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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어느 영화 포스터의 카피가 생각이 났다.
"맛있는 불량식품"
그렇다. 자기계발서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아니다. 자기 계발서라기보다는 이 책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깔끔한 디자인, 왠지 도전적인 제목, 손에 들기 딱 좋은 크기. 이런 이유로 읽어보지도 않고 호주로 가는 청년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비록 읽어보고 선물하지는 못했지만 선물한 책은 나도 무슨 내용인지 읽어보는 편인지라 같은 책을 두 권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첫장을 펴면서부터 "이런 젠장"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큰일났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간절히 바라기는 이 책을 선물로 받은 그 녀석이 책의 내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면 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그리고 왜 유달리 책을 좋아하는 책쟁이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지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가져다 붙인다고 할지라도 성공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베스트 셀러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그렇게 쓰면 소위 말하는 책의 격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는 이 경계선을 아주 모호하게 흐린다. 가끔 자기 계발서에서 탁월한 인생의 지혜를 얻는 것도 이러한 모호함에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명료하다. 이렇게 솔직하고 노골적인 책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언젠가 자주 가는 서재에서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에 대하여 혹평을 보았는데 그 정도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충분히 그런 혹평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책이 너무 솔직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던지는 그저그런 자기 계발서식의 이야기들은 제껴놓고, 나로 하여금 이런 젠장이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든 것은 "여자여, 힘을 가져라, 능력을 가져라, 성공해라, 제발 구질구질 쪽팔리게 살지마라."는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설적인 어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아직도 초등학교 선생님인지는 잘 모르겟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훈계를 늘어 놓는다. 그것도 상대방을 깔아 뭉개면서, 쪽을 주면서. 게다가 "좋은 대학 가면 맘껏 놀 수 있어?"라고 우리를 꼬셨던 고3 선생님들처럼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면 성공할 수 있어, 세상에 최고는 성공이고, 힘이고, 능력이야?"라면서 스무살들을 부추긴다. 저자가 말한대로라면 성공은 할 수 있겠지만, 능력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이 남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대한민국은 상위 1%가 움직이는 웃기는 나라라고 말하면서도, 비판하면서도 너는 그 1%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부터 자기 계발서를 하루에 한권씩 읽고 강좌를 찾아다니고 자기에게 투자하라고 한다. 그런데 난 왜 그 말이 귀에 거슬리는 것일까? 혹시나 해서 리뷰를 다 뒤져보았으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 모두 좋은 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일까?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권씩 1년동안 365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정말 가~관이다.(그렇게 자기 계발서만 읽으면 소는 누가 키워~~)
난 왜 이 책이 불량식품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입에는 정말 단데, 맛있는데 먹으면 먹을 수록 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처럼, 입에는 달고, 당장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성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가르쳐 주지만, 인생에 대한 고민과 삶의 풍성함에는 정말 좋지 않은 맛있는 불량식품과 같은 책이 아닐까? 그가 썼다는 다른 책들(예전에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라는 책을 들었다 놨다 한적이 있는데 사지 않기를 잘했다)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사라진다.
불량식품을 먹었을 때 깨끗한 물로 입을 헹구고 진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며칠간은 인문한 서적을 파야겠다. 사놓은 지식e 시즌 6과 공감의 시대를 읽어야겠다. 이 정도는 읽어야 내 마음에 낀 불량식품의 싼 맛이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