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자유를위한정치>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개그가 떠오르는 것인지? 역사의 공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동혁이 형의 개그가 떠올랐다면 이번에는 남보원이 떠올랐다. 특히 박성호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이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내가 한 마디 던지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강기갑 의원을 패러디한 복장에 체신머리 없이 행동하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어울리지 않게 던지는 말 한마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누가 그랬던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먹고사니즘이라고. 살림살이로 대변되는 경제 문제 때문에 우리는 아주 황당한 대선을 치르지 않았던가? 유력한 후보자의 비리와 불법과 부도덕이 폭로되어도 지지율이 꼼짝도 하지 않는 기현상을 이미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가? 모든 사람들이 다 인정하듯이 경제에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책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했던 말 "무능한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가 낫다."는 것이 지난 대선을 바라보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가 아닌가? 오죽하면 외국 유명 언론매체에서 정책은 없고 오직 경제문제만 있었던 기이한 대선으로 평가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이명박 대통령이 온 국민의 기대를 안고 대통령이 되었다. 대선 CF 중에 한 할머니가 나와서 국밥 한 그릇 퍼주면서 "이눔아 이제 다 먹었으니 경제를 살려라."하던 말 한마디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부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을 내세우며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얼리버드 시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면서 정신없이 밀어붙인다. 종부세를 손보고, 제2롯데월드를 허가하고, 4대강 살리기에 돈을 쏟아 붓고,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외환을 쏟아 부으며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누구하나 브레이크를 걸지 못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저자는 노가다식 정치라고 평가한다.   

  MB는 1970년대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주요 건설공사들을 오히려 공기를 단축해 끝냈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에 기초해 월급쟁이로 최단 기간 내에 CEO에 오르는 등 MB신화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자신의 성공신화와 한나라당의 다수 의석에 기초해 속도전, 돌격전을 내세운 공기 단축의 '노가다 정치'에 나선 것이다. 즉 한나라당의 의원들조차 그 내용을 잘 모르는 85개의 법안을 제대로 된 심의도 없이 날치기 통과시켜 역사를 되돌리려는 강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정치를 단순히 공기를 단축해야 할 건설공사 정도로 간주하는 이명박식 노가다 정치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P.109)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신화,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하여 속도전 돌격전을 벌이면서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면서 CEO 대통령의 이미지, 불도저식의 국정운영을 스스로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인가 정신없이 몰아치고 하루에도 수십가지 사건이 터지니 어설픈 코미디 보다 뉴스가 더 웃기고 재미있게 되었으며, 신경민 앵커라는 불세출의 명언가를 배출하기도 하였다. 잠깐 곁길로 가지만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남는 신앵커의 클로징멘트는 이것이다. 

  "이번 주에는 눈에 띄게 친절했던 기관들이 많았습니다. 대법원은 몰아주기 배당한 서울중앙법원 조사에서 끝없이 친절했습니다. 대교협은 의혹 받은 고려대 판정에서 망외의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특히 문방위원장은 기습 상정에서 누군가를 위해 몸을 던지는 친절을 보였습니다. 총 맞은 것처럼 친절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단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도록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던 2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연일 서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라는 말로 수없이 많은 볍률들과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쪽에서는 한나라당을 따라오라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MB를 위해서 연합해야한다고, 힘을 실어달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마디만 묻고 싶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MB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도, 한나라당을 밀어 과반의석을 준 것도 결국은 살림살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다른 것은 몰라도 살림살이 문제만큼은 목숨걸고 해결해야 한다. 그게 이치고, 예의다. 그런데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곳곳에서 죽겠단다. 안치환의 "아이고"라는 노래 가사가 80년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청년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청년실업자는 통계라는 사기에 가려져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있다. 7% 성장이 5년동안 총 누적 성장이냐는 농담이 진담으로 들린다. 비정규직은 노동의 유연화라는 말로 정당화 된다. 오히려 더 유연화하지 못한 것이 한이라는 정신나간 의원들도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여당이 독주하면 야당이 막아야 하는데, 그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있다. 책임을 회피하면서 무조건 여당이 잘못했다고 자기들을 밀어달란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같은 진보 정당들은 생존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정당들이 국민과 분리되어 헛다리를 집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 대문이다. 손호철 교수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류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비례 대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례 대표의 취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한제 폐지, 독일식 도입, 비례 대표 선발과정의 투명화 등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46점 민주주의를 벗어나는 길이다. 문제는 허무주의를 넘어서 생산적 대안을 중심으로 민심을 조직하는 것이다.(P.168)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의 주장의 핵심은 단순히 쌍용차 사태의 진짜 책임소재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를 통해 미래를 배우자는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시 쌍용차의 해외매각설이 등장하고 있다. 77일간의 영웅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역사적 교훈을 배우지 못한 채 또 다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죄문제를 쟁점화하지 못한 진보진영의 잘못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P.190)  

  하나는 168페이지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치체제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더 악한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과오를 떳떳이 인정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불신을 심어 준 것이 아니겠는가? 애초에 무능에 질려서 부패를 택한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다면 능력은 보여줘야 하지 않았었는가? 능력이란 "살림살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의 바램대로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가 구현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최우선적으로 "빵을 위한 정치"만큼은 충족시켜워야 하지 않을까? 여야 상관없이 정치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빵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뻔하다. 고용유연화, 민영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삽질, 뻘짓하면서 벌이는 토목건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만약 해소가 어렵다면 적어도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대승적으로 연합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런데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자가 그렇게도 애증을 갖고 쓴 소리를 해댄 노무현이 차라리 그립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겠는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명박 대통령 뽑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저자의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 책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다. 정치평론이라는 것이 오답맞추기는 아니지 않은가? 시험 다 본다음에 답지 맞추어 보면서 그때 왜 그러지 못했는가 생각하기 보다는 저자의 말대(168, 190페이지 인용문)로 무엇인가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어디에도 생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저자의 깊은 생각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예전에 게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의기양양해 하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어떤 님이 서평을 쓰면서 이러한 출판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했는데,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자의 생각과 대안이 깊고 세밀하게 담긴 챕터가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 책은 지금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글 모아서 책으로 편집하시니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글샘님의 말대로 대충 눈에 보이는 오타를 찾아봤다. 띄어쓰기는 너무 많아서 아예 찾지도 않았다.  

  38p 2번째 단락 4번째 줄 매달려고 => 매달리고, 126p 2번째 단락 2번째 줄 버터 => 버텨, 127p 2번째 줄 외국어 표기상 프레미엄 => 프리미엄, 278p 7번째 줄 진조진영 => 진보진영, 319p 밑에서 두번째 단락 2006 => 1996, 김연철게이트 => 김현철게이트, 320p 2번째 단락 6번째 줄 발본적인 => 근본적인, 320p 밑에서 7번째 줄 후진이나 => 후진 일이나, 같은 페이지 밑에서 4번째 줄 거절하다 => 거절하자, 321p 양산 선거에서 간신히 => 양산 선거에서 간신히 승리한, 322p 위에서 3번째 줄 가두었고 => 거두었고, 326p 마지막 단락 수정을 하면 하는데로 => 수정을 하면 하는대로, 같은 페이지 같은 단락 딜렘마 => 딜레마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이정도의 오타와 문법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띄어쓰기는 아예 찾지도 않았음을 기억하자.) 조금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영어 조기 교육을 외치며 국어 교육은 무시하면서 세종대왕 동상 하나만 광화문에 덩그러니 세워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편집과 맞춤법부터 배우는 것은 어떨찌? 책에 대한 평점 중 최소한 별표 한개는 여기에서 사라져 버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m 2010-02-1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꼼꼼히 읽으셔군요!! 오타까지 다 찾으시다니!! 출판사측에 알려줘야겠네요^^

saint236 2010-02-20 11:32   좋아요 0 | URL
책은 잘 받으셨는지요. 동봉해서 보내주신 에코책은 정말 감사합니다.

전호인 2010-02-2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리뷰입니다.
운전기사까지 동원하여 세금포탈을 할 정도의 사적인 경제관념으로 부를 축적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면 능히 이 나라의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챙겨주지 않을까 라고 위안을 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근성이라면 가능하겠지 라고 말입니다. ㅋㅋ 결국은 사기혐의까지 있다는 것을 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을 대상으로 엄청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거겠지요. 씁쓸합니다.ㅜㅜ

saint236 2010-02-23 17:3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게 아끼고 독하게 벌어서 혼자 먹으니 문제이죠. 문득 전우익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