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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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김인희 지음 / 아이디어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무지개라...
어떤 사람은 무지개에서 희망을 본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을 보고, 어떤 사람은 빛의 파장에 의한 산란을 본다. 다 맞다. 어느 것 하나 배제할 수 없이 모두 받아 들이는 것이 무지개의 매력이 아닐가? 삼색으로 보이든, 오색으로 보이든, 아니면 일곱색으로 보이든 몇 가지 색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라는 일곱 색 중에 어느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모두 모여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아치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삶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빛나는 무지개가 아닐까? 분노, 원망, 희망 기쁨 등 모든 것이 모여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빛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그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다.
무지개라는 제목에, 종교서적이라는 말에, 에세이라는 말에 부답없이 책을 펴 든다. 그러나 한자 한자 읽어가면서 마음에 깊은 깨달음과 여운이 남는다. 때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 중에 마음 속 깊이 여운을 남긴 두 부분을 인용해 보려고 한다.
<작년 이맘때>
2008년 6월 2일 밤에 쓴 글을 꺼내 읽는다.
<백성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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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0
이 나라 백성 노릇 하기가 고비고비 힘겨웠음은 아무 말 없이 숫자만 보여줘도 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도 있는 분노와 슬픔이 이 세대 사람들 가슴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라고 또다시 닭장차를 봐야 한단 말인가! 군홧발에 밟히는 어린 여학생의 머리를 보다니, 기막힌 마음에 벌떡 일어나 읹는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직임이다.(사마천의 충고는 “지도자는 절대 백성과 다투지 말아야 한다. 누가 이기냐 하면 백성이 이기더라.” 2500년 역사를 기록한 사람의 말이다.)그러나 죽을 때까지 하는 이 나라 백성 노릇, 그리고 죽은 후 영원토록 해야 하는 ‘무슨 노릇’이 있음을 일깨울 수만 있다면!(……현 대통령에게도, 전 대통령에게도 나는 ‘사마천’을 말하고 싶었었구나. 전 대통령에게는 사마천의 궁형과, 그가 가진 백성과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을 떠올릴 수는 없었는가? 하고 묻고 싶었던 거야. 목숨을 주신 분 앞에 누구나 다 서야 하는 때가 올 터이기에 나는 한없이 두려움으로 말하고 싶었던 거야.)
나는 지금도 말하고 싶다. “敬天愛民경천애민” 지도자의 덕목이다.(p.53)
정말 이 나라 백성들은 백성 노릇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 백성 노릇이 오늘날 우리를 있게 만들지 않았는가? 요즘들어 세상을 삐딱하게 본다. 우리나라가 챙피해질 때가 있다. "피씨방 알바는 내 재떨이를 갈아줬다. 국가는 나에게 무엇을 해줬는가?"라는 모 개그만의 말처럼 실망만 안겨주는 이 나라가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백성을 이겨보려는 대통령들이 답답하다. 더 답답한 것은 백성들의 백성 노릇을 노예나 부하 직원 정도로 국한시키는 위정자드의 좁은 소견이다. 이래저래 국민 노릇하기 힘들다.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내 동생들 중에는 특별히 음식 솜씨가 좋은 동생이 있다. 무엇이든 그 애가 만들면 맛이 각별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음식 만들기를 즐거워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 맛있다는 말 한 마디면 만사 오케이. 제 몸 힘든 것도 눈 녹듯 사라지는 특이체질이다. 드디어 동생이 꿈에도 소원이던 자그마하고 예쁜 밥집을 하나 차렸다.
오늘 오후에 잠깐 들렀다가 ‘볼’것을 보고 왔다. 마주앉아 있던 동샌이 벌떡 일너나 거의 달려나간다. 그야말로 맨발로, 현관에서 신 신을 새도 없이. 손님을 너무 적극적으로 맞이하나? 돌아보니 창 밖에 파지를 줍는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엉거주춤 서 계신다.
이제 막 문 연 식당에 모아놓은 신문도, 박스도 있을 리 없다. 할머니가 원하시는 것은 이 집에 없다. 이 집에 있는 것은, 따뜻한 밥상과 ‘꿈에도 소원이 배고픈 사람을 먹이는’ 주인의 마음뿐이다.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사도행전 3:6)이다.
돈이 없다고 머뭇거리는 할머니를 강권해서 밥상 앞에 앉힌 동생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하다. “주여 감사하나이다. 소원을 이루었나이다.” 볼 것을 봤으니, 할렐루야. 음식 솜씨 빵점인 목사 언니는 동생이 싸주는 나물 반찬들, 보물단지처럼 껴안고 퇴장이다. 아, 배부른 주말이다.(p.112)
온통 답답한 것뿐인 세상을 살맛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일까? 내게 있는 것들을 나누는 모습일 것이다. 이제 막 개시한 식당에 공자 손님이 오기라도 하면 재수없다고 하는데 이 분의 동생은 발벗고 뛰어나가서 모셔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내게 있는 것을 나누는 마음, 신앙을 실천하는 즐거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볼 것을 보고 왔다는 저자의 말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나도 오랫만에 볼 것을 봤으니 그저 기분이 좋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