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서재를 정리했다. 책꽂이 위에 있던 가방을 들추던 중에 곰팡이가 까맣게 핀 것을 보고 언젠간 칳워야겠다 마음먹은지 2주만에 정리를 시작했다. 먼저 가방을 치우고 정리하게 시작하는데 이게 왠일인가? 책꽂이 뒤편으로도 곰팡이가 까맣게 핀 것이 아닌가? 하던 길에 정리한다고 아이들을 아내에게 맡겨서 한쪽 방으로 밀어넣고 정신없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을 꺼내놓고 책장을 치우고 곰팡이를 닦아내고 팡이제로를 뿌리고. 말은 쉬운데 결코 쉽지 않다. 집이 좁은 관계로 책꽂이를 하나씩하나식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옆으로 미루고 옆책꽂이의 책을 다 가져다 곶고 다시 하나를 치우는 식으로 하다보니 5시간이 훌적 지나가 버렸다. 곰팡이도 살짝 핀 것이 아니라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장난이 아니다. 이방에서 빨래도 말리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여하튼 정신없이 치우고 정리하고 여기저기 꽂고 해서 다 끝냈다. 마스크가 가맣게 변했고 코를 풀어도 곰팡이 대문에 까만 코가 나온다. 팡이제로를 쏟아부었으니 목도 아프다. 결국 심하게 목감기가 걸리고 코감기가 걸려서 골골대고 있지만 왠지 마음은 편하다. 책을 50권 정도 꽂을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오늘 책을 질렀다. 가라타니 고진의 정치를 말하다와 아리랑 11권, 그 외에 사무실에 꽂아 놓은 책들을 읽고서 슬금슬금 가져다 놓으면 금방 꽉차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뿌듯하다. 지금 상태로라면 누군가 분양한다는 책을 다 받아놓고 싶을 정도이다. 왠지 저 빈칸을 빨리 채워야 한다는 욕심이. 물론 책을 읽는 속도가 그를 못따라가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