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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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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례한 복음이라는 책을 통하여 이택광씨를 처음 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경제 지상주의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이것들을 무례한 복음이라고 명명하였다. “경제만 살린다면”이라는 지난 대선의 가치판단이 오늘 한국 사회를 이렇게 천박한 곳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하는 반성과 더불어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택광씨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라는 흥미있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마치 “저를 사주세요.”라며 간절히 애원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넣고 빼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평단에서 보내준 책이 이 책임을 알았을 때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은 책을 펴고 몇 장을 읽지도 않아서 철저하게 깨졌다. 너무 어렵다. 다시 제목을 보니 이젠 “나는 겁내 어려운 책이니 함부로 보지 마시오.”라는 거만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다. 책을 읽어가면서 메멘토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뒷부분을 읽으면 앞부분을 까먹고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면 뒷부분을 까먹고. 전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각 부분들의 내용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의 인문학의 현주소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외국에서는 노숙자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하여 인문학을 공부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한국에서 인문학은 돈도 안되는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무례한 복음에 의해서 이공계도 찬밥신세가 되는 마당이니 돈 안되고 머리만 복잡한 인문학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문학을 한다고 말을 했을 때, 그 학생은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말을 다반사로 들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하나의 상식으로 굳어진 사회에서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결단일 수밖에 없다. 인문학이 효용성을 가질 때는 입시나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우이다. 논술과 인문경영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이 어떤 교환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이런 가치 체계는 고전적인 인문학의 역할이기도 했다. 조정에 기여할 관료들을 양성하고 군주의 통치술을 보필하는 ‘동양적 인문학'의 유령을 여기에서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11p) 

  되도록 돈 생각은 하지 마라.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아무리 돈을 벌려고 해도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니 아예 생가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학비 면제를 위해 부득이 연구조교 정도는 맡을 수 있겠으나, 그 이상 나아가서 행정조교를 맡는다거나 하는 무모한 직은 하지 마라.(327p)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문을 하겠다면 자기 학문활동을 극대화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자본가가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자본가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다. 학문활동의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라. 글쓰기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에 걸쳐 원고지 1000장을 쓰는 장인정신은 부르주아 계급 출신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21세기에 더 이상 예비 학자의 물적 토대를 마련해줄 너그러운 페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고살기 위해 쓰되, 글로 먹고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역설적 메커니즘을 잘 타고 넘는 연습을 미리 해둬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328p) 

  인문학자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들은 팔 걷어 붙이고 나서서 자식들을 말릴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모들은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논술 학원에 보낼 것이고, 글쓰기를 연습시킬 것이며, 책을 읽힐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들이 인문학을 용인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이 모든 것은 금지당한다. 대학에라는 문턱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인기있는 과에 들어가기 위하여 학점에 목을 매고 토플 점수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전력투구해야 한다. 철학을 논하고,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사색을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글로 먹고 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오늘날 인문학자의 현주소이다. 글쓰기 책이 난무하지만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인가? 그냥 이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먹고사니즘이라는 무례한 복음의 세례를 받고 거기에 경도되어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지난 2년간 우리 사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결론은 뻔하다. 재개발이라는 논리가 철거민의 생명보다 앞서는 것이,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보다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이다.  

  돈만 된다면 무엇이라도 내다 팔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작은 희망이라고 본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굶어죽을 지경이 되어도 다음해 파종할 종자만큼은 까먹지 않았다. 그것을 까먹는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란 종자와 같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무례한 복음에 빠져서 인간성마저 팔아버리려는 절망적인 순간에 최소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하나쯤은 있어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요, 책을 읽는 이유이며, 내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고 싶은 이유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인문좌파란 현실에 휩쓸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판을 가하고 더 나아가 비판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사람이다. 분명 이런 사람은 모든 것이 완벽한 슈퍼맨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 

  책이 너무 어렵다.(별표를 두개준 이유가 여기있다.) 320페이지밖에 안되는 이 책에 마르크스, 루카치, 프로이트, 벤야민, 라캉, 헤겔, 사드, 칸트, 지젝, 데리다, 네그리, 랑시에르, 바디우, 사르트르, 알튀세르 등등 수없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을 다루기 때문이다. 각주를 충실하게 달고, 참고서적을 밝혀놓는다고 할지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론 가이드라는 거창한 제목에 비하여 포스트 모던 시대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각 사상가들의 사상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 페이지 안되는 짧은 공간에 그들의 개념과 사상을 우겨 넣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차라리 시간을 들여서 원전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이해가 잘 되지 않겠는가?

  오타 210p 4번째 줄 (포기한다는 것은=>포기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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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05-1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다가 덮었어요. 서문은 나름 읽을만 해서 기대 좀 했는데 점점 힘들어지더라구요. 초반에 마르크스는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읽다가, 이해 안되면 돌아가서 다시 읽고 또 앞 문단으로 가서 읽고 반복했는데 중반 넘어가니 알지도 못하는(이름만 아는) 철학자 뭐라 뭐라 했다는 식이고 또 그 말을 근거 삼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니 반박도 못하겟도..... 솔직히 접수불가입니다. '난 이 책이 무슨말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하고 외치고 싶은 참에 반가운 리뷰 만나서 푸념 좀 했습니다 ㅎㅎ
좋은 말도 안 나올거 같은데 이 리뷰 쓸까 말까 고민입니다.

물론 제 앎이 부족하기 때문이란걸 생각하더라도 불친절한 책 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saint236 2010-05-13 22:35   좋아요 0 | URL
정말 불친절한 책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꾸겨 넣었다는 생각에. 간서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독자의 난독증은 저자의 책임이다. 맞는 말입니다. 욕심이 과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L.SHIN 2010-05-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왠만하면...왠만하면...(부들부들 ㅜ_ㅡ) 세인트님 리뷰를 안 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나도 인문 서평단 하고 싶었는데 못 하는 슬픔'이 되새김질 되기 때문에!!!
아흑...미치겠어요. 인문쪽은 내용이 다양하니까 쓸 말도 많을 거 같은데..
경영은...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아,놔. 숙제 해야하는데...머리가 굳었어요.

saint236 2010-05-13 22:3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인문 서평단은 많이 약합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인문 서평단이 최고였던 기억이. 밀려드는 책을 주체하지 못해서 힘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외도도 해가면서 널널하게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 강아지와 불평등 경제학, 그리고 정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