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터넷 창을 켰더니 얼마전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김예슬씨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그의 대자보를 정독한 나로서는 이 기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한달이 지났는데 어찌 살고 있는지, 부모님의 실망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지, 괜히 했다는 후회 때문에 밤잠을 뒤척이고 있는지 괜스레 걱정되던 차에 그녀의 근황을 소개한 기사이기에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접촉을 했을까? 작은 소책자 하나를 낸 것 같다. 경향신문에서 그녀와 인터뷰한 내용의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김예슬씨 기사 전문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society/2008_hot_people/view.html?photoid=3899&newsid=20100414032233620&p=khan
그런데 말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화나게 한다. 첫페이지에 16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 중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것은 경솔한 짓이다라는 댓글들은 제외하고, 그럭저럭 받아들여줄만한 것들은 제외하고 상식 이하의 것들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댓글을 단 이들의 아이디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상 삭제했다.





16개의 댓글 중에 상식 이하의 댓글인지라 옮겨온 것이 6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말까지 표함한다면 찬성과 반대가 비슷비슷하던지 혹은 반대가 더 많은 것 같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세계 IT 강국을 외쳐대면 뭐하는가? 이렇게 상식 이하의 키보드 워리어들이 넘쳐나는데.
예수는 죄없는 자가 돌로치라고 했다. 과연 위에 댓글을 작성한 키보드 워리어들은 죄가 없는가?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친 교육의 피해자가 아닌가? 김예슬씨가 학교를 그만두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인지 기사를 충실히 읽어본다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그만두면 되는데 왜 대자보를 붙이고 일인시위를 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예슬씨는 자기 마음이 약해질까봐라고 대답했다.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받아달라고 할까봐 배수의 진을 쳤다고 했다. 스스로를 막다른 길에 몰아 넣은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을까? 부모님들의 마음, 자기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등등 얼마나 많은 것들이 24살 여학생의 마음을 힘들게 했을 것인가? 그럼에도 그는 당당하게 소신있는 선택을 했다. 미련하지만 사회에 짱돌하나 던졌다. 비록 큰 파문을 끼치지 못했지만 모두가 두려워 아무말 하지 않을 때 당당하게 No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응원해 주지는 못할망정 돌을 던진다. 상식적이고 논리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수준 이하의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신념과 소신을 보지 못하고 외모를 가지고 그녀를 판단한다. 민노당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혹은 책을 팔기 위한 기회주의적 행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고작 민노당 선택을 받기 위해서 대학을 포기할까?(민노당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민노당의 힘이 약하다는 말이다.) 차라리 열심히 올인해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는게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고작 책 몇권 팔기 위해서 대학을 자퇴하는가? 대학을 자퇴한 것이 먼저이지 책을 쓴 것이 먼저가 아님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그녀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그녀는 이 사회의 미친 교육이 만들어낸 순교자인다 아닐런지. 제발 격려를 못해줄망정 돌은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미친 교육 안에 밀어 넣고 한줌의 기득권층을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을 희생하는 어릿광대짓을 멈추었으면 좋겠다. 푸른 하늘보다 더 시퍼렇게 멍들었을 김예슬씨의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시큰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