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석을 이렇게 본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는 다석을 이렇게 본다 (반양장)
정양모 지음 / 두레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다석 류영모... 

  참 유명한 분이다. 학교에서 주워 들은 풍월이 있는데 다가, 선배 중에도 이분의 사상을 연구하겠다고 책을 산 사람도 있다. 또 다석의 사상을 연구하는 분들 가운데 이정배 교수님의 이름이 이 책 가운데 나오는데 그분 밑에서 종교철학도 배웠다. 이대 명예 교수님이신 김흥호 할아버지(우리는 친근함의 표시로 이분을 교수님이나 선생님이 아니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로부터 동약철학에 대해서 배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축복받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한 선배가 수업 시간에 김흥호 할아버지로부터 십우도에 대하여 강의를 듣고 내려와서 열변을 토하던 일이 기억이 난다. 낯선 동양의 철학이지만 이것을 기독교 신학과 접목시켜서 하는 강의는 우리에게 신학의 새로운 지평에 대하여 눈을 뜨게 만들어 줬다. 이 분의 스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석 류영모는 충분히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알라딘에서 다석 류영모의 사상에 관한 책을 받았고, 알라딘에서 이런 책도 준다고 신기해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게 진리를 찾는 단계를 소를 찾는 목동으로 비유한 십우도이다.(5단계 목우의 그림)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젠장이란 말이 입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 신앙에 물들어 와서 욕을 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젠장이라는 말은 무척이나 심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동경의 대상이던 다석 류영모에 관한 책을 펴고 읽는 순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분은 천주교 신자고 나는 개신교 신자라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동양 사상 자체에 대한 낯설음 때문이다. 도무지 유, 불, 선 사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직 나에게 공부가 많이 부족한가보다. 또한 다석 특유의 말장난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다석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이정배 교수님을 포함해서 책의 저자인 정양모 신부님까지) 깊은 영적이고 신학적인 진리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게 그의 신조어들과 말들은 조금 이해하기 쉬운 외계어 정도이다. 그의 글을 쓰고 밑에 가다듬어 다시 기록한 글을 보는 순간, "이게 그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다시 고쳐 쓸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표음문자인 한글을 표의문자처럼 이해하고 파자해 놓은 모습을 보면서 장난스럽다는 생각, 그리고 너무 나가셨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연구하는 분들에게 이 또한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비춰질테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드는 것, 그리고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것은 예수에 대한 다석의 생각이다.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예수 사상은 참신하고 교리라는 틀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함석헌 신부같은 분은 다석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지만 나같은 범인에게 있어서 다석의 생각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양모 신부는 종교다원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배타주의 포괄주의가 잘못되었다고 그것 때문에 종교 전쟁이 발생한다고, 그래서 다석의 예수상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가 없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요, 인류의 구원자라는 지금의 예수상을 부인해 버린다면 기독교가 기독교일수가 있겠는가? 타종교와의 관계를 위해서 기독교의 본질을 버리고 술렁술렁 넘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슬람교에 가서 알라신의 유일성을 부정하고, 불교에 가서 부처의 깨달음을 부인한다면 그게 이슬람교이고, 불교이겠는가? 구세주 예수상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다른 종교들에 전투적인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종교다원주의를 배우고, 고고학을 배우고, 신학을 배우지만, 동서양의 고전을 배우지만 결국 포기하지 못한 예수상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다석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데 읽은 것은 과욕인 듯 싶다. 탐진치를 버리라는 다석의 말 한마디만이 내 마음 속에 깊이 남는다.  

ps. 솔직히 다석의 사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석의 사상을 번역하고 주를 달아 놓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 같다. 논문도 아니고, 그렇고 원전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이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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