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33살 먹은 녀석이 뜬금없이 묻는다. 나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지만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인지라 그 녀석도 나에게 고민 거리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말하는 편이다. 음악 치료사라는 특이한 직업의 문제로 항상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취업의 문제로,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의 문제로, 거기에다가 교회 청년부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여러가지로 고민거리가 많다. 자연히 생각이 많을 수밖에.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어느날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중에 하나가 눈에 확 띄더란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 

  요즘들어 더 생각이 많아져 골치가 아프던 차에 제목에 확 꽂혔다고 한다. 며칠 뒤 교회에서 나를 만난 그녀석이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읽어 봤냐고 물었다. 알고는 있지만 보지는 않았다고 했더니 그 책을 사려다가 말았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사려고 한다. 그런데 그 녀석은 이 책이 불교식 마음 수련 방법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읽어보고 이야기해 주겠다 달랜 후 읽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이런 식으로 읽게 되는 책들이 꽤 있다.  

  역시 종교가 다르다 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지만 어릴 때부터 기독교라는 배경에서 자라서 불교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 책을 깊이 이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학 다닐 때 세계의 종교라는 과목을 들었을 때 불교에 대하여 약간이란 공부한 풍월, 그리고 동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인도 철학과 불교 철학에 대하여 병아리 눈꼽만큼 배운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얇고도 얕은 지식으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얻은 결론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한마디다. 과거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친구가 보내준 한마디의 문자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많은 것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 잡념이 일기 때문이요, 이로 인해 평상심을 잃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저자가 제안한 훈련 방법은 팔정도이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라는 항목들도 결국은 팔정도를 기본으로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에 문외한이 사람이 그 내용을 깊이 깨달아 알이에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 내 뜻대로 되던가? 아무리 훈련하고 노력하고 연습한다고 해도 내 뜻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 아닌가? 일체유심조라는 말만큼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말이 어디 그렇게 많겠는가?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명쾌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진 것일 게다.

  현대인은 생각이 너무 많은 생각병에 걸려 있다는 저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거기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객관화하라는 저자의 말은 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불교적인 수행에 맹렬 정진하려는 독실한 불교도가 아니라면 객관화라는 것이 조용한 산사로 떠나 거기에서 며칠 수행하는 템플 스테이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자기의 감정이 움직이는 모든 것을 慢(만)이라는 번뇌로부터 유래하는 것이기에 이것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왠지 나에게 강박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선한 욕심이라는 것도 결국 욕심이기에 이것은 치졸한 것이며 버려야 할 것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는 왠지 인간미마저 없어진 것 같아서 갑갑하다. 無를 의식하는 無는 진정한 無일 수 없듯이 잡념을 버리려는 생각 또한 잡념의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분명히 저자는 이 부분을 경고하면서 이러한 잘못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디 그런가? 게다가 기껏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안정시켜 놓은 마음을 자극하는 자극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한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또 하나의 생각에 지배되어 살아가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습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기준은 너무 높은 곳에 잡고 있고, 그것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김남준 목사님의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끼는 답답함을 느꼈다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마지막으로 12,000원이라는 책 값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먹고 읽으면 2~3시간 내에 읽을 정도로 글씨도 크고 여백도 많은데 이 정도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폭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에 대해 물어 본 녀석이 읽고 싶다면 빌려주겠지만 내가 나서서 권하고 싶지는 않다. 괜히 그 녀석의 마음에 또 다른 잡념만 심어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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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0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랑 겉표지 보고서는 혹 했었는데...
실제로 평점은 다들 박하시네요~^^

saint236 2011-04-08 10:30   좋아요 0 | URL
혹하시면....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