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책이고 여전히 화제인 책이다. 한때 베스트셀러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던 책이다. 2권이 나오고 난 다음에는 두 권을 한세트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 의하여 얼마 전에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져 여전히 지안이 불안한 상태이다. 그뿐이랴, 아프리카는 누가 정부군이고 반군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것만 전쟁이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것은 경제 주도권에 대한 쟁탈전이요, 자기 통화를 기축통화로 밀어 올리고자 하는 치열한 싸움이다. 저자는 이것을 화폐전쟁이라 표현하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도 그 영향을 받아 IMF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 증시와 달러의 가치에 따라 우리나라 화폐의 가치는 널뛰기를 시작했고, 그 가운데 환율 방어 실패로 인하여 외환 보유액을 공중으로 날려 버린 강만수라는 스타를 만들어 냈다. 국민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꼬장꼬장했떤 그는 "강만수 불사"라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 화폐는 세계 경제 무대에서 확실한 약자라는 것이다. 달러의 유동성에 의해서도, 위안화의 평가 절상에 의해서도 값어치가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약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위안화는 어떤가? 달러에 대하여 강자는 아니더라도 대등한 존재일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달러의 가치가 과거에 비하여 불안정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완화, 엔화, 달러, 유로화 등 몇가지로 분산해 놓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는 달러화이다. 자본주의의 발상지이자 유럽의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의 파운드화, 프랑화, 마르크화, 자원 강국인 러시아의 루블화도 결국 달러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하나로 통합한 것이 유로화가 아닌가? 야심차게 출발한 유로화지만 달러에 대항하여 독보적인 혹은 대등한 기축동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과거 일본 경제의 황금기의 엔화 정도가 달러화에 거의 근접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갚을 수 없는 국채의 성향을 가지기 때문에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화폐라는 말, 금태환을 포기한 순간부터 더 불안정해졌다는 말, 금을 많이 보유하여 달러의 침략에 대항하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경제 성장을 통해 갖게 된 자신감일까, 아니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멍청함일까? 

  이 책을 읽은 후배와 한참을 싸우고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후배는 저자의 말에 혹하여 금본위로 돌아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본위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그와 비슷한 장치는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금본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세계에 사용되는 통화의 양은 금과 은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통화로도 커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 화폐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실생활에서 마음만 먹으면 현금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이유도 신용카드라는 전자화폐 때문이 아닌가? 이미 우리 경제 규모는 금본주의나 은본주의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국가가 지불을 보증하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화폐체계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체계이다. 

  금융시장에서 닳고 닳은 저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금본주의를 강조하는가? 사실 저자에게 금태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달러가 가진 불안정성 때문에 기축통화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일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를 흔들어 그 자리에 위안화를 올려 놓고 싶은 것이 저자의 본심이 아닐까 한다. 수없이 많은 사실을 근거로 씌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경제계의 다빈치 코드라고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하여 음모론에 입각하여 작성된 작전계획서? 이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이다.  

  혹 이 책을 읽어보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바란다. 역사적인 사실과 음모론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어서 읽기에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 몰입되어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지는 말아라. 다빈치 코드를 읽고서 예수의 후손이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이며 성당 기사단과 시온 기사단의 보호를 받는다고 믿으며 기독교를 공격하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니 말이다. 어느 분이 서평을 기록하면서 기억에 남는 평가를 했는데 거기에 동의한다. 

  본문보다 부록이 더 잘씌여진 책! 

  부록은 꼼꼼이 읽어보길 권한다. 책값이 덜 아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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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07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한테 빌려서 조금 읽다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책입니다.
읽은 책은 많은 데 여건은 허락되지 않으니.......
어쩌면 핑계꺼리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saint236 2010-10-07 10:11   좋아요 0 | URL
사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긴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10-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본위로 돌아가자고 하시는 분들 가끔 봅니다.
아고라에서 열심히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
요즘 금값 장난 아니던데요?
달러를 대체할 수단이 나타날거 같기는 한데, 어느 방향인지 어렵네요.

그런데,, 돈놀이들 다양하게 합니다, 사람들 머리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saint236 2010-10-07 11:26   좋아요 0 | URL
왜 그런 머리를 정책에는 사용하지 못할까요? 참 미스테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