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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6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6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매번 기다려온 지식 e이다. 예약 이벤트를 할 때마다 어차피 사게 될 것을 몇번씩 고민해본다. 결국 이벤트로 끼워주는 DVD가 탐이나서 예약을 한다. 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어느 책들을 회를 더할수록 감동이 옅어지는데 이 책은 회를 더할수록 더 깊은 감동을 나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무엇일까? 사람다움이 아닐까? 도대체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이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며 인간답게, 존엄하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지식e 시즌 6의 첫장을 연다.
"공짜 밥!"
항상 그렇지만 지식 e는 민감한 사안들로 첫 장을 연다. 그리고 결코 돌아가는 법이 없다. "공짜 밥"이라는 에필로그의 제목에 그냥 눈물이 왈칵 난다. 마음이 아려온다. 에필로그를 읽어가면서 아릿한 마음은 쪽팔림으로 바뀌어 간다. 그렇다. 괜시리 쪽팔리다.
공짜 밥
하필이면 왜 날까 이런 생각에 밤낮 고민합니다.
선생님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요.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이런 게 무섭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과 가정 통신문을 볼 때마다 매우 떨립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한 부모가정 증명서라는 것을 떼어오라는데
그런 거 떼는 거 어떻게 말해야 해요? 저, 진짜…바보같이
부끄러움이 많고…정말 바보같이…좀 알려주세요.”
“그러면 그냥 종이를 작게 접어서 손으로 안 보이게 가린 다음에
선생님께 몰래 내세요.”
“오늘도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울었습니다. 너무 창피하다고.”
“선생님이 칠판에 ‘급식지원신청서 제출’이라고 쓰시기에
가슴이 철렁했지요. 제 이름을 부르실까 봐요.”
“아이들이 눈치채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경험자 분들 꼭 대답해주세요.”
“진짜 급식비 지원받으라고 교무실로 부르는 거 싫어요.
교무실에 가면 저랑 같이 급식비 지원받는 애들도 있고 창피하거든요.
급식비 지원 안 받는 방법 좀 제발 알려 주세요.”
“저는 제가 먼저 신청했어요. 지원 안 받는다고 하면 안 해줘요.
님, 그럼 만날 점심 굶고 다니실 거예요?
애들이 넌 왜 밥 안 먹냐고 하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창피한 건 잠깐이예요. 그 순간만 참으면 되고요.”
그렇게 얻은
1,800원
2,500원
3,000원짜리
“공짜 밥”
“공짜로 먿는데 많이 먹을 땐
다른 아이들한테 미안해요.”
그리고…
“지금 저보다 더 어렵게 사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나중에는 정부, 사회의 손이 안 미치는
그런 애들을 찾아서 돕고 싶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기까지 얼만 많이 힘들어 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이 창피했을까? 이제는 면역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공짜 밥을 먹는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미안해한다는 그 한마디에 그만 눈물이 났다. 왜 어린 나이에 먹고 사는 문제로 친구들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걸까? 그것이 룰인 사회도 문제가 있지만 그 룰을 꿈을 키워가야 할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몇달 전에 신문에서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오세훈 시장 "내 팔뚝을 넣어서라도 무상급식을 막을 것" 도대체 그 놈의 팔뚝을 왜 무상급식을 막는데 넣는단 말인가? 배고픈 애들 뺨이라도 때리는데 그 대단하신 오시장님의 팔뚝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오시장의 사진에 침이라도 한번 뱉어주고 싶고, 욕이라도 한바가지 퍼 부어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속으로만 씩씩거렸다.
그 후로 며칠 뒤 큰 처형과 함께 무상급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 문제에 대하여 언급했고, 실제로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는 처형은 무상급식은 문제라고 말했다. 절대로 처형이 오시장 팬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수적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무엇인가 지금 이야기되는 무상급식의 미진한 점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교육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나는 현실적인 것들을 잘 모르겠다. 그런 것들을 정책을 만드는 양반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기본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지금이 먹고 살 것이 없어서 고생하는 60년대도 아니고 도처에 버려지는 음식들, 낭비되는 돈들이 많은데 왜 최소한 학생들이 먹고 사는 문제(그것도 점심 한끼)로 쪽팔리지 않도록 못해주는가라는 것이다. 그 정도도 안되는 대한민국이라면 G20이 무엇이고, 세계 무역 규모 13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까짓거 개나 줘 버려라.
공짜 밥으로 시작하여 구제역으로 끝이 나는 이번 권은 정말 시리도록 눈물겹고, 그럼에도 아름다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진선미라는 세 챕터로 구성된 6권을 읽어가며 무엇이 진이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선인지 고민해 본다.
진이란 무엇인가? 장기려 박사의 꼭지에서 진이란 인간의 도리와 상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의사는 진실과 동정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면 죽을 때까지 남에게 필요한 존재로 일할 수 있다."는 장기려 박사의 말, "창씨 개명을 한 장선생이 여전히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 한 장기려는 나의 친구입니다. 하지만 창씨 개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의사라면 장기려는 나의 친구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창씨개명을 거부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에 충실하지 못한 함석헌은 장기려의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라는 함선헌 선생의 말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진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나는 과연 인간의 도리, 기독교인으로서의 도리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다가 창피해서 눈을 감는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지만 세속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 있음에 부끄러워 어디라도 숨고 싶다.
선이란 무엇인가?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의 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한다. "물론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구덩이 안에서 알았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사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말이나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렇다. 선이란 진리의 실현을 위해서 용기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해 내는 모습이다. 이런 잣대로 오시장을 판단해 본다. 그는 선한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의 벽 앞에서 순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회가 주는 신화를 거부감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용기를 가지고 진리의 길을 걸어간 그 사람들의 삶이 선이요, 희망이다.
미란 무엇인가?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천박한 사상이 우리 안에 난무한다. 정말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인가? 권력자가, 부자가 아름다운 것인가? 상위 1%가 아름다운 것인가? 아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을 실현하기 위해 선하게 살다가 넘어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삶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진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추신수, 슈마허, 밥 말리, 네루다, 패러데이, 메스너, 가우디와 후원자들, 워렌, 미치오가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인가? 실패에도, 현실을 막아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 아닌가? 설혹 그들이 실패했을지라도 도전하는 그들의 삶 자체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지식이는 진선미에 대하여 내면의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진정한 진선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당신은 그 진선미를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다. 현실이라는 장벽, 이 사회가 던져주는 신화를 깨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냐고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추천사에서 지식e를 매트릭스에서 발견한 빨간약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빨간약을 삼키고 깨어나자. 한 아이의 자존심마저도 팔뚝을 넣어서라도 막겠다는 자본의 매트릭스 속에서, 3개월만에 청정국 재진입을 위해 수십 수백만의 생명마저도 가볍게 살처분해 버리는 맘모니즘의 메트릭스 속에서,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신화를 주입하고 믿을 것을 강요하는 신화의 매트릭스 속에서,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적자생존의 매트릭스 속에서 깨어나자. 지식e라는 빨간약을 먹고 매트릭스 속에서 깨어날 때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희망으로, 보다 나은 내일로 이러지지 않겠는가?
ps. 자기보다 못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그래서 공짜 밥을 먹는 미안함을 나중에 그 아이들을 돕는 것으로 돌려 주겠다는 아이들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아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