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순종한 선지자, 호세아
E.K. 베일리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중에 리플레이스먼트(Replacement)라는 영화가 있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이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되지 못했다. 매트릭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영화임에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수작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순전히 미식축구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미식축구를 다루는 영화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런 의혹을 짙게 만든다.) 우연히 비디오 가게 아저씨의 추천을 통해서 접하게 된 영화인데 그 후로 난 이 영화를 수십번은 본 것 같다.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라 10년이 훌쩍 지난 영화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곤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슈거볼(미식축구의 대학 올스타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에서 쿼터백(축구의 센터포드격이랄까?)으로 출전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하고 그 이후 미식축구를 떠난 쉐인 팔코라는 남자가 한물간 맥킨지 감독의 설득으로 다시 미식축구로 복귀하게 된다. 그것도 프로선수들이 파업을 했기에 시즌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 팀 전체를 대체한 선수들을 데리고 말이다. 그 중에는 실력은 있지만 특출나지 못해서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간 사람도 있고, 경찰로 전향했다가 부상을 입고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다. 황당하게 스모 선수 출신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팀웍을 맞춰가며 승리하게 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그렇지만 단지 그뿐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이들이 경기에 뛸 기회는 없었다. 선수들이 복귀하기 전에 임시로 고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도전은 무의미한 도전이 아니었다. 모든 영화가 끝난 후 잔잔하게 흐르는 맥킨지 감독의 독백이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센티넬즈 대체선수들이 스타디움을 떠날 때 축하퍼레이드나 운동화나 음료수, 시리얼 광고 계약은 없었고 남은 건 빈 라커룸과 집에 갈 버스뿐이었지만, 그들이 몰랐던 건 그들의 인생이 영원히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역사를 창조한 것이었다. 짧았긴 했어도 그 위대함은 영원히 남는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만회할 기회(Second Chance)를 꿈꾸는데 그들은 그 기회를 살린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집? 돈? 자동차? 애인?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잡으려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온다. 철저하게 실패하고 넘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때이다. 그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은 이 모든 잘못을 만회할 기회이다. 그렇지만 만회할 기회를 원하면 원할수록 세상이 그렇게 말캉말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은 결코 실패한 자들에게 만회할 기회(Second Chance)를 주지 않는다. 단지 루저라는 딱지를 주고 상처에 문댈 소금을 줄 뿐이다.

 

  호세아는 Second Chance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나님께서 호세아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것은 단 한가지다. “내가 너희에게 Second Chance를 주겠다.”는 것이다. 호세아와 결혼했던 고멜이라는 여인이 선지자의 아내라는 현실을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최선을 다했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던 세상이 그녀에게 준 것은 쓰리디 쓰린 아픔뿐이다. 결국 그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대개 이런 경우는 “그 녀석은 원래 그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가장 손쉬운 일이지만 호세아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아마도 그녀는 그 기회를 잘 살렸을 것이다. 호세아와 고멜의 관계를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 나아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이다. 예수가 세상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렸다는 것은 쉽게 말해 하나님께서 예수를 통하여 우리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셨다는 의미이다. 이게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베일리는 얇디 얇은 이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 사실을 가르쳐 준다.

 

  부끄럽지만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한때 깊은 방황을 했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지만 토할만큼 힘들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만 싶었고, 수면제를 여기저기 사모았다가 한 입에 털어넣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어머니가 생각이 났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다. 병원을 찾아갔다. 중화제를 맞고 다시 살아났지만 몸에 무리가 갔는지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 물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그 후로 10년이 흘렀고 당시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나와 동일한 어려움 속에서 만회할 기회를 포기하는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나도 만회할 기회를 살린 것이다. 고멜처럼 방황하던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리고 인생에서 만회할 기회를 주셨던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호세아를 읽으면서, 그리고 호세아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지 모른다. 그 상처를 안고 교회를 찾아오지만 건강하지 못한 교회는 그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상처를 들쑤신다. 하나님께서 주신 만회할 기회를 마치 자신들만의 전유물이든 독점한다. 그래서 상처를 입고 만회할 기회를 찾아 교회로 왔던 이들이 다시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발길을 돌린 사람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기회는 요원할 뿐이다. 그들 중 일부는 다른 곳에서 만회할 기회를 찾지만 또 다른 일부는 만회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 인생을 포기한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도,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것도 세상과 똑같이 만회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독선적인 모습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시대 우리가 호세아를 깊이 읽어야할 이유와 필요가 여기에 있다. 혹 지금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서 만회할 기회를 간절히 찾고 있다면 호세아를 읽기를 권한다. 혹 호세아를 그대로 읽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베일리의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얇지만 감동은 깊고, 여운은 큰 책이다.

 

  여담이지만 키아누 리브스도 이 영화를 통하여 만회할 기회를 찾았단다. 그가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묘하게도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많은 영화를 찍었다. 사람들은 다수의 작품에 참여하는 그를 깎아내리기에 열심이었지만 당시 그와 애인 사이에 생긴 아이가 유산되었고 머지않아 그녀도 세상을 떠났다. 그 아픔을 잊기 위하여 그는 많은 작품에 참여했고, 이 영화의 곳곳에서 보이는 슬픈 눈빛은 만회할 기회를 간절히 찾고 있던 그의 본심이 그대로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아마 그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만회할 기회를 발견하지 않았겠는가? 만약 그가 기독교인이라면 호세아가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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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5-3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가도 좋아합니다만 누가를 더 좋아합니다. 복음서 중에서는 마가복음을 더 좋아해요.

saint236 2012-05-31 23:29   좋아요 0 | URL
마가복음이라..가장 처음에 씌여진 복음서죠. 마가 또한 만회할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