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
-
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인생은 박치기다,"
상당히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제목이다. 이게 뭘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김일을 떠 올리게 만드는 제목. 내 나이에 직접 김일의 시합을 본 적은 없지만 내 아버지 세대만 해도 김일의 박치기는 오늘날 박지성이나 이청용의 인기와 막었었다는데. 아니 오히려 더할지도 모르겠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남북 분단, 6.25라는 민족의 상처, 먹고 살기 힘들어 하루하루 고생하면서 살아가던 그 시절, 보릿고개라는 말로만 듣던 세상에서 가장 높다던 고개를 넘어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김일이라던데. 프로레슬링의 호시절이 지나가고 헐크 호건, 워리어, 언더퀘이커 등의 이름마저 희미해지는 지금에서야 김일이 누구인지 알턱이 있겠는가?
생뚱 맞게 "재건통일, 6.25맞이 레슬링, 간첩신고는 113"이라는 표어가 붙어있지만 이 표어가 바로 이분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런 류의 표어는 전국민이 관심을 갖는 분양 집중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오늘날 축구 국가대표의 유니폼에 "간첩 신고는 113"이라는 문구를 인쇄하고 월드컵에 출전한느 격이 아니겠는가? 아마 조만간 이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되지 않을까? 역도산의 일대기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안될 것이 무엇이겠는가?
왜 김일인가? 사진에서 보다시피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요즘 아주머니들도 혹한다는 꽃미남, 훈남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몸이 다비드상도 울고간다는 권상우, 장동건의 탄력있는 근육 몸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때에 스포츠에 열광한다는 것은 밥이 생기는 일도 아닐텐데 왜 많은 사람들이 열광을 했던 말인가? 그 인기의 비결은 말 그대로 그의 박치기에 있다. 구마적, 신마적, 시라소니, 김두환, 이정재 등 내노라하는 주먹들이 사라져버린 자리를 그가 메워준 것이 아니겠는가? 당시 주먹들이 이름을 날리고 오늘날까지 전설적인 존재로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되는 것은 그들의 삶을 불법으로만 이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제라는 암울한 시대에 불법이긴 하지만 폭력으로나마, 사람들의 답답함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김일 하면 박치기를 떠 올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거구의 레슬러들을 쓰러뜨리는 그의 박치기 한방에, 핀치에 몰리다가 박치기 한방으로 판을 뒤집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이유가 아니겠는가?
"인생은 박치기다."라는 제목에는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으로 국적을 유지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동창생 열명중 4명이 이미 죽었다는 그의 말이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그런 인생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었는지 하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 힘든 세상 뭐 있는가? 박치기 하면 되지, 조건 따지고, 핏줄 따지고, 신세 한탄하지 말고 맨땅에 헤딩하면 되지. 아프기 밖에 더하겠어!"하는 저자의 박치기 철학에 박수를 보낸다.
요즘 삶이 답답하다. 무엇인가 막힌 것 같고,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어찌 해야할까 매일 고민 중이다. 새벽에 교회에 가서 기도할 때에도 그저 한숨이 먼저 나오던 것이 요즘 나의 삶이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맞이 했는데 어디서 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저자의 박치기 철학을 접했다. "힘든 세상 뭐 있는가? 박치기 하면 되지. 조건 따지지 말고, 핏줄 따지지 말고, 신세 한탄하지 말고 맨땅에 헤딩하면 되지. 아프기 밖에 더 하겠나?" 저자의 박치기 철학을 조용히 되뇌어 본다. 그래. 맞다. 김일에게 무엇이 있었나? 강한 조국이 있었나? 아니면 돈이 있었나? 그저 맨땅에 헤딩하는 도전 정신이 있지 않았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한방에 잠재우는 박치기 하나뿐이지 않았는가? 이봉우에게 무엇이 있었는가? 아무 것도 없지 않았는가? 그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깡과 맨땅에 헤딩하는 무모함만이 그의 유일한 재산이 아니었던가?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
닥치고 박치기 한 방!!
청년 실업, 고유가, 경제 대란, 복잡한 정세. 답답한 정치판. 무엇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어서 답답함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무모하지만 맨 땅에 헤딩하는 박치기 정신이 아니겠는가? 제2의 김일, 제2의 이봉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 뭐 있어? 닥치고 박치기 한 방!!
ps. 마지막 부록으로 딸려 있는 단편 소설이 옥의 티같다. 왠지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 삽입했다는 느낌이 든다. 혹은 저자가 무모한 일을 벌였다는 생각도.