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비준 과정을 바라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첫째 비준 절차상의 문제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날치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YS시절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여러가지 국회에서 이상야릇한 행동들을 하던 것을 봤었지만 날치기라는 말에 대해서 이거 문제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그때쯤이라는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이었고, 그 뒤로 대략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날치기 통과가 몇번 더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날치기 통과가 되는 장소가 달라졌다는 정도일 뿐이다. 과거에는 본회의장을 점거당하면 갑작스럽게 다른 회의실에 모여서 날치기 통과를 했지만 지금은 꼭 국회 본회의장에서만 한다는 것이다. 왜? 날치기를 막아보려 제정된 모든 법은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장 단상에서만 처리될 수 있다는 법 때문이다. 날치기를 막아보려는 법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날치기나 강행처리가 아닌 협상을 해야 하겠지만, 법은 제정되었고 사람은 바뀌었어도 국회의원들의 사고방식은 여야를 막론하고 20년전과 동일하기에 국회본회의장을 둘러싼 점거 사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것도 요즘은 과거에 비하여 더 자주 점거되고 있으니, 국회의원은 말이 아니라 무력으로 선출된는 자리처럼 느껴진다.
더 웃긴 것은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한미 FTA 비준안 동의는 강행처리도, 그렇다고 날치기도 아니라고 한 점이다.(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view.html?cateid=1018&newsid=20111123100653511&p=nocut)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다 강행처리요 날치기인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서 아니라고 하는가? 야당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만약 강행처리시 22인이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강행처리라고 시인한다면 23인은 단연 다음 총선에는 불출마해야 하기에 죽어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그 명단과 선택은 다음과 같다. 지역구를 명기한 의원은 찬성자 명단임(오마이뉴스 명단 참조)
구상찬(서울 강서구 갑)
권영세(서울 영등포구 을)
권영진(불참)
김선동(서울 도봉구 을)
김성식(기권)
김성태(기권)
김세연(부산 금정구)
김장수(비례대표)
남경필(경기 수원시 팔달구)
배영식(대구 중구 남구)
성윤환(기권)
신상진(경기 성남시 중원구)
윤석용(서울 강동구 을)
이한구(대구 수성구 갑)
임해규(기권)
정병국(불참)
정태근(기권)
주광덕(경기 구리시)
진영(참석자 명단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불참으로 여겨짐))
현기환(찬성을 눌렀으나 기권으로 표기, 부산 광역시 사하구 갑)
홍정욱(불참)
황영철(반대)
황우여(인천 연수구)
기권자나 불참자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찬성자들은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의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인터넷으로 두드리면 다 나오는데 잊혀질거라 착각하는 그들의 단견이 우스울 뿐이다.
둘째 민노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사용에 대한 문제이다. 국회의원도 눈물을 흘려봐야 안다, 이렇게라도 여당을 막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집회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국회의원은 물리력이 아니라 정치력과 말로 행동해야 한다. 아무리 동기가 납득이 간다고 해도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조중동을 비롯한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을 못했는가? 최루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사건이 FTA의 본질을 가리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이다. 중도성향의 일반적인 국민들에게 FTA 날치기 통과보다 김선동의 최루탄 투척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가 국회의원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라면 테러범이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렇지않아도 입지가 좁은 민노당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 것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진보에 대한 반발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강기갑의 공중부양 사건만 봐도 분명하다.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강기갑 의원이 책상을 뒤엎고 펄쩍 뛰었다는 부분만 기억한다. 그 후로 강기갑은 민노당의 폭력성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는 이것이다. 진보 정당은 정당이다. 진보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과거 학생 운동 하던 시절의 생각으로 다 뒤집어 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안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정치인이 되면 안된다. 정치인이 되어서 그러한 행동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좁혀버리면 그를 국회로 보낸 지지자들의 바램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조금은 더 냉철하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한미 FTA의 책임 공방이다. 한미 FTA는 한나라당의 작품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어 한나라당이 완성한 작품이다. 그 어느 것에서도 노무현과 이명박이 만난 적이 없지만 이상하게 한미 FTA에서만큼은 한 마음이 되었다.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서 노무현 세가 결집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노무현은 완전 무결한 진보의 아이콘으로 보는 것은 반대이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한미 FTA, 이라크 파병은 노무현이 행한 실정이다.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는, 혹은 반성하라는 목소리에 대해서 진보를 분열시키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으니 여당일때는 밀어 붙이다가 야당이 되니 반대하냐는 비판을 듣는 것이 아닌가? 내가 하면 국익을 위해서고 남이하면 국가를 팔아먹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이다. 노무현도 넘어야할 대상일 뿐이다. 관장사를 그만두라는 말에 발끈하는 태도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미 FTA가 통과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국민은 국회의원의 봉일 뿐이다. 최효종씨가 말했던 것처럼 그저 말로만 공약 내세우면 되고, 시장에 한번 찾아가서 악수하고, 안 먹던 국밥 한번에 먹어주기만 해서 쉽게 국회의원이 된다면 누가 국민을 두려워 하겠는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함께 읽어보고 공부할 책 몇권을 뽑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