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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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어를 금한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독일에 30년 이상을 살고 있는 한국여인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라는 책의 표지를 보고 가장 먼저 떠 올린 생각은 "왜 고등어를 금하지?"였다. 냄새때문인가? 고등어는 비린 생선인지라 냄새 또한 만만치 않게 나는터라 아내도 집에서 고등어를 잘 굽지 않는다.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먹으면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싶에서 고등어를 굽지 않는 아내를 두었는지라 같은 이유에서 고등어를 금하나보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읽어도 고등어를 금하는 이유가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왜 고등어를 금하는 것일까 미치도록 궁금해하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책의 제목은 한 단원의 제목이었던 것이다. 독일에서 고등어마저 먹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에 식탁에서 고등어를 먹지 말자는 가족들의 우스갯소리에서 비롯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배웠던 시 가운데 "꽃씨 속에는"이라는 글이 있다. "꽃씨 속에는 파아란 나뭇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빨가니 꽃도 피어있고 꽃씨 속에는 노란 나비도 숨어있다." 작은 꽃씨 한 알을 보고서 파아란 나뭇잎과, 빨가니 꽃과 노란 나비를 볼 수 있는 상상력! 저자는 이런 고등어를 보면서 이런 상상력을 발휘한다. 고등어 한 마리 안에 담겨있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땀, 그것을 싫고 독일의 뮌헨까지 운반하는 화석 연료의 소모량, 이것을 위해 희생되는 힘없는 이들, 세계의 곳곳에서 이 연료가 없어서 죽어가는 많은 약자들. 상상력을 발휘하는 저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고등어 한마리는 이미 고등어 한마리가 아니라 세계요, 약자들의 눈물이며, 땀이다. 이것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독일인과 결혼한 한 사람의 소시민이지만 당당하게 민족의 공존이라는 거대담론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삶의 이야기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풀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계는 날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빠져든다. 신자유주의 세계하에서 승자는 좋은 것, 일등하면 장땡이라는 경쟁의 복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이미 경험으로 알듯이 경쟁 속에는 대안이 없다. 경쟁을 멈추고 공존을 하지 않는다면 너는 주고 나는 살자는 것이 아니라 너죽고 나 죽자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성으로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지금 공존을 위한 심플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고등어를 보면서 세계를 보고, 세계의 불평등의 문제를 볼 수 있는 상상력과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기꺼이 동참하려는 결단과 감수성이 아니겠는가?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매일 피곤에 찌들어 사는 일상을 카페인으로 충만하게 채우고 있달까?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이곳저곳의 브랜드 커피를 다 마셔봤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 스타벅스이다. 누구는 날보고 된장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커피가 진하다. 피곤한 몸에 카페인을 충분히 채워줄 정도로 진하다. 둘째는 자기 회사 원두를 갈아준다. 그때그때 적은 양이라고 갈아주는 것. 내가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스타벅스를 이용하면서 공정무역 커피를 사기 시작했다. 누구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안에서 최소한의 양심적인 행동이다. 그라인더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아니고서는 적은 양을 갈아 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스타벅스를 이용하지만, 커피의 맛은 뒤로 미루고 공정무역 커피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내가 찾아낸 최소한의 양심의 행동이다.  

  어떤 이들은 스타벅스의 상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스타벅스의 상술이라고 해서 맥까페를 애용하고, 다른 것을 애용하는 것이 더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전광수커피나 다른 공정무역 커피를 이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고 아니면서 다른 기업의 커피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스타벅스의 상술인지언정 공정무역 커피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 최소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통해서 거기에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상상력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그라인더를 구비하게 된다면 스타벅스가 아니라 나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하는 커피로 옮아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다.  

  공존을 위한 상상력. 그리고 심플한 삶.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 고등어를 금하라는 말 한마디를 통하여 나에게 이것들을 가르쳐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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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31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