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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사 - 인류의 역사가 새겨진 새로운 세계지도를 읽는다 ㅣ 지도로 보는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노은주 옮김 / 이다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50% 세일을 해서 파는 이 책은 충분히 구미가 당길법한 책이다. 그리하여 지도로 보는 세계사와 지도로 보는 중동사를 동시에 구매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난 다음에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하여 유럽, 중동 아시아, 이슬람, 인도를 거쳐 동아시아에 이르는 역사 서술은 뭐하나 참신할 것도 없고, 조선을 청의 속국으로 대놓고 이야기하는 점에서, 그리고 조선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에 살짝 묻어가는 먼지 정도로 서술하고 지나갔다는 점에서 속이 상할 뿐이다. 일본사 역시 거의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일본사야 국사로 따로 다룰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논외로 친다면 결국 동아시아의 역사란 중국과 일본의 역사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문득 과거에 들었던 친구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친구와 선배가 이스라엘로 여행을 떠났다. 돈이 있을 턱이 없으니 키부츠에서 일을 하면서 여행하는 방법을 택했단다. 한 도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던 중에 히치 하이킹을 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히치 하이킹을 했던 것이다. 동양인인 두 사람을 보면서 유창한 영어로 물아 봤단다. "Where are you from?" 아는 영어인지라 자신있게 Korea라는 답을 했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코리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에 대해서 유창한 영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Bottom China!"라는 말을 했단다. 다행이 이 말을 알아들은 그 외국인 왈 "Ah! Japaness!" 허걱한 두 사람은 다시 "Up Japaness!"했고 외국인은 "China?"했단다. 그렇다! 그 사람의 머릿 속에는 중국과 일본 밖에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중국인과 일본인 둘 중의 하나로 오해를 받게 되었단다.
왜 이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가? 이 책이 꼭 그렇다. 유럽에 비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없다. 아프리카는 그저 인류가 시작된 오랜 대륙 정도로, 그리고 훗날 유럽의 침략을 받는 무능력한 대륙 정도로 이해된다.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북아메리카는 다행이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캐나다와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설립한 축복의 땅이 되며 가장 늦게 발견된 오세아니아도 마찬가지 이유로 축복의 대륙이 된다. 남아메리카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패자가 없어 혼란의 와중에 있으며, 유럽은 세계를 경영했던 축복의 대륙이 된다. 물론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동아시아사는 더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동아시아는 오래전부터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서 몰락한 이류 대륙이 되며 중앙 아시아의 역사는 아예 증발해 버렸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뚜렷한 역사관이라는 것이 없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인데 그저 지도만이 있을 뿐이며 지명을 통하여 그 지역에 최초로 정착했던 혹은 큰 영향을 주었던 유럽의 국가가 어디인지를 신변잡기처럼 말하고 있을 뿐이다. 국정 교과서만도 못한 빈약한 세계관으로 무장된 이 책에서 세계사를 읽기란 요원한 일일 뿐이다. 그저 지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뿐인데 그 지도라는 것도 그렇게 특출난 것은 아니다. 칼라는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자세하게 작성된 지도도 아니고 딱 교과서에 들어가기 좋을 정도의 지도이다. 이 정도 책을 반값이지만 돈을 주고 샀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지도로 보는 중동사도 돈이 아까워서 보기는 해야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책의 편집도 손이 가지 않게 해 놓았다. 다시한번 역사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열거가 아니라 뚜렷한 세계관으로 해석해 내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아주아주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