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4 - 정나라 자산 진짜 정치를 보여주다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4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춘추시대도 중반으로 들어섰다. 초반 패권국 제의 시대를 넘어 진초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면서 4권의 주인공 자산의 시대에는 중원의 진과 초라는 2강과 뒤를 따르는 제와 서방의 진, 초와 끊임없이 다투는 오,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교로 목숨을 연명하는 정, 노, 채, 송 등등의 약소국들이 등장한다. 공원국의 말대로 2강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각 국가들은 강대국의 그늘에서 쫓겨나 각자가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여전히 예라는 국제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지만 제환공이나 진문공의 시절처럼 절대 이데올로기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제환공과 진문공 시대도 예라는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있던 시기였기에 자산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실력(군사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예는 "송양지인"일 뿐이다. 한마디로 자산의 시대는 자국의 이익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실리주의를 바탕으로 복잡한 외교전이 진행되던 시기이다. 전국 시대 말기의 대 진(서방의 진) 외교전인 합종연횡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채와 같은 국가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갈팡질팡하다가 멸망당했지만 묘하게도 자산의 정나라는 강대국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소국의 길을 걷게 된다. 2강 체제의 해체라는 국제정세가 자산의 정나라에게는 비상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MB정권 이후 글로벌 호구라는 자조 섞인 말을 수시로 하고 듣고 있는 우리나라 외교라인들에게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깊이 숙고해야 하는 책이다. 외교부의 인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대로 "오랫동안 고슴도치가 되지 못하고 어정쩡한 처지에 처해 있었던 우리 자신을 돌아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글로벌 호구라고 불리는 한국의 외교정책을 떠올렸으며, 다른 하나는 호구 정당 민주통합당을 떠올렸다. 혹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민주통합당은 그야말로 호구당이다. 독재와 싸워온 수십년 야당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래서 한 때는 여당이 되어 국가를 운영해 본 경험도 있지만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시절은 넘어가자. 거기에 대해 냉정한 역사적인 비판과 자성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넘어가자.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지고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 후의 정당 활동과 민주통합당으로 통합이 되어 지도부를 꾸리고 정당으로서 활동하는 지금의 모습만 지켜보자.

 

  민주통합당이 과거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거대당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내가 알기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탄돌들이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면서 딱 한번 거대당이 된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도 거대 여당으로서의 힘을 발휘하여 국보법, 사학법과 같은 중요 법안들을 통과 시키지 못하고 사분오열했다. 거대당이었던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당시 사태를 보면서 나는 딱 한마디 했다. "여병추!"

 

  그런데 요즘 보면서 다시한번 "여병추!"을 외친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병신 삽질하네!"라는 심한 말을 날리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병신 삽질한다"는 말이다. 조중동같은 보수언론은 논외로 치자. 경향과 한겨레에서도 동일한 논조의 기사들이 실린다. 팟캐스트는 더 직설적이다. 나꼼수가 민주당 삽질한다고 비판한 것은 정봉주 의원이 사정없이 깔대기를 들이대던 초기부터요, 나꼽살도 FTA이야기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는 말이 민주당의 삽질이다. 김종배의 이털남 33회는 조목조목 민주통합당의 삽질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이 "민주통합당은 국민의 도구이다. 제대로 못하면 국민들에게는 통합진보당이라는 도구가 있다."이다. 맞는 말이다. 솔직하게 나에게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헷갈린다. 인적 구성도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도 있고, 이름도 비슷하고, 정치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다르지만 얼핏보면 그놈이 그놈이다.

 

  민주통합당의 쇄신이라는 것이 김진표를 원내대표에 그대로 두고 한명숙을 당대표로 내세웠을 뿐이다. 모바일투표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경선에 참여한 것을 자기를 지지하는 줄 착각한다.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은 곧 자신들의 지지율 상승이라고 생각하는 김칫국이 어이없다. 이슈는 여러가지가 많은데 야당으로서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하는 짓마다 다 용두사미다. 그러면서 항상 내리는 결론은 자신들의 의석수가 적어서 그러니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을 뽑아주면, 그래서 거대당으로 만들어주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언제 자산이 우리 정나라는 작으니까 일단 크게 만들어 주면 강한 국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가? 오히려 자산은 우리에게 약자는 약자 나름대로 의 생존의 원칙과 기술이 있다고 말한다.

 

  약자의 생존 기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약자는 강자들보다 국제관계에 훨씬 민감해야 한다. 그래서 강자들을 다루는 솜씨, 곧 언변이 필요한다. ---(중략)--- 두번째로 약자는 강해지기 위해 기존의 강자들보다 더 엄격한 수단을 써야 한다. 그 엄격한 수단이란 법을 뜻한다. 자산은 강대국들의 압박 속에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그래서 춘추시대에 최초로 성문법을 만들어 국인들 모두에게 적용시키는 법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의 법 집행은 춘추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엄격한 명도 있었다.(p36-38)

 

  여대야소라고 신세한탄하지 말고, 당신들이 그렇게 뽑아 놓았으니 당신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 탓하지 말고, 그러니 다음에는 우리를 뽑아달라는 말로 표를 구걸하지도 말라. 작은 야당이라고 정치적으로 아무 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유선진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 같은 당에 비하면 민주당은 거대야당이다. 민주당이 욕을 먹는 것도 그만한 덩치를 가지고도 매일 작다고 불평만 하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야당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한나라당에 비하여 힘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약자의 처세술을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첫째 약자는 강자보다 국제관계에 더 민감해야 하듯이 야당은 여당보다 국민의 정서에 더 민감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 정서에 민감한가? 지금의 민주통합당이 국민 정서에 민감한가?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를 모르고, 그저 한나라당에 대한 반사 이익과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통해서 얻는 정치적인 이익에만 민감하지 않은가? 무엇인가 국민의 정서를 살피고 대변하는 마음으로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지지는 구걸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을 밀어줘야할 당위성이 무엇인가? 반MB, 반새누리당을 위한 선거 연대라는 명목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 굳이 민주통합당으로 모일 이유가 무엇인가? 통합진보당도 있지 않은가? 미리 샴페인 터뜨리고 오만하게 구는 민주통합당의 삽질이 그거 우스울 뿐이다. 여병추!

 

  둘째 강자보다 엄격한 수단을 써야 한다. 즉, 강자보다 더 엄격하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이 원칙을 어기면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여타 야당이 원칙을 어기면 난리가 난다. 김어준은 진보의 결벽주의라고 평하지만 그런 결벽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진보를 차별화 시킨다. 물론 결벽주의가 편협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한국 진보정치의 한계이다. 엄격한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 결벽주의 편협주의를 추구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상황과 때에 맞추어서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까지 포기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을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져서 했던 말을 번복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했던 말을 잘 뒤집는다. 초반부터 안해도 되는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FTA 날치기 안된다고 했으면 하지 말아야지 왜 합의는 해주는가? 김진표를 욕하면서 왜 김진표를 원내대표로 놓아두는가? 왜 자기들이 내세운 인사가 부결이 되도록 내버려두는가? 원칙이 없다. 기준도 없다. 그냥 주먹구구식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거대야당이 될 확율? 물론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할 확율? 꽤 낮아질 것이다. 왜냐? "병신 삽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자산에서 배웠으면 좋겠다. 물론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ps. 자산은 정치가요, 안자는 비평가라는 공원국의 평이 꽤나 마음에 와닿는다. 묘하게 안자에게서 진중권이 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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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2-2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갈려서 민주통합당을 통합민주당으로 썼다. 다 고쳤는데 정작 제목은 안 고쳤으니 에라 모르겠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차트랑 2012-02-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기왕에 바꾸신거 제목도 바까주세요 ㅠ.ㅠ

그나저나 춘추전국시대가 저를 겁나게 유혹하는군요
미쵸요...

saint236 2012-02-23 21:58   좋아요 0 | URL
알았습니다. 바꾸지요. 요즘 춘추전국 이야기는 장난이 아닙니다. 이래서 역사를 공부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