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 국제원조를 둘러싼 정치와 외교적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캐럴 랭커스터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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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국제 원조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개론서이다. 각국의 국제 원조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여러가지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인용하며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에 비례하여 재미가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처럼 이쪽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정확한 데이어와 여러가지 기구 이름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이다. 혹 이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이 쪽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 있다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국제 원조라는 것은 최근에야 생긴 개념이다. 부자 나라에서 부를 덜어서 가난한 나라를 돕는다는 발상은 불과 10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현상이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것은 그 사람의 부도덕의 결과라는 생각이 보편타당하던 시기에 자신의 부를 덜어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할 만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현상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오로지 정치적인 이유때문이다. 2차 대전과 공산주의의 대두로 발생한 냉전을 겪으면서 어쩔 수없이 강요받게 된 정치적 선택이었다.그러나 그 효과가 꽤 좋았던지 오늘날에도 종종 사용되는 수법이다. 학자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원조는 여러가지 제재 수단 가운데 무력을 제외한 꽤나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원조는 오늘날에도 썩 훌륭한 외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물론 이 책은 원조의 성격을 여러가지로 세분하여 나누고 있지만 평범한 내가 보기에는 정치적인 목적이나, 외교적인 목적이나 그다지 다를바가 없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의 사용은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혼용말이다. 

  MB정부 이후 대북 정책은 강경 일변도로 변했다. 과거에 퍼주고도 얻어맞았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강하게 대응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정부의 강한 대응을 북한은 지나가던 개가 짖는 소리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강경책이 되어 버린 것이 MB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이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퍼주기를 멈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무작정 퍼주고, 그것이 항상 북한군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돈 가지고 생색내보고 싶다는 졸부근성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굽실 거릴 거라는 얕은 생각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정부는 원조를 멈추었고, 민간 차원의 지원 또한 제재하지는 않지만 장려하지 않은 방관자적 태도를 취해왔다. 그런데 그 정책을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개성 공단을 폐쇄한다든지, 천안함이 침몰된다든지,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명확해서 우길 생각도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북 원조라는 카드를 가지고 평화를 사왔던 것이다. 그리고 평화를 사왔던 대가치고는 꽤 사게 먹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려잡자 빨갱이를 외치는 대북단체들은 이러한 원조정책을 퍼주기만 한다고 비난해 왔으니, 도대체 그들이 때려잡고 싶은 것은 북한인지, 아니면 남한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가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평화의 대가이다. 그간 우리는 돈으로 평화를 사왔던 것이고, 앞으로 이게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다. 물론 군사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둘째, 통일을 위한 포석이다. 만약 이대로 북한이 무너진다면 크게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북한이 완전히 항복하고 남한과 하나가 되는 것인데 그 때 발생할 통일 비용은 아마 우리 나라를 몇 십년 후로 되돌려 버릴 것이다. 물론 남과 북은 하나의 나라이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좋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떠 올려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무너지면서 남한이 아니라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중국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경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이 무너질 시 중국이 북한에 진입하여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생각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는 죽쒀서 개주는 격이 된다. 셋째,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이다. 북한은 지금 사상 최악의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다가 얼마전에 단행했던 화폐 개혁은 철저히 실패하였고, 그 결과 북한의 경제 사정과 식량난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들을 돕기 위해서 방법을 모색하는 판에 같은 핏줄을 자처하는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이다. 이외에 여러가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위의 세 가지 이유에서라도 우리는 충북히 북한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다소 어려운 말들, 헷갈리는 기구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들이 어려우면 그냥 건너 뛰어도 좋다. 다만 끝까지 읽고 나서 왜 우리 나라가 북한을 도와야 하는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만 있다면 이 책은 한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제학이나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볼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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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4-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된 것 같습니다.
인도주의에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가 적용되어서도 안되죠...

좋은 책,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saint236 2011-04-27 12:10   좋아요 0 | URL
덴마크의 원조 정채에 관한 장을 읽다가 왠지 모르게 창피해지더군요.

마녀고양이 2011-04-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 원조에 대한 이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하고, 통일로 인해 우리의 한계성을 일부라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땅이었던 북쪽이 가장 먼 지역으로 평생 여행 한번 불가능하게 되었다는게 슬픕니다.

저는 MB의 생각이 무엇인지 방향성이 과연 있긴 한지... 굉장히 의심스럽습니다. ^^

saint236 2011-04-27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방향이 있기는 있는걸까요?

기념 2011-04-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쎄요 지원은 좋지만 김정일 체제를 위한 지원은 안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것이며 국가에서 하는 일을 개인의 생각을 넣어서는 안됩니다.

saint236 2011-04-28 22:59   좋아요 0 | URL
국가가 하는 일이라...국가가 하는 일이 결국은 개인들의 생각이 모여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아닌가요? 국가가 하는 일에 개인의 생각을 넣어서 안된다면 투표도 안되는 것이고, 정책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안되겠죠.

유지훈 2011-06-13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고 갑니다. 꾸벅... 후후후

saint236 2011-06-13 21:59   좋아요 0 | URL
이 책 번역하느라고 고생하셨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