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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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집필 중입니다."

 

  나꼼수에 나와서 설레발칠 때는 그냥 설레발인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의외다. 어떤 분이 "신이여, 진정 이렇게 멋진 말을 제가 했단 말입니까?"라는 정봉주의 말을 바꾸어 "신이여, 정말 이 책을 정봉주가 썼습니까?"라고 평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다.

 

  책을 쓸 정도로 훌륭한 지식을 갖추지 않았고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인생의 격언이 될 만한 말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은 지천에 깔려 있고, 그래서 남들에게 무너가 좋은 말을 하고 그들에게 귀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프롤로그 중에서)

 

  그의 말대로 그는 책을 쓸 정도로 훌륭한 지식이나 학위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저 잘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깔대기를 가져다 대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들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가져다 내는 그의 얍삽함이 밉지 않다. 아닌척 하면서 그런다면야 얄밉기도 하겠지만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챌 정도로 깔대기를 가져다 댄다. 얼마나 깔대기를 가져다 대는지 꼬깔콘 협찬까지 이끌어 낼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가 하는 행위들이 얄밉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그가 주장하는 대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긴 한가보다. 그가 빠진 나꼼수가 그의 수감 이전에 비하여 매력을 잃어가는 것도 수긍이 간다. 공지영의 말마따나 "어느 정치가가 이토록 잘난 척을 하면서 이토록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책에서도 그런 정봉주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달려라 정봉주"

 

  솔직하게 책 제목이 촌스럽다. 어려운 외국어를 끌어다 쓰고, 사람들의 구매열에 불을 지를 정도로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내가 가진 책은 14쇄이다. 이 페이스면 조만간 김용민 미래 교수의 자랑처럼 18쇄를 달성할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이들은 정봉주에게서 노무현의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아마 이를 두고 한 말이리라.

 

  우리가 정봉주에게 마음의 빚을 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신문지 상에서처럼 어설프게 이니셜 표시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날 것 그대로 까발린다. 책에 적힌 내용도 날 것 그대로이다. 얼마나 도가 심하냐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서 원 포인트레슨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힌다. 스스로 탄돌이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었던 사실도 밝힌다. 박영선 의원을 서울 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하여 봉고차를 동원했다는 사실도 속시원하게 밝힌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구태의연한 모습이라고 이렇게 해서는 민주당의 발전이 없다는 사실도 밝힌다. 한껏 민주당을 까대지만 민주당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최고 권력자의 비리에 대해서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감옥에 수감될 지도 모르면서(실제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할 말은 한다. 아마 박원순 서울 시장의 당선에 정봉주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봉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특히 국회의우너 정봉주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나꼼수를 통해서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알았다. 홍정욱, 나경원 같은 사람들도 아는데 정봉주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보다 더 잘안다. 아니다. 여전히 잘 모른다. 그가 왜 BBK에 목숨을 걸었는지, 팽 당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파고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때가 탔나 보다. 그렇지만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그는 참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Passion이라는 말 가운데 고난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러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을 보고 달렸다. 그리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달려라 정봉주"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 여타 국회의원에 비하여 촌스럽지만 열정적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그 무모함이 답답한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것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기꺼이 책을 사면서 그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 본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진 않다. 그가 계속 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감옥에서 건강을 위해서 구보하는 것이 아니라 만년설이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열정이 구태로 꽁꽁 얼어 붙어 있는 한국의 정치 지형을 녹이도록 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켜 볼 것이다. 민주당이 그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조폭도 의리를 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BBK 이후 그를 팽한 아주 의리없는 모습뿐이다. 그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못한 그를 쓰고 버린 모습 뿐이다. 그런 야당을 위해서 누가 표를 몰아주겠는가? 제 식구 챙기기라는 오명이 두렵다면 처음부터 그를 BBK로 몰아 넣지 말아야 했다. 당을 위해서, 그것도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상대 후보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감옥까지 간 그를 챙기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의리없는 당이 국민을 챙길 수는 있겠는가?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어투는 한없이 가볍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거운, 열정만큼은 뜨거운 그의 책이 유쾌하다. 상코ㅔ하고 통쾌하다. 나는 그가 계속 달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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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리 이 유쾌한 분이 바깥으로 나오셔서 예전처럼 깔대기를 들이대 주시길 저도 바랍니다. (나꼼수 이전엔, 저도 이런 분이 있는 줄 몰랐지요. 울나라 정치인 중에 이런 분도 있구나 하고 반가웠었지요.)

saint236 2012-02-0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차트랑 2012-02-0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이 달려주기를 소망하는 사람은
계속 달려야 한다에 한표~!!!
아니, 한방~!!!

saint236 2012-02-02 17:30   좋아요 0 | URL
저도 한방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