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
노회찬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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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泥田鬪狗!

 

  쉽게 말해 개싸움이라는 말이다. 원칙도 없고 서로를 물고 뜯기에 급급한 개싸움!

 

  통합진보당의 현 모습이 딱 이렇다. 원칙도 없다. 진보라는 말에 걸맞게 원칙이나 도덕도 없고 오로지 자기 계파의 실익을 위해 물고 뜯는 통합 진보당의 개싸움은 많은 이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동생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왜 이러냐, 실망이다는 멘트를 봤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댓글을 검색하다보니 동생의 지인인듯한 사람이 PD들 하는 짓 변하지 않았다는 독설이 적혀 있었다. 순산 발끈해서 "NL도 마찬가지! 문제는 NL이냐 PD냐가 아니라 어설프게 봉합되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따"는 요지의 짧은 댓글을 달아 놓고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시간이 나자 뉴스를 검색하기 위해 DAUM에 접속했다.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보수 언론에서 이때다 싶어서 통합 진보당을 깎아 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이번 사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그래서 이렇게 늦은 시간 할 일을 뒤로 미루고 끄적거리고 있는 이유는 예비군 훈련에 들어가서 진보의 재탄생이라는 이 책을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놓고 보지 못한책 읽겠다고 자뜩 싸들고 들어가서 3권 일고 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 책이다. 대담집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래서 장하준을 타이틀로 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사지 않았다) 대담의 주인공이 노회찬이었기 때문에 구입했고, 약간은 지루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책은 노회잔과 김어준, 변영주, 진중권, 김정진, 홍기빈, 한윤형, 홍세화의 대담에 노회찬을 응원하는 노회찬의 팬 우석훈의 글이 적혀 있었다. 노회찬의 일상을 물고 늘어지면서 노회찬의 드라마가 노회찬이라는 정치인 나아가 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김어준의 가볍지만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이 땅의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묻는 홍세화와의 철학적인 대담까지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어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꼭지들로 가득차 있었다. 일식집 요리사에게 특별 대접까지 받는 정치인은 노회찬 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우석훈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괜시리 눈물이 났다. 이 땅에 참 괜찮은 정치인이 하나 있구나라는 자기 위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노빠다. 노무현의 노빠가 아니라 노회찬의 팬 노빠다. 그렇지만 난 노회찬의 모든 것을 추종하는 노빠는 아니다. 그의 잘못은 충분히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비판적인 노빠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노회찬에겐 이런 노빠가 더 잘 어울인다. 대부분의 노회찬을 지지하는 노빠들은 이런 사람들이리라.

 

  내가 노빠라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의 말 가운데 두 가지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여기에 내가 기꺼이 그를 지지하면서도 비판하는 노빠가 되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87년에는 정치 민주화를 이야기하는 6월과 요즘의 화두가 되는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7월과 8월이 분리가 되어 있으며 7월과 8월은 87년애서 철저하게 지워졌다는 말이다.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약 당시 독재 정권을 물리친 기쁨에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자각이 있었더라면 민자의 탄생도(요즘 이슈가 되는 민자는 아니다) 없었을 것이다. 설혹 있었더라도 그렇게 속보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저하게 고립된 7월과 8월은 과연 어디로 갔으며 그 일을 위해서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가? 7월과 8월을 등에 업고 그저 자파의 실속을 차리기 위하여 욕해대던 그들과 동일한 궤적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그나마 7월과 8월을 의식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사람을 꼽자면 정치권에선 노회찬 심상정 정도가 아니겠는가? 그들이 오늘까지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87년 7월과 8월에 빚진 마음을 가지고 그 완성을 위해서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한 나는 노회찬의 노빠요 심장정의 심빠가 될 것이다.

 

  7월과 8월을 등에 업고 출발한 민주노동당에 대해 내가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첫번째 계기는 권영길이었다. 그가 3번째로 민노당의 대권 후보로 나왔던 순간 엄청나게 실망했다. 마치 자기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식의 교만함이 느껴져서 일까? 만약에 노회찬이, 심상정이 이런 길을 밟아 간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오늘날 그들의 위치는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7월과 8월의 지속을 바라보면서 나아가 완성을 바라보면서 만들어준 자리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민노당의 분당과 통합 진보당으로의 합당, 그리고 개싸움이다. 첫번째가 지지의 이유라면 두번째는 비판의 이유이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의 민노당 탈당과 진보신당의 창당은 솔직하게 이변은 아니었다.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정도? 진보가 할 일이 NL계열의 일만 있겠느냐, 왜 PD계열의 이야기들은 전혀 들리지 않느냐라면서 민노당에 실망해 갈 때 일심회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을 처리하는 민노당을 보면서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철저하게 자기 편을 살리겠다는 패거리주의를 보면서 민노당이 한나라당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 반문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분당했고, 노회찬 심상정 모두 18대에서 떨어졌다.(김어준의 말대로 역전의 노회찬이 젠틀한 이미지의 엘리트 홍정욱에게 진 것이다) 그렇지만 노회찬 심상정은 김어준의 말대로 떨거지가 되었지만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약한 진보 세력을 더 약화시키는 몹쓸 사람들로 욕까지 먹어가면서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진보신당을 만들었는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통합 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였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조합만큼 노회찬과 유시민의 조합도 뭔가 이상했다. 정권 창출을 위해서는 야권 연대를 해야한다는 필요성에 의해서 어설프게 봉합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노회찬에 대해서 처음으로 실망했다. 결국 평당원으로 남길 원했던 홍세화가 대표를 맡으면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진보신당은 3%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위헌 소송을 냈지만 지금까지의 선례에 비추어 본다면 진보신당의 해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눈을 부릅뜨고 이 책을 뒤져봐도 노회찬이 통합에 반대하는 진보신당의 당원들을 버려두고 통합 진보당에 합류한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반MB라는 요청에 어설프게 봉합되었다는 느낌만 더 강해질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사태가 커졌다. 언론이 사안을 더 키워가고는 있지만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파 사람은 반드시 살린다는 패거리 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뿐이다. 가카의 꼼꼼함을 비난하려면 꼼꼼하면 안된다. 새누리당의 패거리 주의를 비난하려면 최소한도로 본인은 패거리 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그런데 청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게 과연 진보인가? 진보의 재탄생을 말하는 노회찬의 모습일까?

 

  난 지금이라도 노회찬 심상정이 진보신당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진보신당을 지지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합 진보당을 찍은 내가 차마 면목이 없어서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대담했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은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생각이 다른데 진보라는 바운더리 때문에 억지로 연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맞는 말이다. 진보는 분열해야 한다. 니체의 말대로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을 닮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진보가 분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과 싸우다가 새누리당을 닮아가는 진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계속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진보 안에도 기존의 진보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하는 또 다른 진보가 있어야 한다. 이게 진정한 진보의 재탄생이 아닐까?

 

  개싸움에 이래저래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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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5-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본문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이정희 의원과 통진당 사건 관련하여 그 진실된 진위에 대하여 읽어볼만한 내용이나 사설이 있을까요? 제가 기본적인 앎이 부족하다 보니 지금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하여 접하게 되는 내용의 진위조차 구별이 힘드네요.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saint236 2012-05-08 00:29   좋아요 0 | URL
아마 이번 호 시사인에서 다루지 않았을까요? 일간지보다는 주간지가 좀 더 깊이 다루고 있으니 주간지를 추천합니다. 기사 검색도 일심회 사건(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의 직접적인 원인)과 당권파에 대한 기사도 두루 검색해 보세요. 내일 나올 시사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