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딸콤플렉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착한 딸 콤플렉스... 

  처음에는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와 같은 류의 책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성질의 책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라는 제목과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일까? 이 책의 원제는 "Wege aus der abhängigkeit(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인데 이것과 착한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와 제목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물론 "심리학 책이다.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라고 제목을 잡으면 일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전공자들에게나 읽힐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왜 제목을 그렇게 잡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독자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이 참 묘하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점수가 발표되고 수시 합격 발표가 나기 시작했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비롯한 특목고들의 입시 또한 발표가 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그 중에 2가지만 사건만 추려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째는 외국어 고등학교 입시에 관한 문제이다. 같이 교회를 다니시는 분의 손자와 또 다른 분의 딸이 외국어 고등학교에 시험을 치게 되었다. 시험보기 한달 전부터 마음이 불안하신지 열심히 기도하시더라. 기분좋게 시험을 보고 왔는데 막상 결과는 둘다 떨어졌다. 그런데 둘을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정반대이다. 딸이 시험에 떨어진 것을 보신 이 분은 며칠간 딸과 같이 놀러다니고, 찜질방도 가고 대화도 하면서 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하여 노력했고, 그 결과 딸도 충격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다른 한 쪽의 이야기는 정반대이다. 손자이기에 드러내놓고 아무 말도 못하시는 그 분의 말에 의하면 며느리가 손자를 쥐를 잡듯이 잡는다는 것이다.(조금 표현이 과한가? 내가 듣기엔 그렇다.)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 손자가 매일 어머니와 냉전 중이고 그 화를 며느리가 시부모인 자신들에게, 남편에게 풀고 있단다. 그래서 요즘들어 며느리가 많이 미워졌단다. 

  둘째는 대입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능 결과가 예상 보다 좋지 않은 녀석들이 주변에 몇 있다. 그 녀석들은 집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수능이 끝나서 기분좋게 나가 놀고 싶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지만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서 부모님 눈치만 보고 있단다. 그래서 밥 사주면서 "집에 있으면 뭐하냐, 죄인도 아닌데 왜 눈치 보냐?" 이러면서 다독여 주고 있다. 수시 결과도 일부러 묻지 않는다. 물론 그래도 귀에 다 들어오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입시철만되면 난리도 아니다.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 자기 혼자 속으로 실패를 삭히기도 힘든 판에 부모님의 눈치를 봐가면서 숨을 죽여 지내야 한다. 가뜩이나 힘든 여린 마음에 돌을 몇개나 얹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묻고 싶다. "정말 자식을 사랑하세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들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과도한 사랑이 아이들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시나보다. 아이들의 인생과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어린애들이 무엇을 아냐면서 진로와 직업까지 본인이 결정해 주려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답답하다. 아이들에게 몰래 속삭인다. "네 맘대로 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잘 결정해. 부모님이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야."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면 믿는 도끼에 발등찍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세상에 생각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도 자기 주관이 있고 생각이 있다. 집에 21개월된 딸과 9개월 된 아들이 있는데 그녀석들도 자기들 생각이 있다. 아빠 엄마와 협상을 할줄도 알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도 안다. 나와 아내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되고.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들의 생각과 인생을 존중해서이다. 지금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아이의 인생을 콘트롤하려 들까봐 겁이 나서이기도 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은 자식이라도 부모 입장에서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부모님들은 이상하리만큼 자기 자식들의 생각을 무시한다. 어리석다고 치부해 버린다. 그러면서 "네가 뭘 알아. 아빠 말들어. 엄마 말 들어. 내가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그렇지만 자식된 입장에서 그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반발감만 생긴다. 자꾸 집을 떠나고 싶어한다. 내 어머니도 여느 어머니처럼 그랬고, 나도 여느 자식처럼 그랬다. 결국은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데 받아들이질 못하나 보다. 그러다 보니 자식을 약하게 기른다.어디로 떠나지 못하도록 자기 옆에 꽁꽁 매어두려 한다. 자식의 배우자도 본인이 고르고, 자식의 직업도 본인이 선택하는 등 자식을 인형처럼 조종한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은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그림동화 거위치는 소녀를 통하여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그리고 절대 그러지 말라고 권한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독립된 개체로 키우라고 말하며, 자식들에게는 투쟁해서라도 독립을 쟁취하라고 말한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인용해 본다.

 에리히 프롬은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는 용기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존적 상태를 벅어나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발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과거의 관계를 떠난다는 의미이고, 이는 두려움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며 진실을, 자신의 진실을 말해야 하며, 인간은 많은 점에서 비슷하지만 또 많은 점에서 타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전해야 한다.(198p)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지만 특히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금과옥조가 되는 말일것이다. 자식이 언제까지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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