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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ㅣ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이 책의 리뷰를 쓰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명박산성 사진을 찾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명박산성을 치면 위키대백과 사전에 명박산성이란 항목이 뜬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죽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맞나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불통의 시대라고 말한다. 국민과 정부가 말이 통하지 않고, 여와 야가 말이 통하지 않고, 경영진과 노돌자가 말이 통하지 않고, 나와 너가 말이 통하지 않으며, 남과 여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고작해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과 불통을 이야기하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곳곳에서 불통과 이로 인한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명박산성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와 항의에 맞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컨테이너로 막아버린 청와대와 경찰, 그러면서도 이들은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이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은 무엇일까? 소통일까, 불통일까? 정부에 대한 신뢰일까, 아니면 불신일까?
케케묵은 숭명정책 때문에 청나라의 침략을 받았던 조선! 백성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전쟁의 비극 속에서 신음할 때, 조선의 집권층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말이야 주권을 말하고, 결사항전을 주장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백성들이 느낀 심정은 무엇일까? 아마 권력틍에 대한 실망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이 컨테이너 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부른데에는 아마도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불통의 시대, 소통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갈갈이 찢겨지고 사분 오열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을 비결이 무엇이겠는가? 불신이 가득한 정부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듣는거다. 국민의 말을 듣고,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말을 일단 듣는거다.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듣는거다. hearing이 아니라 listening을 해야 한다. listening이 어렵다면 hearing이라도 해야 하고, hearing이 싫다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소통이 시작되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듣지도 않으면서 선심쓰듯이 친서민정책을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야고보서 1:12)
듣기는 속히라고 말하기는 더디하라는 성경의 구절이 마음 깊이 박힌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이 선물해줬던 책인데 어제야 비로소 이 책을 읽었다. 그저 그런 내용이라 생각하고 읽지 않았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왜 진작 읽지 않았는가 후회해본다. 단순한 자기계발서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꽤 좋은 책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소설형식을 빌리지만 자기계발서라는 한계 때문에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배려와 시리즈로 이어지는 책 같은데 같이 읽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배려보다는 경청이 더 낫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ps. 간만에 별 5개를 줄만한 책을 만났다. 젊은이들, 혹은 직장에서 상사로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