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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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콘 코너 중에 드라이 클리닝이라는 코너가 있다. 윤형빈의 자작곡이 흐르면서 학생들을 계도하는 내용의 노래 가사가 흐른다. 대충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학생이 담배를 피운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얼굴 썩어 이도 누래 완전 폭삭 썩었어."
"학생이 피어싱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아직은 때가 아니란 걸 모르고 있다니."
"학생이 술을 마시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공부할 시간에 술 마시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공부할 시간에 게임만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학교도 안 가고 게임만 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하루 종일 연예인만 쫓아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공부도 안 하고 연예인만 좋아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밤새도록 야한 것만 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시간 낭비란 걸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개중에 공감하는 내용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자면 담배를 다루는 내용이다. 아내가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이 담배 사달라는 부탁을 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면 “학생이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라는 말만큼 짜증나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일만 할라치면(물론 담배 피우고 술먹는 일은 아니었다.) 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이 전가의 보도로 내뽑는 것이 “학생이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였다. 고3이 되어서는 더 심해졌다. “고3이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는 말을 들으면서 성장한 내게 “학생이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라는 말만큼 공감하지 못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각자가 가진 생각이나 개성이나 특성을 “학생은 이래야 한다.”는 말에 담아서 일반화하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은 조언이나 충고가 되지 못하고 설교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것도 잘 안 듣는 설교 말이다. 그리고 왠지 계도라는 말을 하면 뭔가 무시무시해 보인다. “남을 깨우치어 이끌어 줌”이라는 뜻을 가진 계도(啓導)라는 말 자체가 상대방을 어리석다 무시하는 시각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책의 서평을 쓰면서 왜 뜬금없이 개콘 이야기를 하는가? 이 책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꿈꾸는 20대, 사기에 길을 묻다.”라는 거창한 제목은 나에게 “20대는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은 사기를 읽어야 한다.”면서 계도하려는 것 같기 때문이다. 20대에 꿈을 꾸지 않으면 그 20대는 헛된 것인가? 꿈꾸지 않는 20대는 존재마저 위태로운가? 그럼 강제로 꿈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20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꿈을 꾸는 사람이 사기를 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등등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다시한번 느낀다. “이대로만 하면 모두 다 성공할 것이다. 이대로만 하면 다 부자가 된다.”라는 달콤한 말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은 사람들을 획일화하지 않는가?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가르쳐 준 것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못난이로 낙인찍지 않는가?  

  MB께서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에 했던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있다.(워낙 유명한 말이 많아서 어느 것 하나 꼽기 힘들지만) 대학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힘들다면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장학금 받으면 된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리셨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노력하지 않은 학생이며 계도해야할 대상이고, 그래도 안 되면 배제해야 하는 사회적인 불량품들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MB께서 학생이시던 시절보다 지금 학생들은 더 처절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온갖 것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면서 알량한 정규직에 목을 매는 것이 오늘 20대의 현실이다. 그나마도 택함받은 소수에게나 돌아가는 마당에 꿈을 꾼다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대학가서 놀면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학생들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는지 아는가? 대학이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좋은 직장 골라가던 시대가 아니다. 이미 꿈을 꾸기에 사회는 너무 무미건조해졌다. 우리에게 꿈따위는 꾸지말고 먹고사는 것에 집중하라 주문한다.(지난 대선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 책이 얼마나 20대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글쎄다. 

  책은 참 재미있다. 사기를 현대어로 풀어 놓았으며 고사성어의 유래도 동시에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굳이 20대를 타겟으로 그들을 계도하려는 듯 한 시도는 아니라고 본다. 사기의 듯을 연구하여 밝히는 강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교도 아닌 전래동화 모음집처럼 변해버린 책이 간간히 원칙을 지켜라, 세상은 심리전이다, 열심히 공부하라 같은 말을 늘어 놓는다고 해서 20대들에게 어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필은 고사하고 꼬부랑 글씨에 목숨 걸고, 정규직에 목숨거는 그들에게 읽히기나 하겠는가? 그저 드라이 클리닝처럼 우리에게 메마르고 건조한 웃음을 줄뿐이다. 

  차라리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사기의 뜻을 좀 더 연구하고 밝혀서 인문학 분야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 어떠했을지 싶다. 분명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렇지만 같은 사기를 다루는 책이라면 나는 이 책보다는 돌베개에서 나온 “사기 교양 강의”를 택할 것이다. 조금 딱딱하지만 그책이 더 배울만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오타 75p 사기 상식 열전 9번째 줄 (자신의 친구 경부=>자신의 친구 요리) 197p 제일 밑의 줄 (문제=>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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