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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어떤 존재일까?
생각나는대로 아프리카에 대해서 적어보자.
하나의 대륙, 오랜 식민지, 흑인, 축구, 춤, 타잔, 에디오피아, 이집트, 리비아, 사하라 사막, 부시맨, 피그미,르완다, 소말리아, 민족학살, 에이즈, 절대 빈곤!
대체로 아프리카에 대해서 내가 떠올리는 것들은 그다지 밝고 좋은 면들은 없다. 가난하고, 내전에 시달리고 무법천지이고, 왠지 문명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대륙!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조용한 대륙이라고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고 해도 우리들 눈에는 비문명의 땅, 야만의 땅일 뿐이다. 소말리아, 르완다, 이집트, 리비아 등 많은 국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국가들을 구별하는 것도 어렵다. 그냥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일뿐이다. 그 이름의 유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실제 땅 크기가 얼마인지도, 민족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몰라도 상관이 없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것만이 아프리카의 전부이다. 물론 그것이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선임을 알지도 못한다. 서구 열강에게 같은 착취를 당한 처지이면서도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동지가 아닌 수탈의 대상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 의문을 던지면서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고대에 어떤 국가들이 이 땅을 지배했는지, 어떠한 문명들이 이 땅에 존재했었는지, 민족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고, 오늘날 독립국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설립이 되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말은 무엇인지? 왜 그들은 지속적인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지, 르완다에서처럼 인종 청소가 발생하는지, 왜 어린이 병사가 존재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절대 빈곤으로 몰아 붙이는지?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살펴 보자. 이 책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다.
위는 아프리카의 지도이다. 이 지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가? 아프리카 국가의 국경선들이 잘르 대고 그은 것처럼 대체로 반듯하지 않은가? 일반적인 국가의 국경선들은 강이나 산맥같은 자연적인 지형들로 인하여 구불구불한데 이상하리만치 아프리카의 국경선들은 반듯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지형지물들이 반듯하게 생겨서? 절대로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의 국경선들은 위에서 던진 현재 아프리카 대륙이 처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속한 국가들의 국경선이 저렇게 네모 반듯한 것은 그들의 국경선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에서 독립을 하면서 여러가지 복잡하고 정치적인 그리고 국제역학적인 관계가 고려되면서 국경선이 확립되었다. 물론 부족간의 통합이라든지, 원주민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인종 청소와 같은 비극들이 아프리카에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이유이다.
어쩔 수 없이 식민지들을 독립시켜야 했지만 그렇다고 서유럽의 국가들이 욕심을 버리고 회개한 것은 아니다.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했다. 그러한 마음이 원조로, 혹은 친밀한 동맹관계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택한 것은 자기 입맛에 맞는 권력층의 형성이다. 그 권력층들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깨끗하냐,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느냐는 물론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서유럽 국가들은 무자비한 독재자들을 선호했다. 그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와 무기를 제공해 주었다. 그 무기들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폭력으로 피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2/3는 이러한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서, 그리고 각 국가들이 어떻게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되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워낙 많은 국가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2/3라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어보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대륙이 직면한 정치적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만큼 다루고 있는 책이 없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만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별점에 짠 것은 저자의 글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교과서 정도로 본다면 얼마나 지루한지 상상이 갈 것이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은 아프리카의 고대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아프리카 역사를 그렇게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잘못된 역사관을 비판하면서도 저자 또한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역사적인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사를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서인지는 모르겠다. 이 또한 이 책을 읽기가 지루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