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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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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사는 세상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신념이다. 그의 정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던 간에 그가 꿈구었던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며 이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무엇일까?" 우연인지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 서적들이 예전에 비하여 잘 팔리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비하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어떤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 10만부 이상을 팔아치운 책이다. 마치 80년대 선배들에게 말로만 들었던 금서를 몰래 구해 읽고 고민했다는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한동안 듬했던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일까?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자신들의 본분을 자각한 것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내용을 헌법에서 밝히고 있지만 집권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 사실을 국민들이 깨닫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잘 살게 해주겠다,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온갖 공략이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재개발이 아닌가? 우석훈씨가 이 책에서 밝히듯이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과 우경화 교육은 그들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주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인가? 아니다. 그들이 분명히 놓쳤던 부분이 있다. 그것은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는 더 고차원적인 문제에 관심을 돌린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후로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이 이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잘났다는 정치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가? 알면서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그래도 자칭 엘리트들이라고 말하는 그들이라면 후자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이 책의 핵심이다.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책의 표제가 눈에 확들어 온다. 묘하게도 요즘 함게 읽고 있는 책이 "민주주의는 죽었는가?"이다. 이 책의 원제가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이다. 지젝, 낭시, 아감벤 등등 많은 석학들의 사상을 짧은 소논문으로 엮어 놓은 책이라 읽기에는 쉽지 않다. 너무 복잡한 부분은 건너뛰고, 이해할 만한 것들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지만 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가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잠깐 곁길로 빠지자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 과두정을 선호한다고 할 수가 있겠다. 소수에 의하여 사회가 지배되는, 그것도 대물림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귀족정에 가깝다고 할까?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나 정체가 어떻든간에 사람이 중심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최소한 그곳이 사람사는 세상임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집권자들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리는 없다. 시장이 살아가고, 기업이 살아가고, 권력이 살아가는 자리일 뿐이다. 사람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사회의 부속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혁명이 일어나기 때문에 명분상으로나마 투표의 권리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를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유권자는 그거 거수기 정도일뿐이다. 북한이 공격하니 1번을 찍어야 한다, 1번을 찍으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이게 그들의 논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논리에 넘어가서 무의식적으로 1번을 찍고 있다. 과거 1번을 놓지고 한나라당이 2번이 되었던 시절, 그들의 득표율이 예상에 못미쳤던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1번을 찍는 습관에 젖어서 거수기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내 대답은 아니다. 이 무슨 빨갱이식 사고냐고 비난할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다른 국가들이 피를 흘리고 많은 토론 끝에 얻은 결과를 우리는 너무 쉽게 따먹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의해 강제 이식 되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본질은 사라지고, 왜 민주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는가라는 성찰은 사라지고, 투표와 정당이라는 껍데기만 붙잡고 있다. 이러니 투표권의 소중함이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껍데기는 민주주의지만 내용은 귀족정 혹은 왕정인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이다. 지역감정을 감안하면 이상한 형태의 봉건주의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사람사는 세상이다. 내편만이 사람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곳이 민주주의이다. 사람이 더 철저하게 존재의미를 잃어가고 사회를 구성하는 부속품으로 전락해가는 시기에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지 않는다면 다른 독재국가에서처럼 우리 나라도 말로는 민주주의지만 실상은 전체주의로 흘러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들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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