋아요 0 | URL
저는 일부러 지우지 않습니다. 이런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지요. 비판이 아닌 비난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