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지승호씨를 좋아하긴 하지만 인터뷰 스타일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하지 않음애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민 끝에 구입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의 주인공이 PD수첩을 만들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PD수첩이 스무돌을 맞았다고 한다. 나는 PD수첩을 보고 자란 세대이다. 중고등학생 때야 원체 이런데 관심이 없었으니 초창기 방영분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1998년 방영된 것 중에 “담임 선생님, 바꿔주세요.”와 1999년에 방영된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목사님, 우리 목사님!”이다. 같은 MBC의 시사 매거진 중 “길 잃은 목자”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후로 나는 탐사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챙겨봤고,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 후도 열심히 챙겨 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황우석 사태와 광우병 파문을 겪으면서 오로지 PD수첩에 신뢰를 주기 시작했다. 다른 탐사프로그램들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부분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저널리즘에 입각한 살아 있는 프로그램은 오직 PD수첩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PD수첩 때리기라는 정권의 무리수도 내가 PD수첩에 더 애착을 갖게 한 원인이다. 직접 MBC 앞에서 촛불을 들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나는 PD수첩을 응원한다. 그들의 용기와 뚝심, 그리고 고집과 꼬장꼬장한 자존심이 있는 한 나는 여전히 PD수첩의 열렬한 시청자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9명의 PD들이 모두 동일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많이 후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권과 한번도 친밀한 관계를 맺은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그 도가 지나쳐서 입을 틀어막는 것이 5공 시절과 같다는 말을 한다. 5공 시절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건이 많이 열악해진 것은 사실이다. 특정 방송 프로그램을 콕 찍어서 정부 고위 공직자가 고소하는 것도 그렇고, 10명의 검사들이 달라붙어서 조사하는 것도 그렇고, 상당히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반론 보도를 내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반박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죽일 놈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할까? PD수첩을 공격하는 이들은 그것이 오히려 PD수첩을 더 키워준다는 것을 알기는 아는 것일까?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많은 재판들, 그리고 위협들! 빨갱이 아니냐고 공격하는 조중동과 극우파들의 의심의 눈초리들! 이것들이 PD수첩을 힘들게 하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고통이 PD수첩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잘못되지 않은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언론의 나아갈 길에 대하여, PD수첩의 미래에 대하여 말한 최진용 PD의 다음 발언은 아마도 PD 수첩을 거쳐 간, 그리고 PD수첩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탐사저널리즘은 기본적으로 정부든 기업이든 거대한 세력과 맞서게 된다. 거대한 세력이 감추고자 하는 비리라든가 잘못 같은 걸 들춰내는 것이다 보니 사실상 대단히 정교해야 된다. 혹시라도 저쪽에서 역공할 수 있는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취재와 제작뿐만 아니라, 촬영과 편집과 방송 과정에서도 절대로 허점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비판적인 언론이 존재해야 한다.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틀어막게 되면 민주주의가 병이 들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병이 들면 모두 다 피해자가 된다.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은 정부나 큰 기업체나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국익과 공익이라는 차원이라는 걸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될 의제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이라고 생각하며, 탐사저널리즘의 비판적 기능을 인정을 해주고, "너희들은 왜 그렇게 보느냐. 우리는 이렇게 대안을 제시해주고, 대처를 해나가야겠다"하고 당당하게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 정부나 기업은 대승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봐줬으면 좋겠다.(P.217 ~ 218) 

  20년 동안 정말로 고생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고생과 눈물이 오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심어 주었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앞으로 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저널리즘의 대명사가 되기를 바란다. PD수첩 파이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8-0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디 수첩, 20년간 고생많으셨습니다...... 절대공감.

saint236 2010-08-03 00:08   좋아요 0 | URL
글쵸. 20년 한길은 정말 왠만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탐사 프로그램으로서 20년은 뭐. 존경스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