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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 갑부 역관 ㅣ 표정있는 역사 1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접근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역사서는 중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영웅주의적인 접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김영사에서 내놓은 표정이 있는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역사를 훑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집단을 가지고, 그것도 평범한 집단을 가지고 역사를 풀어나간다. 아니다. 평범한 집단이라기보다는 지금가지 무시되어온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왕이 되지 못한 세자, 역관, 후궁, 첩자 등등 역사의 전면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라져간 이들을 역사의 전면으로 불러오는 작업이기에 어렵지만 흥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출판사에서 꽤나 신경을 쓴 것 같다. 대중 역사학자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덕일씨를 첫번째 작업의 주인으로 선택했으니 말이다. 실은 나도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이덕일이라는 이름을 보고 구입을 했다. 막상 읽어보니 꽤 재미있어서 시리즈 몇 권을 더 구입해서 보고 있다. 책 내용도 쉽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역관! 우리는 흔히 역관을 단순히 통역사 정도로 생각을 해왔다. 조선시대 역관이 양반 계층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의 전면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덕일씨의 말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담당했던 부분들은 그저 통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조선이 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창구였기 때문에 통역은 물론이거니와 공무역, 사무역까지도 담당했었단다. 당연히 역관들은 갑부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쌓은 부를 가지고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사상과 문물을 조선에 유입하여 계몽하는 창구가 되기도 하였고, 신문물을 접한 지식인으로서 잠들어 있는 조선을 깨우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기도 하였다. 역관들 중에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바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어도 조국의 이익을 지켜낸 사람들이 많았다. 조선 시대의 역관은 오늘날로 치자면 외무부 소속 실무 담당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분이 한 분 계시다. 누구냐고? 바로 이 분이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816/pimg_759552125781905.jpg)
사진 출처: 오마이 뉴스
관련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4822
한미 FTA 당시 우리나라 통상 교섭본부의 대표였으며 나중에 통상 교섭본부장이 되신 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강남구에서 정동영과 상대하여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신 분이다. 촛불 집회 당시 분노한 국민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자기 계정의 트위터가 폭파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세간에 위대하신 이름을 당당하게 드높이신 분이다. 왜 갑자기 이 분이 생각이 났는가?
위키리크스를 통하여 한미 FTA당시 그의 태도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던 적이 있었다. 기사는 위에 링크를 걸어둔다. 그는 한국이 FTA 교섭대표로 참석하여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대변했었다. 한국측의 교섭 전략을 미국에 그대로 알려 주었으며, 처와대에서 내린 훈령마저도 무시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공무원의 신분이었으나,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대변했던 것이다. 청과의 국경 분쟁시에(당시 청의 황제는 강희제였다.) 김지남이라는 역관은 청의 사신을 대면하여 철저하게 조선의 이익을 대변하였고, 조선의 의견대로 국경을 정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같은 계통에서 비슷한 일을 하였지만 왜 과거의 어떤 사람은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현대의 어떤 사람은 자국의 이익을 무시했던 것일까? 그러면서도 왜 어떤 사람은 역사의 전면에 그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고, 어떤 사람은 FTA를 반대했던 사람과 붙어서 이겨 국회 의원이 되어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비단 김종훈 뿐이겠는가? 그 외에도 한미 FTA와 관련되어 청와대의 훈령을 무시하고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 사람들이 더 있다. 심지어는 김현종 통상교선본부장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고 당당히 선언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것이 일반인에게 공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더 가관은 조병제 외통부 대변인의 말이다.
"위키리크스가 다량의 문서를 유출하고 그것을 공개한 것은 기본적으로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 불법적으로 유출-공개된 문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대응을 하지 않겠다."
외통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위키리크스의 문서를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이니 해당자가 아무리 죄가 있어도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김종훈과 김현종을 비롯한 외통부의 관리들이 자국의 이익을 팽개치고 청와대의 훈령을 무시하며 미국을 위하여 싸운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이다. 왜? 원래 밝혀지지 않을 것인데 불법적으로 밝혀진 것이니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이다. 과거 삼성 X파일과 논리도 입장도 똑같다. 그렇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는가? 그러니 이 책을 보면서 그 분이 생각난 것이고, 앞으로 그 분을 보면서 청와대의 훈령을 무시한 분이 국회의원으로 박근혜에게 어떻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사족이지만 국회의원 중에 종북이 이슈로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는 종북보다 종미(뼛속까지 친미가 종미가 아닌가?)가 더 문제가 된다고 생각된다. 종북은 실체는 없지만(고작 실체라는 것이 조갑제의 종북이라는 책이 아닌가?) 종미는 여러 곳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자국 대통령의 훈령을 무시하고 교섭 상대국의 이익을 위해 싸워주는 종미에 대해서 청문회를 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기록된 조선 시대 역관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뼛 속까지 친미인 이 시대의 역관들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