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아내가 12시가 넘은 시간에 텔레비전을 켜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길래 "뭐 봐?"라는 말과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텔레비전을 흘깃 쳐다봤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서울 시장 후보가 맞장토론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참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왜 저 둘만 나오지 궁금해하면서 트위터에 접속했는데 노회찬씨의 트윗을 발견했다. 지상욱 서울 시장 보고가 방송 가처분 금지 신청을 했다가 취하했다는 것이다. SBS도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4자 토론회로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돌연 고소를 취하했다는 것이다. 뒷사정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편파적인 방송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서울 시장 후보가 이 두 사람만이 아닐진데 이 두 사람만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분명 SBS의 실수요, 잘못이다.
나도 아내 덕에 한참 토론을 보고 있는데 말이 토론이지 막싸움이다. 서로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아 공격하려고만 하지 자기의 정책을 합리적으로 펴지 못하고 있다.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4대강 사업과 한나라당의 실책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는 한명숙, 능글능글 하면서 한명숙의 말을 참 무식하다는 식으로 깔아 뭉개는 오세훈. 둘 다 마음에 안들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한나라당을 죽도록 싫어하지만 민주당 또만 겁나게 싫어한다. 병아리 눈꼽만큼 민주당을 덜 싫어할 뿐이다. 한나라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이 언제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의원 총사퇴한다고 말만하고 실제로는 뒷구멍으로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행보가 아니었던가?
별로 탐탁치 않게 토론을 보면서 배울만큼 배웠다는 양반이 토론의 토도 모른다고 투덜대고 있을 때 오세훈의 한마디가 내 마음에 불을 질렀다. 한명숙이 한참을 공격한 후에 오세훈 후보의 공격시간이 되었다. 시종일관 능글능글하게 대처하던 오세훈후보가 9분밖에 안되는 시간 중 6분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 3분은 한가지 질문만 던지겠다고 하더라. 토론에서 3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것도 후보 정책 토론회에서 3분이면 천지가 개벽하지는 못해도 표심이 개벽할만한 시간은 된다. 그런데 그 3분을 한 질문에 모두 쓰겠다고 하니 질문이 궁금해졌다.
"저는 서울 시장이 되어서 서울시의 청렴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청렴도 1위를 달성했는데 작년에 여러가지 비리가 터지면서 1위를 빼앗겼습니다. 제가 만약 시장이 된다면 청렴도 1위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한명숙 후보는 여기에 대하여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대략적으로 이런 요지의 질문을 던진 후 한명숙을 바라보는 오세훈의 표정은 비열 그 자체였다. 별로 정치적이지 않은 아내도 옆에서 지켜보다가 오세훈 얼굴이 비열해 보인다고 한 마디 거들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면 이런 것이다.
"한명숙씨 당신은 지금 검찰에 의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를 받고 고발당하지 않았습니까? 뇌물을 받는 당신같이 청렴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서울 시장이 되어 청렴한 서울시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한번 말이라도 해보시죠."
왜 내 귀에 이렇게 들렸을까? 비열한 그의 얼굴 태도 때문일까? 그때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오세훈을 싫어하는 것은 아무 이유없는 것이 아니구나. 비열한 오세훈 후보의 얼굴이 다시 떠올라 입맛이 쓰다. 아마 검찰의 한명숙 소환과 고발은 바로 이것을 위한 포석이지 않았을까? 서울시는 복마전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 같다. 투표를 보이콧 할 수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